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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있는 구석방
  • 아빠를 면접합니다
  • 원유순
  • 12,600원 (10%700)
  • 2026-09-11
  • : 520

한솔수북 서포터즈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아빠를 면접합니다> 원유순 / 한솔수북 (2026)

[My Review MMCCCXLIX / 한솔수북 25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일백일흔여덟 번째 리뷰는 가족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서로 다름을 존중하는 마음을 길러주는 <아빠를 면접합니다>다. 우리는 곧잘 자신과 '똑같은' 사람이 존재하면 공포감을 조성한다. 바로 '도플갱어'가 그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자신과 다른 집단에 대해 '차별'을 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곤 한다. 이렇게 남다른 '개성'적인 것을 추구하면서도 '자기 집단'과 동질감을 느낄 수 없게 되면 야멸치게 '차별'을 하는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미는 것이다. 여기에 더 나아가 이런 점을 사회적으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가르치면서도 그것이 정작 자신의 일이 되면 '예외적인 일'이라면서 모순적인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이른바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뜻의 줄임말이다. 그럼 책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아빠를 면접합니다> 관점 포인트 : 이 책의 주인공은 나승찬이다. 햇살초등학교 4학년을 다니고 있다. 승찬이는 친구들과 놀고 있는데 한 친구에게서 깜짝 놀라는 말을 듣게 된다. 승찬이 엄마에게 남자 친구가 생겼다는 것이다. 더구나 그 남자가 생김새도 이상하고 하는 일도 이상하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는 승찬이와 함께 단 둘이 살고 있었는데, 그런 엄마에게 남자 친구가 생겼다니, 그럼 승찬이에게 아빠가 생기는 것이다. 새아빠 말이다.

사실 승찬이는 어릴 적에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아빠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 그래서 친구들이 아빠와 함께 했던 일을 꺼내면서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사연을 듣고 있으면 부럽기도 하다가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복잡한 마음 상태가 되곤 했다. 그래서 엄마에게 남자 친구가 생겼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도 사랑하는 엄마를 빼앗길 거라는 불안감도 들었지만, 드디어 아빠가 생겨서 친구들을 부러워하기만 했던 것을 척척 해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감이 부쩍 커지기도 했다. 그래서 승찬이는 '아빠 면접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기왕 아빠가 생기는 거라면 엄마에게 더 좋은 남자 친구를 소개시켜주기도 하면서 동시에 승찬이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멋진 아빠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에서 말이다. 그렇게 승찬이와 친구들은 '아빠 후보들'을 한 명씩 만나며 면접(?)을 시작하게 되는데...

초등학교 4학년이면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들기 시작하는 나이이고, 그런 이유로 감정이 예민하게 작용할 때이기도 하다. 그럴 때 아빠, 엄마와의 관계 형성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해서 마음을 쉽게 상처 받기도 하고, 독립하고자 하는 마음도 점점 강해질 나이인지라 아빠, 엄마보다 '친구와의 관계'를 더 소중히 여기는 시기이기도 하다. 암튼 이래저래 예민하고 힘든 시기라는 말이다. 그런 4학년 승찬이가 '아빠 면접'을 시작한다는 이야기는 흥미로운 소재이면서 동시에 너무 복잡한 이야기가 될 위험도 있다.

하지만 <아빠를 면접합니다>는 그런 예민하고 복잡한 어린이의 심경은 다루지 않았다. 그보다는 새아빠가 생겨서 좋은 점에 더 치중하면서 희망적인 메시지에 더 큰 비중을 둔 작품이었다. 한편 '가족의 다양성'을 보여주면서 우리 사회에서 쉽게 마주 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의 모습'에 부정적이거나 위화감을 조성하는 그런 분위기는 싹 걷어낸 동화책이기도 하다. 오히려 새롭게 가족이 되면 참 좋은 일이 생길 수 있겠다는 희망찬 메시지가 가득 담겨 있기에 읽으면서 기분 좋아지는 느낌도 받았다.

