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퇴마록 신세편 1> 이우혁 / 반타 (2026)
[My Review MMCCCXV / 반타 8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일백마흔네 번째 리뷰는 드디어 돌아온 퇴마사들의 이야기가 펼쳐진 <신 퇴마록 신세편1>이다. 무려 20여 년 만이다. 기억도 가물가물 하지만 <퇴마록 말세편>(들녘)이 2000년대 초반에 종결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25년에 <퇴마록 외전 3>이 나오고 '신 퇴마록'이 출간될 거란 예고를 한 뒤에 정말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사실 이런 뉴스가 표면화하기 얼마전부터 <퇴마록>을 국내편부터 세계편, 혼세편, 말세편까지 구버전(들녘)과 신버전(엘릭시르)을 번갈아가며 읽었고, 새버전(반타)이 출간되고서 운좋게 전집을 선물받아서 또다시 읽고 있던 중이었다. 그래서 새버전 리뷰를 준비중이었는데 진짜 <신 퇴마록>이 출간되었기에 이 책을 먼저 리뷰하려고 한다. 긴 이야기는 더 필요 없을 것이다. 바로 책 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신 퇴마록 신세편 1> 관점 포인트 : 이우혁 작가는 <신 퇴마록>의 구상을 이미 30년 전부터 해왔다고 밝혔다. 그럼 좀 일찍 풀어...쿨럭쿨럭. 암튼 총 10권으로 구상했단다. 이번 '신세편 전 3권', 이어지는 '마세편 전 3권', 그리고 '창세편 전 4권'으로 말이다. 하지만 말세편 이후 무려 20여 년만에 중단을 끊고 이야기를 새로 이어가다보니 올드팬에게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원조 퇴마사들'이 뒷전으로 물러나고, '퇴마사들의 후예'가 서사를 끌어가는 방식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싶다. 말세편의 마지막 장면을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그야말로 '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신 퇴마록>은 저자도 밝혔다시피 전작을 다 읽지 않은 독자들이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이야기를 풀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직접 읽어보니 얼마간 수긍되는 점도 있다. 그러나 진정한 <퇴마록>을 즐기고 싶다면 '전작'을 모두 읽어보길 권한다. 원조 퇴마사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까지 음미하고 이해하고 싶은 독자라면 말이다.
그럼 어디까지 읽어야 할까? 새버전(반타)으로 국내편 전 2권, 세계편 전 3권, 혼세편 전 4권, 말세편 전 5권, 그리고 외전 전 3권까지 총 17권을 다 읽어야 한단 말인가? 이틀에 한 권 꼴로 읽어도 무려 한 달내내 읽어야 할 분량이다. 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아쉽게도 없다. 다 읽어야 '퇴마록의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고, 가장 중요한 '퇴마사의 자격'을 논하는 것에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2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 <신 퇴마록>이 나오고 무리 없이 흥행을 이어갈 수 있던 까닭도 바로 '1000만 독자'가 이미 <퇴마록>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대한민국 국민 5명 가운데 1명 꼴로 읽었단 얘기다. 그리고 20세기 말에 20~30대 독자들이 이제 40~50대가 되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두터운 '베이비 부머 세대'를 정확히 관통한 소설이기에 가능한 얘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MZ세대에겐 생소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들은 월드컵 4강 신화마냥 대한민국 축구가 그토록 엄청난 위업을 쌓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없는 세대인 것과 맥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이런 MZ세대들이 조금이나마 부담없이 <퇴마록>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바로 애니메이션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직 단 한 편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그 애니메이션의 후속작이 속속 나오게 된다면 '퇴마록의 세계관'이 다시 한 번 불타오르며 대유행을 이끌어가게 될 것이 틀림없다. 