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재 삼국지 10 : 영웅들, 별 끝에 지다> 이희재 / 휴머니스트 (2017)
[My Review MMCCCXXXV / 휴머니스트 59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일백예순네 번째 리뷰는 사마의와 제갈량의 지략 대결이 펼쳐지는 <이희재 삼국지 10>이다. 드디어 오장원이다. 천재적 전략가인 제갈량이 '유비의 꿈'을 다 이루지도 못한 채 숨을 거둔 장소이다. 보통 '소설 삼국지'의 줄거리는 여기서 마무리를 짓곤 하는데, 사실은 제갈량이 죽고 난 뒤에도 유선은 촉한의 재위를 이어 간다. 유비는 황제에 오른 지 2년만에 죽고 말지만, 유선은 재위 기간이 무려 40년이다. 그러고도 8년을 더 산다. 그런데 우리는 <삼국지>를 읽으며 그 뒷이야기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래서 소설 삼국지는 '소설'로 읽어야지 '역사'로 읽어서는 수많은 오류와 왜곡만 낳을 뿐이니, '구분'해서 읽을 필요성이 있다. 이 책 <이희재 삼국지>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소설 삼국지'를 바탕으로 핵심적인 줄거리만 짧게 축약해서 정리한 책이기 때문에 소설 삼국지를 '읽기 전'에 읽으면 대략적인 흐름을 파악하며 읽을 수 있고, '읽은 후'에 읽으면 소설을 읽는 목적과 맥락을 차분히 음미할 수 있다. 그럼 책 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이희재 삼국지 10> 관점 포인트 : '출사표'를 던진 제갈량은 촉한의 국력을 총동원하여 위나라 정벌을 하려 든다. 무려 여섯 차례다. 하지만 제갈량의 출정은 번번히 사마의에게 막혀서 실패하고 만다. 그리고 마지막 여섯 번째 출정에서 제갈량은 명을 다하고 만다. 실제 역사에서는 제갈량과 사마의 간의 대결은 딱 2번 뿐이었지만, 소설에서는 여섯 번 모두 제갈량의 계략으로 위나라 장수들을 위기에 빠지게 만들지만, 사마의가 출정하면 제갈량이 허점을 드러내고 패배하는 방식으로 묘사하였다. 대부분 '병력과 병량 부족'으로 그랬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실제 역사서에는 제갈량이 그리 치밀한 전략을 짜지 못했고, 병력 규모면에서 위나라는 늘 앞서 있었던 탓에 제갈량은 번번히 막혀서 물러나야 했다. 그렇지만 소설에서는 정말 치밀한 전략싸움이 벌어지며, 두 나라의 장수들 간에 일진일퇴의 공방이 번갈아 펼쳐지며 손에 땀이 찰 정도로 긴박한 묘사가 펼쳐진다. 심지어 사마의는 제갈량의 진법과 매복에 걸려 목숨까지 잃을 뻔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기적처럼 살아난다. 바로 '호로곡'에서 벌어진 일인데, 이때 제갈량은 자신이 세운 완벽한 계책이 하늘의 도움으로 사마의는 살아나고 제갈량은 실패한 것을 두고, '모사재인 성사재천'이라며 한탄했다는 고사가 전해진다.
하지만 이는 역사에 없고 소설에서 지어낸 이야기다. 호로곡 전투 당시에 사마의는 전장에 없었고 후방에 남아 다른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관중은 제갈량의 지략이 뛰어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사마의를 죽다 살아아는 것으로 서사를 꾸며냈다. 이렇게 꾸며낸 이야기는 또 있다. 바로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물리치다'는 고사다. 이는 오장원에서 명을 달리한 제갈량이 '자신의 죽음'을 알아챈 사마의가 반드시 공격을 해올 것이라며 자신의 모습을 본뜬 인형을 앞세워서 사마의를 후퇴하게 만들고 온전하게 병력을 후퇴를 성사시켰다는 이야기인데, 이 역시 역사적 사실과는 다르다. 사마의가 후퇴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역시 소설을 읽는 재미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낳았다.
