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감각 : 읽지 않는 시대, 우리는 어떻게 책을 사랑하는가> 정도성 / 투래빗 (2026)
[My Review MMCCCXIX / 투래빗 1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일백마흔여덟 번째 리뷰는 '몇 권 읽었는가', '끝까지 읽었는가'라는 기준이 아닌 '책과 어떤 인연과 관계를 맺었는가'라는 새 기준을 제시한 <읽는 감각>이다. 저자는 독립서점 '서사, 당신의 서재'를 운영하고 있단다. 기업에서는 '고객 경험'을 설계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위에 '로마숫자 2319'만큼이나 책을 많이 읽고 사랑하는 독서인으로 자부심을 갖고 있었지만, 이 책 <읽는 감각>을 다 읽고 책을 덮으니 겸손해질 수밖에 없었다. 아니 어디 가서 '책 좀 읽었다'고 자랑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그동안 내가 읽은 책은 그저 '숫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이 읽었는지 '카운팅'하기에 바빴고, 그렇게 손가락 발꼬락 바쁘게 놀리며 '카운팅'하는 것을 자랑하며 뿌듯해하는 내가 얼마나 초라한 짓이었는지 깨닫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럼 그런 쪽팔림을 뒤로 하고 책 속으로 풍덩 빠져 보련다.
<읽는 감각> 관점 포인트 : 요즘 대한민국 '평균 독서율'은 다시 곤두박질 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아이러니하게 '종이책 판매'는 점점 늘고 있고, '동네서점'은 오히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게 뭘 의미하는 걸까? 저자 정도성은 이를 두고, '독서인구'가 늘고 있고 '독서모임'도 덩달아서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한민국 성인 한 명이 '일 년 동안' 읽은 책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긴 하지만, 그건 '통계 숫자'에 불과한 것이고, 오히려 '독서인구'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진단을 내린 것이다. 그 증거가 바로 '동네서점'이 늘어나고, 그 서점을 거점으로 '독서모임'도 횟수가 늘고 참가자도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에 비례해서 '온라인 서점' 도서 판매량은 줄어들고 있고, '폐업'하는 서점의 숫자도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정말 '독서인구'는 늘고 있다는 것이 맞는 얘기일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동네서점'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단다. 온라인 서점에서 '주문'하고 책을 받아서 읽는 감각과는 확연히 다른 '감성'을 동네서점에서는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대형서점'에서도 좀처럼 느껴보기 힘든 감성이라고 한다. 요즘 대형서점에서도 책과 함께 '커피'도 팔고 있으며, 심지어 음료를 마시면서 책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별도로 마련한 대형서점이 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반면에 그조차 제공하지 못하고 오로지 책만 판매하는 서점들은 독서인들에게 철저히 무시를 당하고 폐업수순을 밟은 슬픈 풍경도 연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요즘 사람들은 책을 단순히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책을 감각하려 들기 때문이란다.
이는 단순히 책 속에 담긴 '지식 습득'이나 '완독의 문제'가 아닌 '문화적 경험'으로 바라보려는 트랜드가 확연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책을 좋아하고 서점을 차려보려고 준비중이라 하더라도 이런 트랜드를 최대한 살리지 못하면 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기도 한단다. 그러니 서점을 창업하려는 꿈이 있다면 이런 트랜드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감성의 소유자'가 제격이라는 말도 살포시 얹었다. 이런 변화된 독서 경험을 저자는 네 가지로 분류했고, 각각 '물성, 성장, 의미, 언어'라고 설명했지만, 창업이 궁금하신 분들에게 필요한 정보일테니 직접 읽어보시길 바란다.
내가 중점적으로 읽은 내용은 '왜 책을 많이 읽었느냐?'에 대한 물음이었다. 저자는 책을 많이 읽든, 적게 읽든,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책을 읽고 어떤 감정을 느꼈고, 책 속의 문장을 어떻게 음미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고, 그런 독서 경험을 통해서 무엇을 깨달았는지 나름대로 정리하는 습관이 백 배, 천 배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맞는 말이다. 저자가 굳이 꼬집어 강조하지 않아도 책 좀 읽은 독서인이라면 알게 모르게 그런 '경지'까지는 어렵지 않게 다다를 수 있다. 헌데 나는 '몇 권' 읽었는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상엔 '단 한 권의 책'만 읽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그 책이 <성경>(바이블)이기 때문에 다른 책은 필요없다고 억지를 부리는 이들도 많기 때문이다. 물론 극단적인 예를 들었지만, 그럼에도 10권, 100권, 1000권, 10000권을 읽었다고 자랑하는 일도 꽤 중요하다고 여긴다. 그건 단순한 '숫자'를 넘어 어떤 경지에 다다르고 넘어섰다는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가는 글 : 인생을 살다보면 10살, 20살, 30살... 등과 같이 어느 '숫자'를 넘지 않았느냐, 넘었느냐가 중요하게 다뤄지는 경우가 있다. 19살과 20살은 고작 '한 살 차이'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숫자'만으로 그리 큰 변화를 느낄 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사회관습적으로, 또는 법적으로 '미성년자'와 '성인'으로 구분을 하며 큰 의미를 두고 완전 다르게 대우한다. 이것과 마찬가지로 책을 100권 읽은 사람과 200권 읽은 사람의 차이는 별로 두지 않는다. 하지만 1000권쯤 읽은 사람은 분명 다르게 대우한다. 왜 그럴까? 그 차이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분명 1년에 100권을 읽었는지, 300권을 읽었는지 따지고, 그걸 갖고 뻐기는 행동은 우스운 행동이 분명하다. 내가 그러고 있기 때문에 얼마나 우스운 행동인지는 너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경험했다. 처음 100권을 넘게 읽었을 때 느꼈던 '감성'과 처음 1000권을 돌파했을 때의 '독서경험'이 주는 어떤 경지는 그걸 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특유의 감성이다. 그렇다고 그걸 하나하나 카운팅할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그 '기록'을 차곡차곡 쌓아나가 옛추억을 더듬으며 '그 책을 다 읽었을 때 느꼈던 감성'을 떠올리는 경험만으로 뿌듯해지고 한층 '성장'했다는 느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에 '기록'을 남기지 않고 그저 책 읽는 것이 좋아서 '읽기만' 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철없던 그 시절의 풋풋함을 느낌과 동시에 그 당시에 '독서기록'을 남겨두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후회도 되기 때문에 지금 더 철저히 '기록'을 남기고 '카운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을 읽더라도 '깊이'가 없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기 힘들었던 경험이 너무 많아서 '독서모임'도 자주 찾지 않았던 것을 살짝 후회한다. 사실 어릴 적에 책읽기를 좋아하다가 먹고 사는 문제에 봉착하니 책읽기를 멈췄고,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한 계기도 우연히 참석하게 된 '독서모임'이었는데, 그 모임 이후에 '다른 모임'에서는 그때의 좋았던 감성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것이 홀로 책을 읽기 시작한 계기였다. 그러다 독서논술지도사 자격까지 따고서 20여 년간 독서지도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가르치려 했던 것도 '책 읽는 즐거움'이었다. 그런데 정작 선생인 내가 고집스럽게 혼자서만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려 들지 않는 것은 꽤 비겁했던 것으로 느꼈다.
이 책을 읽을 것을 계기로 삼아 '독서모임'이라도 찾아보려 서점을 돌아다녀 볼까 생각중이다. 너무 늙어서 받아줄 모임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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