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 신화 2 : 아폴론 헤르메스 데메테르 아르테미스> 메네라오스 스테파니데스 / 정재승 / 파랑새 (2022)
[My Review MMCCCLXXXI / 파랑새 5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두온열 번째 리뷰는 포켓 사이즈로 들고 다니며 하루만에 뚝딱 읽기에 좋은 교양서적 <그리스로마 신화 2>다. 나는 산책을 하면서 책을 읽는 것을 즐긴다. 사실 산책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였지만 대부분 '출퇴근길'에 읽거나 '공원 걷기운동'을 하면서 손과 눈이 심심해서 책을 들었을 뿐이다. 그런데 나이가 드니 이것도 점점 힘에 부친다. '책 무게'가 상당한 것이 두 번째 이유이고, 첫 번째 이유는 점점 침침해지는 '시력' 탓이다. 이제 시력은 포기했다. 더 나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 '운동'이 필수인데, 그러자니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해지고, 차분히 앉아서 책만 읽자니 점점 몸이 둔해지는 것 같고, 이래저래 어쩔 수 없이 운동과 책읽기를 병행하기 시작했던 것이 바로 '걸으면서 책읽기'다. 어렸을 때부터 늘 했던 거라 새삼스레 시작한 것도 아니지만서도 이젠 '건강'을 생각하고 실천도 반드시 해야 할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 무게도 중요한 변수가 되었다. 너무 무거우면 운동은 되지만 이게 자세가 나오지 않아 책 읽기가 불편해진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책 읽기를 잠시 멈췄을 때 보관할 데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가방을 메고 다니면 해결될 일이지만, 이게 또 운동을 하는데 가방까지 메고 나가면 모양새가 별로다. 그래서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포켓북'이 딱인데, 마침 맞게 이 책이 딱 그 사이즈다. 이 시리즈 열두 권을 다 읽을 때까지는 양손이 편해질 것이다. 그럼 책 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그리스로마 신화 2> 관점 포인트 : 1권에서는 제우스, 헤라, 아프로디테를 다뤘는데, 2권에서는 아폴론, 헤르메스, 데메테르, 아르테미스다. 올림푸스 12신 가운데 벌써 7명이 나온 셈이다. 이 책은 이렇게 '한 인물의 연대기' 형식으로 이야기를 한 인물에 몰빵(?)해서 써내려가는 방식으로 써나갔다. 보통은 '시간순'으로 카오스(혼돈)에서 출발해서 가이아(대지)가 티탄(거인)들을 낳고, 티탄이 제우스의 형제들을 낳고, 우라노스(하늘)가 처음 지배했다가, 크로노스(시간)가 찬탈을 하고, 티타노마키아(최초의 전쟁)에서 제우스가 승리함으로써 제우스가 온세상의 지배자로 등극한 뒤에 각각의 신들이 보충(?)된 뒤에 올림푸스 12신으로 정리가 되면서 세상이 평화롭게 지냈지만, 신들끼리 서로 꿍짝꿍짝 한 뒤에 '새로운 신'이 탄생하거나 신과 인간이 꿍짝꿍짝 한 뒤에 '영웅'이 탄생하면서 세상이 번성과 파멸을 반복하다가 드디어 가이아가 다시금 복수의 칼날을 꺼내들어 '기간테스'를 깨워 제우스를 몰아내려 하니 그것이 바로 최후의 전쟁 '기간토마키아'다. 이 전쟁을 끝으로 신들의 시대는 종결하고, 이제 인간의 시대가 새롭게 펼쳐진다는 것이 대개의 <그리스로마 신화>다.
허나 이 책은 그런 티타노마키아와 기간토마키아를 '제우스' 편에서 일단락을 지었다. 그리고 시간순서와 상관없이 각각의 신들에 관련된 신화이야기를 '셋트 묶음'처럼 엮어 놓으니 방대한 신화의 내용이 간단하게 정리가 되는 느낌이 들면서 눈이 확 트이는 느낌까지 들 정도다. 물론 장점만 있는 방식은 아니다. 이렇게 묶음으로 엮어놓으니 빠뜨린 이야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올림푸스 12신에 관한 이야기는 너무 많다. 더구나 주신인 제우스는 어디에도 빠지지 않기 때문에 모든 이야기를 다 수록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괜히 주인공이 아니다. 이런 점이 아쉽긴 하지만 그런 자세한 이야기는 '다른 책'으로 보충하면 쉽게 해결될 문제이기 때문에 그리 큰 단점도 아닌 셈이다.
