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꼬마 만복이> 안도현 / 한솔수북 (2014)
[My Review MMCCXCVII / 한솔수북 17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일백스물여섯 번째 리뷰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쓰던 시인 안도현 동화집 <시골 꼬마 만복이>다. 이 책의 공간적 배경은 '시골'이다. 건물들이 빽빽하고 사람들이 수북한 '도시'의 정경에 익숙한 요즘 어린이들에게 '시골'은 별다른 공간으로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시골조차 최근에는 점차 높다란 아파트가 들어서고 공장부지와 상업용지가 대규모로 들어서면서 점차 옛날 정겨운 풍경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깊고 깊은 시골마을은 인구가 감소하여 60~70대가 '청년회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고령화 되었단다. 이들도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할텐데, 전통적인 '농업'이나 '어업', '축산업'만으로는 산업경쟁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선진국들처럼 점점 대규모 경영식 농장이 들어서야 겨우 먹고 살만한 수준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커다란 농장식으로 경영을 하게 되면 사람의 일손보다는 '기계'가 일손을 대신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우리가 낭만적으로 생각하던 '시골 풍경'은 더는 구경하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AI가 사람을 대신하게 되는 세상이 도래하면 또 시골은 어떤 풍경으로 바뀌게 될까? 그럼 책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시골 꼬마 만복이> 관점 포인트 : 이 책이 2014년에 초판이 출간되었으니 벌써 10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버렸다. 으레 하는 말로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은 괜한 것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서문에 적혀 있는 '지금 어린이들의 부모 세대가 겪었던 어린 시절 이야기'에 적혀 있던 10대 어린이조차 26년 현재에는 20~30대 청년이 되었고, 이들의 부모 세대들도 40~60대가 되어 버렸을 것이다. 그러니 이 책에서 묘사된 '시골 풍경'은 대한민국의 196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의 고풍스런 풍경일 뿐, 현재 어린이들이 시골이란 곳을 찾아가봐도 파란 하늘과 푸른 초원, 그리고 그곳에서 뛰어놀던 풀벌레들은 찾아보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물론 잘 찾아보면 방아깨비, 메뚜기, 꿀벌, 제비 등을 찾아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허나 야생 꿀벌은 말할 것도 없고 '양봉 꿀벌'조차 기후변화로 인해서 '개화시기'가 현저히 바뀌어서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고, 제비는 정말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우리 나라를 찾아오지 않는 귀한 철새가 되고 말았다.
또한, 어린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고향으로 방문했더라도 그곳이 '시골'일지는 장담하지 못할 것이다. 그곳에서 동네꼬마 아이들과 하루종일 뛰어다니며 놀던 풍경은 더더욱 찾기 힘들 것이고 말이다. 전국이 '저출산 고령화 문제'로 인해 인구절벽을 체감하고 있는 지금 수도권에서조차 학교 교실에서 한 반에 30명을 채우지 못하는 학년이 부지기수라고 한다. 과거 70~80년대 한 학년당 15개 학급을 운영하며, 한 학급에 70~80명으로 정원초과하여 교실에서 수업 받지 못하고 복도에 나가서까지 수업을 들어야 할 정도였던 '과밀 현상'이 새삼 추억속에서 정겹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그래서 시골에서조차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은 정말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수도권에서도 골목에 뛰어노는 아이들이 없는 판국이니 말이다.
이런 상황이니 요즘 어린이들이 이 책을 읽고 '부모 세대', 아니 '조부모 세대'의 정겨움을 공감할 수 있을까? 이제 태어난 지 6개월이 지나가는 내 어린 조카 때문에 새삼스럽게 '어린이책'을 다시 뒤적거리고 있는데, 이 책을 읽어주면 'SF공상과학소설'을 읽어주는 격이 될 것 같다. 먼 미래로 떠나는 것이 아닌 머나먼 과거 여행을 떠나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나가는 글 : 시인이 쓴 동화는 '철학적 깊이'를 담고 있기 마련이다. 안도현의 <연어>를 읽고 있으며 '회귀 본능'을 갖고 있는 연어의 삶과 고난, 그리고 죽음에서 깨달을 수 있는 깊은 여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작가가 쓴 <시골 꼬마 만복이>도 그렇다. 우리네 어린 시절은 자연속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었고, 수많은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며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정서를 발달시킬 수 있었다. 누가 가르쳐주는 것도 없이 말이다. 그렇게 '자연'과 '또래 친구'가 인생의 스승 역할을 대신하면서 뛰어놀면서 배우는 정겨운 풍경을 자아냈던 것이다.
하지만 급속도로 발전한 '산업화'로 인해 도시인구는 급격히 늘어난 반면, 시골인구는 급격히 줄어들게 되었다. 이른바 '이촌향도 시대'였던 것이다. 그걸 안도현 시인은 점점 잊혀지는 아름다운 풍경이라 여기고 이 책 <시골 꼬마 만복이>를 통해서 기억속에서나마 잊지 않게 하려고 애를 썼다. 허나 10여 년의 세월이 흐른 26년 현재에는 더는 그런 '시골 풍경'을 찾기 힘들게 되었다. 아이들도 산과 들로 여기저기 뛰어놀지 않고 아파트단지에서 학교로, 학교에서 학원으로, 그리고 밤늦게 다시 아파트숲으로 되돌아오는 바쁜 나날을 보낼 뿐이다. 더구나 방학을 맞으면 시골로 가기보단 '해외여행'을 떠나 더 넓은 세상으로 눈을 넓히러 떠나곤 하니 '정겨운 시골 풍경'을 어릴적 추억으로 간직하는 어린이는 더더욱 없을 것이다.
딴에는 '소꿉놀이'하는 어린이도 없는 듯 싶다. 마당에서 나무와 돌로 살림살이를 장만하고 흙으로 밥과 반찬을 마련해서 너는 엄마하고 나는 아빠해서 어설픈 어른 흉내를 내던 동네꼬마들이 요즘에도 있기는 할까? 그렇게 어릴 적에 '소꿉놀이' 좋아하던 내 여동생도 느즈막히 딸아이를 낳고서 힘겨운 육아생활에 하루하루가 고되서 지쳐 나가떨어져 매일매일 울먹이고 있는중이다. 그런 내 조카가 조금 더 커서 '소꿉놀이'하고 있는 정겨운(?) 풍경을 기대할 수 있을까? 수십 만원대 '전동 조리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플라스틱 채소와 과일 세트를 장난감 칼로 썰어대며 '경력'을 쌓아 케이크와 쿠키를 오븐에 구워내는 '파티쉐'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을 보며 주방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상상'이 더 쉽게 연상되는 건 왜일까?
그래도 적어도 난 이 책속에 등장하는 '만복이'처럼 놀면서 자랐다. 앞으로 10년 뒤에 초등학생이 된 내 조카에게 이 책을 보여주면서 "외삼촌과 너희 엄마가 어릴 적에 만복이처럼 놀면서 자랐단다"하고 추억을 이야기해줄 수 있길 바란다. 정말 대한민국이 빠르게 변하고 있구나 실감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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