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로매니악 2> 이우혁 / 반타 (2026)
[My Review MMCCLXXVIII / 반타 6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일백일곱 번째 리뷰는 가장 차가운 기술로 가장 뜨거운 복수를 완성해가는 <파이로매니악 2>다. 복수를 하는데 이렇게까지 '정교'할 필요는 있을까 싶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그럴 수 있겠다 싶기도 하다. 분명 '복수'와 '테러'는 구분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복수가 '가능하다'는 전제를 아래에서도, 죽이고 싶은 놈만 딱딱 집어내서 죽여야지 '불특정 다수'를 위험에 빠뜨리거나 아무런 원한 관계도 아닌 '억울한 죽음'이 발생한다면, 그건 제대로 된 복수가 아니라 그저 분풀이에 불과한 테러가 명백할 따름이다. 그렇기에 제3자가 복수 행위자를 납득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계획되고, 준비되고, 정교해야만 한다. 이 책 <파이로매니악>은 그걸 동아줄로 삼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살인을 '미화'하는 악취미가 가득한 소설이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책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파이로매니악 2> 관점 포인트 : 동훈, 영, 희수 세 사람은 자신들을 뒤쫓고 있는 고일문 검사와 영상을 통해서 서로의 진심을 확인한다. 사실 '범죄자'와 '법조인'이 서로 대등한 관계에서 마주 앉아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더 황당한 것은 그 둘이 서로 갖고 있는 '단서'를 짜맞춰서 진짜 나쁜놈을 밝혀낸다는 설정이 넌센스이긴 하다. 하지만 이 책 <파이로매니악>을 읽다보면 이런 황당한 설정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범죄자의 심리에 동조하고, 그들의 정의로움에 새삼 감탄하면서 응원하게 된다. 이게 그 유명한 '스톡홀름 신드롬'이라는 걸까? 물론 검증된 바는 없지만, 극한의 공포심을 느낄 수 있는 환경속에서 사람들의 심리는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동조하는 경향이 있고, 심지어 '사랑'에 빠지는 경우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사실 동훈과 영, 희수는 사람을 함부로 죽이는 '살인범'이 될 이유가 없던 평범한 일상을 살던 사람들이다. 물론 이들은 '방산기술', '신문기자', '해커' 등의 전문적인 능력을 갖춘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자기 분야에서 나름의 '커리어'를 자랑하 실력자들이었는데, 우연히 대한민국의 방산기술을 적국에 빼돌려서 이익을 취하는 일당이 저지른 사건에 휘말리면서 목숨마저 빼앗길 뻔했고, 심지어 저들이 저지른 매국노와 다를 바 없는 범죄행각을 '누명' 썼고, 그로 말미암아 동훈, 영, 희수의 가족들은 저들의 윗선인 '권력자'의 말 한마디로 싸늘한 시신이 되었다. 그것도 동훈, 영, 희수가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가 발각되자 '불리한 증거'를 지워버릴 목적으로 자신들의 가족들마저 살해한 파렴치한 괴한으로 탈바꿈시킨 것이었다. 그리고서 세 사람은 '자살'을 했다고 언론에 거짓정보를 흘렸고, 저들은 세 사람을 '확인사살'하려고 군병력까지 동원했던 것이다. 그러니 이런 억울한 사연을 듣고 세 사람을 동정하지 않을 사람이 있고, 저들 매국노와 다를 바 없는 악당들과 그들의 뒷배를 봐주고 엄청난 이익을 챙기면서, 자신은 이들을 이용하는 비용으로 '세금'을 펑펑 써서 자신은 돈 한 푼 쓰지 않는 괘씸한 권력자에게 분통을 터뜨리지 않을 사람도 단언컨대 없을 것이다.
이렇게 독자들은 범죄자를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런데 말이다. 아무리 사랑하게(?) 되었다고 해서 그들이 저지르는 '사적 복수'에 찬성할 수 있을까? 물론 명분은 이해할 만도 하다. 왜냐면 진짜 나쁜놈들, 위에 설명했던 그런 나쁜놈들만 딱딱 골라서 살인을 저지렀기 때문이다. 그것도 고도의 정밀함을 요구하는 '첨단기술'을 이용해서 완전범죄에 가까울 정도로 은밀하게, 그리고 짜릿함을 느낄 수 있게 폭탄을 이용해서 확실하게 복수를 하고 있던 것이다. 나쁜놈들 입장에서는 정말 두려운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반면에 진짜 나쁜놈만 골라서 핀셋으로 정교하게 집어내듯 죽이는 살인자가 있다면 얼마나 유용할지 상상하는 재미도 있고 말이다.
