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삼국지 5 : 동탁 토벌군> 요코야마 미츠테루 / 박영 / 대현출판사 (2002)
[My Review MMCCCLVIII / 대현출판사 5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일백여든일곱 번째 리뷰는 드디어 반동탁연합의 기치가 오르고 18제후가 군대를 모아 낙양으로 향하는 <전략 삼국지 5>다. 삼국의 '만화 삼국지'를 모두 보았다. 중국의 천웨이동 삼국지는 '유명한 인물과 사건'을 한컷 한컷에 큼직하게 그려내면서 장엄하고 화려하게 장식을 했다. 그래서 세세한 설명이나 묘사는 건너 뛰고 '장면 하나'에 초집중을 해서 전체 줄거리가 머릿속에서 이루어지면서 '인상적인 장면 한 컷'만을 살려내는 식으로 진행을 하는 것이 매우 역동적이면서 인상적이었다. 반면에 한국의 고우영 삼국지는 위트와 풍자가 해학적인 해석과 어우러지면서 촌철살인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인생의 진리를 깨우치게 해주었고, 또한 이희재 삼국지는 소설이 아닌 만화만이 줄 수 있는 압축과 빠른 전개를 통해서 '삼국지'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매력을 만끽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일본의 요코야마 미츠테루 삼국지는 지나치게 사실적 묘사에 치중하면서 특히 '폭력적 장면'을 부각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살해 장면이 너무 많다. '한국판'으로 출간되면서 모자이크 처리를 하여 처참한 장면을 가리는 수고를 하긴 했지만, 모자이크 처리를 했음에도 어렵지 않게 연상을 할 수 있어서 하나마나한 작업이지 않았나 의심마저 들었다. 차라리 참혹한 장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전쟁이 왜 나쁜 것인지 제대로 인식할 수 있게 해주려는 노력(?)이라면 감추지 않는 것이 더 나을 뻔 했을 정도다. 더구나 잔혹하게 살해 당하는 것은 언제나 '약자'뿐이었다. 나쁜 놈들을 그리 죽였다면 그러려니 싶기라도 했을 텐데, 힘 센 장수들이 휘두르는 날카로운 무기에 동강뎅강 잘려나가는 것은 힘 없는 '병졸'이나 무고한 '백성'들이었고, 더 연약한 '여자'들은 전리품 취급을 하며 이놈 저놈이 차지하려 욕심내는 대상으로 삼았다. 만화라는 '한정된 분량'을 왜 이런 묘사들로 가득 채우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런 것들만 좀 '삭제'하거나 '생략'하거나 '검열'이라도 했다면 좋았을텐데 말이다. 그러면 아주 얇고 다이제스트한 단행본이 되었으려나? 암튼 책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전략 삼국지 5> 관점 포인트 : 가까스로 동탁의 수배를 피해 고향에 도착한 조조는 그 길로 '반동탁'의 기치를 내걸고 전국 각지의 제후들에게 '격문'을 보낸다. 이에 화답한 의로운 군대들이 하나둘 합류하기 시작하더니 모두 18개 방면에서 벌떼처럼 모여들었다. 이 가운데에는 유관장 삼형제도 있었는데, 공손찬 휘하의 장수로 합류하게 된다. 이렇게 모인 군사들이 낙양으로 들어가기 위한 길목인 '사수관'에 다다르자 동탁군도 장수를 보내서 막아내는데 다름 아닌 '화웅'이었다. 이에 반동탁연합군에서는 '손견'이 선봉으로 나서 사수관 함락을 위해 덤벼드는데 초반에는 승기를 잡았으나 병참을 맡았던 '원술'이 제때 식량보급을 해주지 않자 굶주리게 되고 끝내 퇴각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자 적장 화웅이 기세등등하게 연합군을 도발하게 되는데, 몇몇 장수가 나가보았으나 화웅을 견뎌내지 못하고 다치거나 죽임을 당했다. 이에 관우가 나서보겠다고 말하자 원소는 반가워 하지만, 이내 '듣보잡'이었던지라 어디의 누구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관우는 자신을 "유비 휘하의 동생"이라고 소개한다. 그러자 원소는 "유비는 누구냐?"고 되묻자, 공손찬이 나서며 자신과 같이 왔으나 관직은 없다고 덧붙인다. 그러자 원소는 격분하며 관직도 없는 졸병 주제에 화웅과 맞서서 싸운다면 적들이 우리 연합군을 얼마나 하찮게 보겠냐면서 당장 물러서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이에 조조가 만류하며 자신이 있으니 스스로 나온 것이 아니겠냐며 총대장 원소를 달래고, 관우에게는 술 한 잔을 주며 나가서 싸워라고 권한다. 관우는 그 술잔을 단숨에 비우고 적장 화웅에 맞서 싸우러 나간다. 이때 조조의 속마음은 '졸병'이 나가서 볼품없이 죽어도 그만이고, 반대로 이기고 돌아온다면 적들은 졸병에게 당했으니 '연합군의 기세'를 무서워할 것이라며 손해볼 것은 없다고 속으로 결론을 내린다. 그 와중에도 셈을 하고 이해득실을 계산하는 조조였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관우는 적장 화웅의 목을 베어 돌아온다. 이에 동생 장비가 만세를 외치며 총공격을 외치지만 연합군은 아무도 장비의 외침에 화답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원소 등 다른 장수들이 그런 외침은 '졸병'이 아닌 자신들이 선창을 해야 한다며 장비를 면박줄 뿐이었다. 그러자 유비가 동생들이 예를 몰랐다며 뒤로 물러났고, 그제야 연합군은 기세 등등하게 사수관을 통과하고 호뢰관으로 나아간다. 그러나 호뢰관을 지키고 있는 적장은 여포였다. 여포의 위용 앞에 연합군은 추풍낙엽처럼 쓸려 나갈 뿐이었고, 연합군은 또다시 발이 묶여 한발짝도 나아가질 못한다. 이를 보다 못한 장비가 나서서 여포와 맞서 싸우니 여포도 장비의 무력을 꺾지 못하고, 여기에 관우와 유비까지 합세해서 싸움이 붙으니 여포는 불리함을 깨닫고 도망치고 만다. 이렇게 유관장 삼형제가 큰 활약을 보이며 기세를 올리지만, 연합군은 저들이 잘나서 여포를 혼쭐낸 것처럼 자화자찬에 빠져 유관장 삼형제를 홀대한다.
