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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있는 구석방
  • 스페인 미술 500년
  • 한경arte 특별취재팀
  • 13,500원 (10%↓750)
  • 2026-09-17
  • : 1,170

한국경제신문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스페인 미술 500년 : 빛과 어둠의 연대기> 한경arte 특별취재팀 / 한국경제신문 (2026)

[My Review MMCCCLXXXIV / 한국경제신문 5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두온열세 번째 리뷰는 엘 그레코, 벨라스케스, 고야, 소로야 등 그림으로 만나는 가장 강렬한 스페인을 한 권으로 볼 수 있는 <스페인 미술 500년>이다. 현재 예술의 전당에서 '스페인 미술 500년'이란 제목으로 스페인 회화 작품이 전시중이다. 전시 기간은 27년 1월 20일까지라니 참고하시면 된다. 이번 전시 작품은 모두 95점이라는데 스페인에서 건너온 작품은 아니고 '미국 뉴욕 히스패닉 소사이어티'에서 소장하고 있는 작품 가운데 엄선해서 서울 전시를 기획했다고 한다. 스페인 회화 작품이 왜 미국에서 건너온 것일까? 그건 미국의 수집가 아처 밀턴 헌팅턴의 집념 덕분이었다고 한다. 히스패닉 문화에 심취해서 수집을 시작으로 '박물관 겸 도서관'을 직접 지어서 소장과 전시를 동시에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만약 그의 노력이 없었다면 '스페인 미술'을 비롯해서 히스패닉 예술 등 값어치로 따질 수 없는 소중한 인류문화유산을 잿더미로 만들 뻔 했기 때문이다. 그럼 책 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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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미술 500년> 관점 포인트 : 고백하건데, 나는 예술에 대해서 '까막눈'이다. 예술을 감상할만한 깜냥이 없는 눈을 달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종 예술과 미술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교양과 상식을 틈틈이 쌓고 있지만, 여전히 눈으로는 도통 이해하지 못하고, '글자'로 된 설명서를 읽고 나서야 겨우 고개를 주억거리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내가 예술공부를 멈추지 않는 까닭은 곧 다가올 AI시대에는 인간을 대신해서 AI가 거의 모든 것은 '대체'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고로 AI보다 못한 인간은 결국 '도태'되고 '일자리'마저 빼앗길 전망이다. 미국 대선이슈 가운데 'AI데이터센터' 건립에 반대하는 미국 청년들이 많은 까닭도 바로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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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이야기다. 아무리 AI가 똑똑해져도 인간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는 없다. 음..아마도 그럴 것..이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그럼 인간 가운데 누가 AI에게 대체되고, 누구는 AI시대가 도래해도 도태 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내가 바로 '이공계열 전공자'이기 때문이다. AI가 인간보다 훨씬 더 잘 할 수밖에 없는 분야가 바로 '수학과 과학'을 기반으로 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AI가 '대체불가'한 분야는 '인문학 분야'라고 한다. 물론 단순한 '기록'을 연구하는 분야도 위태롭긴 마찬가지지만, 글자가 아닌 '미술과 음악'과 같은 예술 분야만큼은 AI가 쉽게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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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의아하지 않은가? AI에게 '프롬프트 명령어' 몇 글자만 적어주면 예술가 뺨 칠 정도로 멋드러진 그림을 뚝딱 그려내는 신통한 재주를 이미 갖고 있는데, 예술 분야가 '대체불가'라니 말이다. 맞는 말이다. AI는 이미 예술분야도 상당 부분 점령한 상태다. 허나 아직까지도 미흡한 것이 바로 '창작'이기 때문이다. AI가 창작을 하는 것 같지만 그건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종합한 결과물에 불과한 것이다. 결코 순수창작이라고 볼 수 없다. 아니 오히려 '모방'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단지 인간에 비해서 '모방'을 엄청나게 빠르게 해내는 능력이 뛰어날 뿐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인류는 AI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예술공부'를 해야만 한다. 오직 이 분야만큼은 AI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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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예술공부의 일환으로 나는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만의 눈'으로 스페인 미술을 감상할 수 있을 때까지 말이다. 지난 500년 간의 스페인 미술을 이해하려면 먼저 그 기간동안에 스페인 땅에서 벌어진 '역사'를 알아야 이해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고 한다. 이를 테면, 스페인 미술에 유독 '그리스도교(카톨릭)'에 관련된 종교화가 많은 까닭은 1492년에 이땅에서 '레콩키스타'가 일어나 7세기에 이슬람 세력에게 빼앗긴 국토를 15세기에 이르러서야 다시 되찾은 영광스런 역사가 있었기 때문이란다. 이렇게 스페인은 카톨릭 신자들이 이베리아 반도에 다시 정착한 뒤에 '황금시대'를 맞이 했기에 더욱 종교적인 그림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대항해시대를 맞아 스페인은 새로 빼앗은 영토(식민지)에서 엄청난 양의 은과 금이 쏟아져 들어왔기 때문에 '본국'과 '식민지' 사람들의 사상적 통일을 이루고 이질감을 줄이기 위해서 '종교의 통일'을 지켜내야 했다. 