그래서 고일문 검사도 자칭 '파이로매니악'이라고 부르는 이들의 억울한 사연을 듣고 '협조(?)'하고픈 욕구가 생겼다. 하지만 이는 자신의 신념과 맞지 않았다. 아무리 억울한 일을 당했더라도 정당한 재판을 통해서 나쁜놈들을 벌을 줘야지, 사적인 복수, 그것도 살인을 저지르는 일을 동조는커녕 방관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고일문 검사는 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장본인'이 누구인지 정보를 알려준다. 현직 검사로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지만, 파이로매니악이 하는 일에는 '인정'했기 때문이다. 바로 우길영이라는 최고통치자의 자문 역할을 하는 '실질적인 실세'를 제거하는 것이 대한민국에 큰 이득이라고 결론이 섰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직 검사인 자신은 감히 할 수 없는 일이지만, 파이로매니악은 제거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의 신념에 위배되는 일이기에 파이로매니악에게 협조는 할 수 없었고, 그저 응원하는 선에서 그쳤지만 말이다.
나가는 글 : 하지만 이는 심한 '판타지 세계관'속에서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아무리 '허구적 사실'이 지배하는 소설속이라도 살인자들이 '사적인 복수'를 하려는데, 여기에 동조하고 응원하는 '현직 검사'가 있을 수 있겠느냔 말이다. 더구나 파이로매니악이 저지르는 살인행각은 너무 끔찍하다. 사람의 죽음, 살인하는 과정, 그리고 살해 당하는 묘사가 너무 폭력적이라는 것이 문제다. 이우혁의 또 다른 소설 <바이퍼케이션 : 하이드라>에서도 그런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서 조금 꺼리던 차였는데, 새로 개정된 <파이로매니악>은 '하드코어 고어물'의 정점을 찍은 듯 하다. 구판에서도 <파이로매니악>의 동훈과 영이 매번 살인을 저지를 때마다 정신적, 육체적 괴로움을 표하며 죽어 마땅한 놈들을 죽이는 것에도 '죄책감'에 몸서리를 치곤 했는데, 개정판에서는 그런 장면이 거의 등장하지 않아서 살짝 실망했다. 구판에서는 직접 찾아가서 '근거리 살인'을 저질러야 했기에 동훈과 영이 느끼는 고통이 극심했고, 죄책감을 씻고 복수심을 벼리기 위해서 동료들과 다툼을 벌이고 일탈을 하는 장면묘사도 많았는데, 개정판에서는 드론을 딜리버리해서 '원거리 살인'을 저질렀기 때문에 그런 고통과 고뇌, 죄책감 따위를 별로 느끼지 않는 것 같아서 실망했다. 이래서야 독자로 하여금 살인범을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 그들의 예술적인 살인행각을 응원할 수밖에 없지 않느냔 말이다. 대한민국 첨단방산기술을 적국에 헐값에 팔아넘기려는 '매국노'를 처단하는데, 잔인하게 살인을 저지른다고 미워했다가는 독자들이 매국노를 옹호하는 꼴이 되니 응원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게 된 셈이다. 이런 불편함이라니...
그렇기에 정치권력이 부패하는 것을 국민들이 철저히 감시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런 정치집단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을 수 있는 청렴하고 공정한 '사법부'가 필요한 것이다. 비단 '판사와 검사'만이 깨끗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법조인'이라면 누구라도 공정한 판결을 믿고 맡길 수 있도록 맑고 깨끗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국민들이 충분히 검증할 수 있는 제도를 개선해야지, 그렇지 않고서 '사법부의 독립' 운운하고 있다면, 결국 대한민국은 우길영 같은 매국노를 절대 뿌리 뽑지 못하고, 국민들은 애국을 하면서도 '매국노'들만 배불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파이로매니악>에서 그런 청정하고 공정한 '법조인'이 대활약하고, 그런 법조인에 의해서 매국노도 뿌리 뽑고, 파이로매니악도 공정한 심판을 받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랐는데, 이야기가 그렇게 진행되지 않아 많이 아쉽다.
물론 대한민국 범조인들이 모두가 맑고 깨끗하며 청렴, 공정하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판타지'인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파이로매니악'한 범죄자를 만들 게 아니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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