한편, 동탁은 사수관과 호뢰관에서 연합군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자 '천도'를 계획한다.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낙양을 버리고 동탁의 근거지와 가까운 장안으로 천자를 잡아가려는 것이다. 여기에 반대하는 이는 모조리 죽여버리고 재산을 빼앗았다. 동탁이 함부로 그러니 아랫사람들은 어찌했겠는가? 낙양은 하루아침에 아비규환에 빠지게 되고 살육과 약탈이 벌어지는 나날이 이어졌다. 그렇게 동탁은 천도를 갈 준비를 마치자 낙양에 남아 있는 것들이 연합군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막고자 모조리 불태우라고 지시한다. 미처 챙기지 못한 것이 아깝긴 하지만, 적의 수중에 들어가는 것은 더 아깝기 때문이다. 또한 몰래 숨어서 낙양에 남으려 했던 사람들을 깡그리 불태워 죽이려는 심보에서 벌인 짓이기도 하다. 물론 궁극적인 목적은 붙잡아가는 천자에게 돌아올 명분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동탁은 정녕 악당 중에 악당이었던 것이다. 그런 동탁을 '따르고 복종하는 이들'도 쳐죽일 놈이긴 마찬가지고 말이다.
뒤늦게 낙양에 도착한 연합군은 불타는 낙양을 바라보며 망연자실에 빠진다. 반동탁의 기치를 세우고 동탁을 타도하고자 애써 힘을 모았는데, 얻은 것도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조조는 서둘러서 동탁의 뒤를 쫓자고 말한다. 서둘러 떠나는 동탁군이니만큼 방비가 허술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라면서 말이다. 그러나 총대장 원소를 비롯해서 다른 제후들은 머뭇거린다. 그러자 조조는 혼자서 동탁의 뒤를 쫓기로 한다. 그러나 동탁은 이미 추격을 대비하고 있었고, 여포와 서영 등에게 호되게 당하고 겨우 목숨만 건져 달아나게 된다.
나가는 글 : 약육강식에 철저한 일본의 작품이라 그런지 '약자'에게 가혹한 시련을 감당케 하는 내용이 너무 많다. 70년대 '순정만화'도 이런 내용이 참 많았다. '고아 소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해서 모진 시련과 고난을 다 극복한 뒤에 훌륭하게 성장한 뒤에 '백마 탄 왕자'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스토리가 정말 인기 많았던 시절이다. 그리고 자신보다 약한 사람에게 정말 모질게 구는 '악역들'은 너무 무서울 정도였고 말이다. 그런데 그런 고생을 다 이겨내고 홀로 꿋꿋하게 잘 사는 것으로 끝마쳐도 충분할텐데, 마지막 마무리는 늘상 '백마 탄 왕자'가 등장해서 멋지게 성장한 여성을 가로채(?)서 철저한 가부장제의 보잘 것 없는 '아내'로 족쇄(!)를 채우는 스토리도 많았다. 마치 그런 처절한 운명이 '여자의 숙명'인 것처럼 말이다.
이 책에서 유관장 삼형제가 바로 그런 '약자의 설움'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유비 주위의 인물들은 하나 같이 못된 역할을 맡은 '악역'처럼 등장한다. 이걸 '삼국지의 재해석'이라고 해야 할까? 어릴 적에 <캔디 캔디>를 정말 재미나게 읽었기에 어른이 되어서도 그 추억에 푹 빠져서 어렵게 다시 구해서 읽어보니 옛 추억이 와장창 깨져버린 경험이 있다. 만약 내가 어렸을 적에 이 책 <전략 삼국지>를 완독했던 경험이 있었더라면 '최고의 만화'였다고 한껏 추켜세웠을지도 모르겠다. 어른이 되어 이 책을 읽으니 정말 아쉬운 대목이 너무 많아서 당혹스러울 정도다.
그렇다고 이 책이 '최악'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나름 '명작'의 조건을 충족하고 있긴 하지만, 그것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에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면 수많은 독자들이 지금까지도 '최고의 만화 삼국지'로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나 꼼꼼히 다시 읽어보니 적어도 '최고'라는 수식어는 빼야겠다. 더구나 어린이 청소년 독자들에게 '권장'할 책이라는 소개도 마찬가지다. 어른이 보기에도 민망하고 지나친 느낌을 확 받는데, 어린 독자들에게 이런 걸 권하는 짓은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