나가는 글 : 우리는 좋은 것은 살리고 나쁜 것은 억누르려고 하는 속성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곤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니 나쁠 것이 전혀 없는 말 같지만, 애초에 '좋고 나쁨을 가르는 기준'이 애매모호하기 때문에 꽤 위험한 판단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를 테면, 천사는 좋은 것이고 악마는 나쁜 것이라고 쉽게 단정 짓지만, 겉모습은 '천사'이지만 속마음은 '악마'보다 못한 경우도 우리는 얼마든지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린이들에게 좋고 나쁨을 갈라놓고 '좋은 것'만 보여주고, '나쁜 것'은 아예 원천차단하든 배제시키는 어리석은 짓(?)을 하는 어른들이 꽤나 많다. 말인즉슨, 가족의 형태조차 '좋은 가족'과 '나쁜 가족'으로 이분법적으로 갈라놓은 경우다.

도대체 '좋은 가족'은 무엇이고 '나쁜 가족'은 무엇이란 말인가? 전통적이고 정상적이며 경제적으로 윤택하고 사랑과 행복이 넘치는 그런 '가족의 형태'가 따로 있다는 말인가? 그리고 그런 좋은 점만 가득한 가족의 형태에 '기준 미달'인 가족은 모두 나쁜 가족이란 말인가? 한때 아이들이 배우는 교과서에도 이런 식으로 정형화된 '가족의 형태'를 예로 보여주며 좋은 점만 한껏 부각했다는 지적을 받아 교과서 수정작업을 수시로 하던 때가 있었다. 애써 그 반대의 경우는 굳이 예로 들지 않았지만, 화목하고 단란한 가족의 모습을 '정형화'한 덕분에 그 예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형태를 띠면 '좋지 않다'고 오해하기 딱 좋았던 것이다. 또한 그 시절에 '한국드라마'에서는 "네까짓 게 감히 우리 아들/딸을 넘봐? 어림도 없어! 내 눈에 흙이 들어오기 전에는 절대 이 결혼 승낙할 수 없는 줄 알아라. 어디서 근본도 없는 것을 우리 집안에 들이려는게야. 네가 가문에 먹칠을 해도 유분수지. 언감생심 감히 어딜!"라는 투의 대사가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방영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안 좋은 경우를 아예 어린이들이 볼 수 없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교육일까? 특히나 좋고 나쁨은 '둘 이상의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있을 때에 가르칠 수 있는 법이다. 천사가 아무리 좋다고 가르치려해도 악마를 보여주지 않는 이상 '천사의 무엇'이 진짜 좋은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바른 교육을 위해서라면 '이것이 좋다'고 가르치기 위해서는 '저것은 나쁘다'라고 비교대상을 보여주면서 가르쳐야 옳은 셈이다. 그런데 '좋은 가족', '행복한 가족', '화목한 가족' 따위를 가르치면서 '나쁜 가족', '불행한 가족', '불화한 가족'의 사례를 전혀 비교대상으로 삼지 않고 가르쳤으니 정말로 무엇이 좋았던 것인지 알 수도 없었고, 이런 식으로 '가족'을 좋고 나쁘다고 가르는 것도 전혀 바람직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교과서에는 '여러 다양한 가족의 형태'만 나열할 뿐, 행복이니 단란이니 그런 수식어를 전혀 쓰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책 <아빠를 면접합니다>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가족의 형태가 좋다 나쁘다 가르지 않고 있어서 참 좋았다. 단지 주인공 승찬이에게 이런 저런 성격의 '엄마의 남자 친구 후보들'을 열거하면서 복잡한 '승찬이의 마음'을 엿볼 수 있게 이야기를 구성했다. 이게 참 세련되어 보이기도 했다. 세상에는 '정답'이 없는 것이 더 많다. 좋은 아빠, 좋은 엄마라는 '기준'도 함부로 정할 수 없는 것이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응원하는 것이 '최선'일 뿐이다. 이런 평가기준으로 본다면 이 책 <아빠를 면접합니다>는 아주 훌륭하다. 엉뚱한 제목이라 깜짝 놀랄 수 있겠지만 읽다보면 마음이 훈훈해지고 사회적 시각으로 '민감'하게 반응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걱정을 털어버리고 유쾌하게 읽어갈 수 있어서 또 한 번 감탄을 자아내게 해주는 동화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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