당시에는 문맹률도 높았기 때문에 '글자 보급'보다 '성경의 말씀'이 담긴 그림 한 장이 더 시급했던 것이다. 그래서 왕과 귀족 등 권력이 높고 재력이 많은 부유한 사람들의 의례로 수많은 화가들이 '종교화'에 더욱 매진할 수밖에 없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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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근대 이후'에는 어땠을까? 스페인은 다른 유럽에 비해 많이 뒤쳐졌었다고 한다. 르네상스부터 산업화까지 "피레네 산맥 너머는 아프리카다"라고 나폴레옹이 말한 것처럼 스페인은 카톨릭 중심의 '농경 사회'를 오래도록 유지하며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많이 뒤쳐졌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레콩키스타 이후 스페인은 '황금 시대'를 맞이해 최초의 제국국가로서 엄청난 부를 쌓았다. 그리고 30년 전쟁 이후 '신교 국가'들이 독립을 쟁취해 나가기 전까지 스페인은 너무나도 화려한 삶을 누릴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스페인은 '변화의 바람'이 뒤늦게 찾아왔고, 그 덕분에 오래도록 전통을 유지하고 지켜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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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 때문에 스페인은 '근대 이후' 혹독한 시련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스페인 내전(1936~1939)' 때 심한 사상적 분열로 인해 온 국민이 쪼개지고 찢어지는 분열의 혼란을 겪었고, 그 이후에 세계대전을 거치며 스페인은 온 국토가 폐허가 될 정도로 파괴되고 말았다. 이 당시 분열의 아픔은 현재까지도 아물지 않은 상처로 남아 온갖 갈등양상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말이다. 그래서 스페인 국민들은 이런 분열의 아픔을 봉합하기 위해서 '종교화'에 대한 애정이 깊다고 한다. 모든 사상적 분열조차 봉합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통일된 종교'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스페인 미술에서 '종교화'를 감상하는 방법은 바로 이런 '스페인 역사'와 함께 감상하는 방법이 적절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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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는 글 : 물론 스페인 미술에는 '종교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벨라스케스의 왕가의 초상 그림에 담긴 '수수께끼'를 풀어야 하고, 고야의 그림에 담긴 '인간 내면의 어두움'을 고발하는 내용도 알아야 하며, 무리요의 그림을 통해서 평범한 사람의 일상과 아름다운 자연풍경을 '빛의 마법'으로 그려낸 이유도 살펴봄 직하다. 이 수많은 숙제를 한꺼번에 풀기 위해서는 '전시회'에 직접 가서 감상하는 것만으로는 풀기 어려울 것이다. 그럴 때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이 책 <스페인 미술 500년>이다. 내가 전시회나 미술관에 직접 가는 것보다 '미술책'을 한 권이라도 더 읽어보려고 하는 까닭도 바로 이 때문이다. 눈으로 감상하는 것의 '기초'를 닦을 수 있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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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미술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결코 AI를 이겨낼 수 없다. AI는 '텍스트'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도 실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텍스트 기반'으로 열심히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 기어다니지도 못하면서 뛸 수 없고, 뛰지도 못하면서 하늘을 날 수는 없는 법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간은 배우고 익히는 '속도'가 현저히 느릴 수밖에 없다. 감히 AI를 상대로 '속도경쟁'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인간이나 하는 짓이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AI를 이기란 말인가? 기어다는 것이 '기초'이고, 뛰는 것이 '수련' 과정이라면, 훨훨 날아다니는 것은 '창작'의 단계다. AI는 기초와 수련 과정은 기똥차게 잘 해낸다. 방대한 '빅데이터'만 차지하게 되면 이 단계에서 인간은 결코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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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창작' 단계에 들어서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AI의 창작이란 '모방'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결국 인간이 만들어준 '데이터'나 좀 더 나아가 AI가 새로 만든 '데이터'를 분석하고 종합해서 만들어낸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분명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어마무시한 물량공세로 데이터를 쌓아나갈 것이다. 앞으로 인간은 그런 방식이 아닌 훨훨 날아다니는 수준에서 AI를 압도해야 하는 것이다. 다른 분야는 힘들더라도 '예술분야'만큼은 인간이 톡톡히 실력을 뽐낼 수 있을 것이다. 아무도 상상해내지 못하는 천재들이 계속 나오는 한에는 분명 '인간만의 독보적인 창작분야'에서 AI와 선의의 경쟁을 하며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게 AI시대를 맞이해도 낙관할 수 있는 미래의 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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