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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님의 서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 지방대학에 합격하여 다니려고 한 시점, 2월 어느 때인가였다. 나는 새로운 다짐과 목표를 세웠고 그에 관한 꿈을 꾼 기억이 난다. “나는 외모나 여러 가지로 보아 사랑을 할 자격이나 조건이 되지 않는다. 사랑은 먼 훗날 꿈꾼다. 대신 지금 나에게 꿈이 있다. 우리 역사를 평생토록 공부하여 역사 선생님이 되고 싶다. 그리고 공부를 재미있게, 잘 하고 싶다.” 이 꿈은 생각보다 매우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꾸었으며, 그것을 아무 종이에나 적고 끊임없이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심지어 나는 이런 고백을 가족들에게 서슴없이 했었다. 가족들은 진지하게 들어주셨고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해주겠노라 약속하셨다.

그런 이후 나는 지금도 내 머릿속에 남는 강한 충격을 받은 기억이 난다. 입학한 지 일주일, 중앙도서관 속 수많은 책들이 내 눈에 들어왔고, 내가 말했던 저 외침은 거짓말처럼 조금씩 실현되어 나갔다. 나는 비록 지방대학에 다니고 있었지만, 공부를 열심히 한다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정말 거짓말처럼 연애는 한번도 해보지 못했지만, 성적은 늘 잘 나왔으며 등록금 전액 면제를 세 번 경험하는 등 매 학기 장학금을 받았다. 2학년 때는 문화유산이 나의 관심대상에 들어와 꿈을 가졌고, 답사지에 가서 문화유산을 멋들어지게 해설할 수 있게 되었다. 야학에서 강사 생활을 하면서 사람들과 함께 선생님의 꿈을 키워나갔다. 몸은 약했지만 1인 다역을 지칠줄 모르고 실행했던 나. 한편으로는 내 자랑같은, 다른 이들에게 호감을 안겨주지 못하는 이런 나의 경험들을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나는 거의 청교도에 가까운 생활을 했었다.

지금의 나. 나는 여전히 꿈을 가지고 있고 그 꿈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리고 그 길을 향해 열심히 달려나가고 있다. 그런데 발전의 속도는 이전만 못하다. 그 사이에 직장도 다녔으며 돈도 벌었음에도 그러하다. 왜 그랬을까? 단순히 세상이 주는 즐거움에 대한 깨달음이었을까? 아니었다. 나는 이전보다 꿈을 생생하게 그리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언제부턴가 나는 이 치열한 그림 작업에서 잠시 손을 떼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자기계발서를 거의 읽지 않는다. 역사 속에서 주는 대답이 적지 않은 탓이다. 그러니 이 책 역시 주는 대답은 그저 그러했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강하게 작용했다. 그러나 그에 대한 강한 반작용 때문일까. 아니면 요 몇 주 사이의 쓰라린 경험 때문일까. 꿈을 꾼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어릴 때 지극히 평범했었다. 그리고 원칙이라는 것에 대단히 집착했다. 이 길이 아니면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나는 내 꿈을 참으로 곧이곧대로 믿었다. 그리고 그것은 거짓말처럼 조금씩 실현되어 간다.

물론 지금은 그 때보다는 실현의 속도가 더딘 편이다. 원칙과 변칙의 조화가 주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알았기 때문이며, 그래서 나는 지금의 나의 삶을 여전히 좋아하지만, 지금껏 그 아름다움을 배가시킬 수 있는 생생한 꿈을 그리지 못했다. 그렇기에 지금의 삶은 좋지만, 그만큼 만족스럽지는 않다. 이제 더 나은 삶을 위한 진정한 도약이 필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모든 이들은 꿈을 꾼다. 그러나 그 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꿈을 그려야 한다. 그것이 추상적이든 구체적이든, 보이든 보이지 않든, 물론 거기에는 자신의 생각과 철학, 강한 목표와 의지를 담는 것 또한 잊지 않고. 이 책에 담긴 수많은 사람들의 성공 이야기와 그 속에서 제시되는 지침은 많은 깨달음을 준다.

이 책이 여느 것과 다르게 느껴진 것은 성공을 보는 독특한 시각과 아울려 깨달음으로 그치지 말 것을 유달리 강조하는 별난(?) 모습일 것이다. 이는 앞에 소개했던 나의 스무 살 때의 경험을 생각해볼 때 큰 공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우리 불교에는 이른바 ‘돈점 논쟁’이라는 큰 사상 논쟁이 있다. 쉽게 말하자면, 깨달음 이후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에 관한 논쟁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그 논쟁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중요한 것은 깨달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행으로 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 나의 스무 살. 단지 꿈을 머릿속에만 두지 않았다. 그것을 종이에 적었고, 통하는 대상이라면 누구에게든 이야기했었다. 물론 지금도 그러하고 있지만, 그 때만큼 제대로 하지는 않고 있다. 이 책은 그런 나의 타성에 강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결국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이 안에 나오는 중요한 지침과 나의 꿈을 구체적으로 정리해보았다. 물론 정리하고 상상하며 이를 위한 실천 작업은 나의 지속적인 과제일 것이다.

꿈은 머물러 있지 않아야 한다. 언제나 그려야 한다. 그리고 활짝 펼쳐야 한다. 그러면 그 꿈은 그대에게 아름다운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크게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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