우리에게도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못지 않은 '판타지 서사'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도 콤팩트하게 전편을 읽고 넘어가고 싶다면 <국내편>에서 '하늘이 불타던 날', '파문당한 신부', '태극기공', '귀검 월향', 그리고 '생명의 나무'를 읽고 바로 <세계편>으로 넘어가서 퇴마사들의 영능력이 점점 향상되는 것에 눈여겨보고, <혼세편>에서 등장하는 '종말의 예언'과 <말세편>으로 이어지는 '말세의 도래'를 직감하며, 이 모든 것이 수천 년 동안 이어진 '악마의 계획'이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또는 이를 막기 위한 두 세력간의 치열한 공방의 틈바구니에서 4명의 퇴마사들이 어떤 활약을 하고, 어떤 신념으로 버텨왔는지 눈여겨보길 권한다. 그리고 난 뒤에야 '신세편'에서 4명의 퇴마사들이 왜 '스승님'이라 불리며 악마들조차 '퇴마사의 존재' 자체에 치를 떨고 혀를 내두르는지 십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신 퇴마록>의 주된 스토리는 <퇴마록 외전 3>에서 이미 한차례 언급한 바 있다. 말세편의 마지막 대목에 장준후를 제외하고 나머지 퇴마사들이 모두 스러져가는 것이 '기정사실'이 되어버린 시점을 되돌릴 수 있는 엄청난 '개입'이 있었다. 일종의 '신'이 공정해야 할 의무를 벗어던지고 '편파적'으로 퇴마사들의 편을 들어서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퇴마사들을 살려내는 '기적'이 벌어진 것이다. 이 시점부터 이우혁 작가는 자신의 작품속 세계관을 둘로 나눴다. 그 첫 번째 세계관이 구현된 작품이 바로 얼마전에 출간된 <파이로매니악>이고, 두 번째 세계관이 바로 <퇴마록 신세편>인 것이다. 두 세계관의 차이점은 'SF'와 '판타지'라고 소개할 수 있겠다. <파이로매니악>에서는 비현실적인 내용은 싹 걷어내고 '과학적으로 구현 가능한 세계관'을 구축했고, <퇴마록 신세편>에서는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관점에서 '인간세상에서 상상 가능한 세계관'을 구현해냈다. 이런 차이를 합리화시킨 방법이 '양자역학적 원리'라는 대목이 눈길을 끌지만, 그냥 살짝 눈감아줘도 괜찮다. 이걸 따지기 시작하면 작품에 몰입하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암튼 <신 퇴마록>에서는 퇴마사들이 살아남고 퇴마사들이 구현했던 영능력은 보존된 반면, 여타의 다른 영능력을 가진 이들은 모두 소멸하거나 능력을 빼앗긴 상태로 남게 되었다. 유일한 예외가 '해밀턴(아하스 페르츠)'이고 말이다. 그래서 퇴마사들이 살아남은 세상은 '대위기' 이후 20여 년 동안 평화로운 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 대위기를 꾸몄던 악마들조차 감히 영향력을 미칠 수 없는 공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악마들은 다른 꿍꿍이를 펼쳤다. 일명 '마도서'라고 불리는 '그리모어'를 통해서 퇴마사들이 존재하는 세상에 '악의 씨앗'을 퍼뜨렸던 것이다. 그리고 그리모어는 점점 악으로 세상을 물들이며 퇴마사들을 향해 조여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악의 근원인 대악마조차 퇴마사들 앞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굴복했기 때문에 악마들은 퇴마사들과 맞짱(?)을 뜨는 방식으로 대결하려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퇴마사들을 단박에 옭아맬 수 있는 방식으로 공략법을 달리 했다. 그건 바로 공정해야 할 신이 편파적으로 개입하여 '인간에게 유리한 판정'을 내렸으니, 이 경기는 원천적으로 무효이고, 퇴마사들에게 '반칙패'를 물어 궁극적으로 인간세상에 더는 개입할 수 없게 옭아매겠다는 작전을 펼친 것이다. 이게 무슨 소린가 싶기도 하겠지만, 원래 악마들은 '신'의 반대 개념이 아니라 신의 열렬한 추종자들이었다는 얘기다. 애초에 신이 만든 세상이 여덟이었고, 그 가운데 '마계'에는 악마들이, '생계'에는 인간들이 따로 살았다는 얘기다. 이 여덟 개는 '우주 8계'라 불리며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엄격히 구분되는 경계를 구분하고 있었다. 그런데 퇴마사들이 죽음에 이르러 자연스러운 순리대로라면 '생계'에서 '사계'로 가야 마땅했고, '마계'의 악마들도 자신들의 대척점에 서서 싸웠던 퇴마사들이 자신들과 친숙한 구역인 '사계'로 들어서는 것으로 말세의 예언이 실패한 것에 대한 위안으로 삼으로 했다. 그런데 신의 의지를 담은 '성계의 존재'가 느닷없이 등장해서 '생계'에서 소멸되어 마땅한 퇴마사들을 다시 살아나게 만들었기 때문에 이는 명백히 공정해야 할 신이 편파적인 개입을 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주 8계의 대원칙'이 무너진 셈이니, 마계의 악마들이 생계의 인간들의 영역에 침범해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한들 아무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펴는 셈이다.