그럼 2권을 조금 다뤄보자. 아폴론은 태양신이면서 예술의 신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온갖 아름답고 긍정적인 면은 모두 아폴론과 연관지어 이야기를 펼쳐낸다. 그런데 그런 아폴론도 어두운 면이 있다. 너무 잘나고 실력이 출중해서 아프로디테의 아들 에로스의 활과 화살을 '장난감'에 비유했던 것이다. 이것이 화근이 되어 아폴론은 에로스의 '빗나가지 않는 화살'에 맞아 호된 경험을 하게 된다. 바로 다프네라고 하는 요정에게 사랑에 빠져버린 사건이다. 아폴론처럼 출중한 신의 사랑을 독차지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는데, 다프네는 왜 아폴론의 사랑을 거절했을까? 그건 다프네도 에로스의 화살에 명중했기 때문이다. 아폴론에게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화살을, 다프네에게는 사랑에 빠지지 않게 만드는 화살을 쏘았던 것이다. 그렇게 아폴론은 맹목적인 사랑에 빠져 다프네를 쫓아가고, 다프네는 사랑을 혐오하게 되어 아폴론에게서 벗어나려 하는 비극이 펼쳐진 것이다. 그리고 끝내 사랑을 거부한 다프네는 '월계수' 나무가 되어 아폴론의 맹목적인 사랑을 완강히 거절하게 되고, 아폴론은 그런 월계수를 자신의 '영광'으로 삼아 징표로 만들어버렸다.
과연 이것을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라고 부를 수 있을까? 오늘날에 '일방적인 사랑'과 '맹목적인 사랑'은 범죄시한다. 거절의 의사를 분명히 표했는데도 '사랑'이라며 우기면 불편함을 넘어 끔찍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사랑을 거부하다 끝내 목숨을 빼앗는 '살인사건'이 벌어졌는데도, 가해자가 '사랑했다'는 이유로 감형을 주장한다면 어떻겠느냔 말이다. 아폴론은 다프네의 목숨을 앗아간 '살인범'이 된 셈이다. 그런데도 끝까지 '자신의 영광스런 징표'로 삼아 영원히 박제를 시도한 이야기를 아름답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정말 끔찍한 짓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과거에는 '위대한 사랑의 힘'이라면서 에로스의 화살에 담긴 '성능'에 주목하는 해석이 대세였다. 사랑에 빠지면 위대한 신조차도 한순간에 '열정'에 빠지고, '열망'하게 되어, '파멸'과 '망신'을 톡톡히 당할 수 있다면서 말이다. 그러니 자만에 빠지지 말 것이며, 겸손한 자세를 갖는 수양을 닦지 못하면 이처럼 개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는 교훈을 강조하곤 했다. 굉장히 남성중심적인 시각으로 기울어진 해석이며, 피해 여성에 대한 배려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불편한 해석이었던 것이다.
나가는 글 : 어떤가? 신화를 해석하는 즐거움이 대단하지 않은가? 이 책은 분명 과거와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신화를 새로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밖에도 헤르메스를 북유럽 신화의 '로키'와 비교하며 누구의 장난이 더 신박한지 따져 볼 수도 있고, 데메테르의 '분노'로 인해 세상이 멸망할 뻔한 사건을 통해서 착한 사람이 화를 내면 더 무서운 까닭도 이해할 수 있으며, 차가운 이미지의 아르테미스도 불 같은 사랑을 경험했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은 '적은 분량'이다. 이토록 색다른 해석이 담겨 있는데도 '한정된 분량'으로 인해 일부만 감상할 수 있을 뿐이라는 점이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의 부족함은 '다른 책'으로 충분히 보충할 수 있으니 해결하지 못할 부족함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이 책을 '마중물'로 삼아 <그리스로마 신화>에 푹 빠지는 계기로 삼는 것도 좋은 독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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