그럼 '정사 삼국지'에서는 제갈량과 사마의를 어떻게 적고 있을까? 역사서 <삼국지>를 쓴 진수는 원래 촉한의 신하였다. 하지만 제갈량과 사이가 좋지 못했고 촉한이 멸망하자 위나라에 항복을 한 뒤, 사마염이 통일을 완수하자 진나라 신하가 된다. 그리고서 '정사 삼국지'를 쓰게 되는데, 제갈량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이 남은 탓인지 제갈량의 능력이 사마의에 비해 한참 뒤떨어진다고 적었다. 그럼 사마의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없다. 진나라의 신하가 감히 진나라의 기틀을 세운 사마의를 함부로 평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사마의는 '추대왕'으로 우리의 <실록>처럼 사관들이 제왕의 업적을 기록할 것이기에 <삼국지>에는 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진수가 살짝 제갈량의 위업을 낮췄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실제 역사가들의 평가도 제갈량의 능력이 매우 뛰어났다는데 크게 동의하는 편이다. 다만 '군사'로서 전장에서 활약한 기록이 거의 없다는 점을 비춰 군사적 업적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 정평이다. 그래서 실제로 사마의와 대결한 것도 두 차례 뿐이었지만, 모두 제갈량이 패배한 것으로 결론이 나온다. 다만 사마의가 아닌 다른 장수들과 벌인 대결에서는 크게 승리했던 것으로 기록되었다. 그러니 제갈량의 실력이 전혀 근거 없는 평가는 아니며, '소설 삼국지'에서 보여주는 천재적인 능력은 모두 사실을 기반으로 '과장'되었긴 하지만, 이야기의 재미를 위해서 그런 서사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역사적 진실에 비춰 본다면 소설에 나오는 '제갈량의 업적'은 대부분 다른 사람이 했던 업적인데, 이야기의 재미를 위해서 제갈량의 업적으로 둔갑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는 있다. 이 책에서도 제갈량이 '진법'으로 사마의의 기세를 억누르고, '공성계'로 사마의를 골탕먹이며, '호로곡'에서 사마의가 죽음의 위기를 맞이하거나,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깜짝 놀라게 만든 일화는 애초에 일어난 적이 없던 일이다. 다만 마지막 오장원에서 사마의가 수비만 하고 성안에 틀어박혀 있으니 제갈량이 사마의에게 '여자옷과 장신구'를 선물한 것은 정사에 나오는 진실이다. 사내대장부답게 성밖에 나와서 일전을 겨루지 않고 성안에 틀어박혀 전투를 일체 하지 않는 것을 빗대어 사마의를 도발하려는 목적에서 벌인 일이다. 허나 이마저도 사마의는 제갈량의 '얕은 계책'이라는 사실을 간파하고 상대하지 않는다. 여기서 사마의가 제갈량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갖췄다는 사실을 간파할수 있다.
나가는 글 : 이렇게 오장원에서 제갈량이 죽는 것을 끝으로 <이희재 삼국지>는 일단락이 된다. 전 10권으로 이뤄진 '만화 삼국지'로 나관중이 쓴 <삼국지연의>의 핵심주제를 쉽고 재밌게 이해할 수 있는 수작이다. 개인적으로는 이희재 작가의 책을 믿고 보는 독자이기도 하다. 왜냐면 어려운 고전도 읽기 쉬운 만화책으로 그려 놓치기 쉬운 '핵심주제'를 단박에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사실 만화책은 '재미'를 추구하다보니 원래의 이야기와는 별개로 엉뚱한 개그적 발상으로 새기 십상인데, 이희재 작가는 절대 그럴 일이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고 담백한 서사'로 통일하였기에 '고전의 내용'을 크게 해치고 내용을 왜곡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뺄 것은 과감히 빼고 넣을 것은 확실히 넣어 '고전의 맛'을 최고로 살려낸다. 그런 까닭에 솔직한 마음으로는 시리즈를 더욱 늘려서 2~30권 분량으로 더 자세히 서사를 이어갔어도 좋았을 것이라 확신한다. 아닌 게 아니라,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전략 삼국지>도 전 60권으로 출간이 되었지 않은가 말이다. 솔직히 <전략 삼국지>보다는 <이희재 삼국지>가 더 재밌다.
이전에 리뷰했던 <고우영 삼국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고 고우영 화백은 유머와 위트가 가득한 '세태풍자만화'의 경향이 강하지만, <이희재 삼국지>는 '원작' 그대로의 느낌을 더욱 잘 살려냈기 때문에 두 작품은 완연히 다른 작품이다. 그러니 <전략 삼국지>나 <고우영 삼국지>를 읽었더라도 <이희재 삼국지>도 반드시 읽어야 할 '만화 삼국지'다. 한편, '소설 삼국지'를 읽은 분이라도 일독을 권한다. 길고 긴 장편소설을 읽다보면 주요한 장면을 놓치기 마련인데, <이희재 삼국지>를 읽으면 그렇게 놓친 중요 장면을 빼놓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문열의 <평역 삼국지>를 읽은 분이라면 강추다. <평역 삼국지>의 가장 큰 단점이 줄거리 중간중간에 '작가의 평역'이 들어가 있어 이야기의 흐름을 끊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황석영의 <정역 삼국지>를 읽으신 분이라면 '글(텍스트)'로 상상하던 대목에 생동감 넘치는 '그림'으로 활력을 불어 넣어 줄 것이다. 다만 요시카와 에이지의 <원전 삼국지>를 읽으신 분이라면 이야기가 사뭇 다르게 전개되는 어색한 느낌을 얻을 수도 있겠다. <원전 삼국지>와 잘 어울리는 것은 <전략 삼국지>이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박상률의 <완역 삼국지>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기회가 된다면 꼭 읽고 비교해보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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