나가는 글 : 맞다. 이는 악마들이 즐겨쓰는 '궤변'이다. 악마들은 자신들이 수천 년에 걸쳐 공들여서 짰던 말세의 계획이 퇴마사들에게 깨어지자, 퇴마사들에게 분풀이를 하려고 트집을 잡고 있는 것이다. 정말 치졸하지만 이것이 <신 퇴마록> 전편에 흐를 거대한 서사의 핵심이다. 그리고 이런 서사가 <퇴마록>에 푹 빠지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왜냐면 악마들이 저지르는 치졸한 꿍꿍이가 '인간세상'에서 펼쳐지는 극단적인 음모론을 주장하는 이들과 맥을 같이 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들의 음모론도 유심히 들여다보면 나름의 논리정연함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이들이 바라는대로 냅둬서는 절대 안 되는 까닭도 명백하다. 그들의 논리정연함에 빠져 그들의 주장대로 세상이 돌아가면 결국 세상이 '혼란'에 빠지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주장을 펼치는 이들의 결론은 늘 '세상의 파괴'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다 파괴하고 남은 자리에서 무슨 정의를 따지고, 공정함을 따질 수 있겠느냔 말이다. 그냥 모두가 죽고 죽여서 아사리판으로 만들자는 술책일 뿐이다. 이것이 바로 이우혁 작가가 말하는 '악마들의 궤변'이다.
그런데 여기서 더욱 놀라운 사실은 '악마'들이 열렬한 신의 추종자라는 사실이다. 악마들이 살고 있는 '마계'는 신의 뜻대로 맹렬하게 추종하며 신의 가르침을 단 하나도 어기지 않고 저들끼리 평화롭게 지낸다는 사실이다. 정말 놀랍지 않은가? 그러면서 악마들은 '생계'에 살고 있는 인간들이야 말로 '악마답다'면서 인간들이 파괴를 일삼고, 혼란을 부추기며, 서로 갈등하고 싸우는 일면을 꼬집으며 신에게 고자질하며 '생계'에 벌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단다. 과거의 세상에서는 '생계의 혼란'이 악마들이 개입해서 발생한 것이라고쳐도 이번 세상에서는 악마가 '생계'에 개입할 방법조차 없었는데도 생계에 극도의 혼란과 싸움이 멈추지 않고 있음은 '생계의 인간'이야말로 신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는 실패작이라는 명백한 증거라면서 말이다.
물론 이 또한 '악마의 궤변'이다. 인간들이 살고 있는 '생계의 특징'은 애초에 불완전이었다. 그래서 삶 자체가 고통의 연속이었고, 그런 고통을 극복한 이들이 행복을 느끼고, 반대로 좌절한 이들이 불행을 느끼는 것 또한 생계의 특징을 아주 잘 보여주는 케이스다. 그런데 이런 생계의 특징이 보여주는 빈틈을 파고 들어 혼란을 더욱 부추기고 싸움을 극단적으로 몰아가는 것이 '악마의 특징'이 아니겠느냔 말이다. 그러나 악마들은 자신들의 잘못과 제 분수를 깨닫고 생계에 트집을 잡지 말고 저들의 세상인 마계로 되돌아가라는 깨우침을 퇴마사들이 '실력'으로 보여줄 것을 조심스럽게 예상한다.
이제 1권에서 보여준 에피소드들은 '예고편'에 불과하다. 스승님으로 불리게 된 '네 명의 퇴마사'는 자신들의 후예를 양성하여 또 다시 도래할 혼세와 말세를 대비하고, 대위기가 또 한 번 찾아오더라도 얼마든지 극복해낼 수 있음을 가르치게 될 것이다. 그래서 퇴마사들은 자신들이 '직접적 개입'을 하지 않고도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퇴마사들을 다시 살려낸 '신의 개입'이 옳은 일이었음을 증명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 가운데 '김양두의 활약'이 주목된다. 1권에서는 '엄살쟁이'로 첫 등장을 하지만, 그 증상의 근원이 '악마의 농간' 때문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김양두의 삶에 대반전이 이루어지고, 이 세상에도 엄청난 변화가 찾아오게 된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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