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가치함의 심리학 : 무가치하다는 감정과 싸우는 이들을 위한 심리 처방전> 네모토 기쓰오 / 최주연 / 문예춘추사 (2026)
[My Review MMCCLXIX / 문예춘추사 1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지 <책이 있는 구석방> 아흔여덟 번째 리뷰는 너무 겸손해야 한다는 강박을 떨쳐내고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이 담긴 <무가치함의 심리학>이다. 제목만 봤을 땐 AI 인공지능이 너무 발달해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조차 AI에게 다 맡겨버린 가까운 미래를 대비해서 '인간소외 현상'이 심화될 수 있으니, 설령 그런 참담한 일을 당한다하더라도 노여워하거나 슬퍼하지 말고 꿋꿋하게 '자기 가치를 증명하라'는 내용으로 짐작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자신감을 잃고 자포자기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서 쓴 '자기계발서'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이 책은 우리 나라보다 '일본인의', '일본인에 의한', '일본인을 위한' 심리학으로 봐야 할 것이다. 왜냐면 일본인은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상당히 많이 위축되어 있고, 그로 인해서 일본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내용이 나와 있기 때문이다. 그 근거로는 일본인은 스스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가치가 없다'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전체를 100%로 보았을 때, [남자 50 / 여자 60]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한국을 비롯해서 미국, 중국 등에서는 남녀 모두 10~20% 사이에 불과했다. 이게 뭘 의미하는 걸까? 그럼 책 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무가치함의 심리학> 관점 포인트 : 이 책에서 말하는 '무가치함'이라는 뜻은 '가치가 없다'는 의미로 읽어도 되지만 '자기존중을 하지 않는다'로 읽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굳이 명사형으로 꼽는다면 '좌절감'으로 해석해도 의미가 상통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어느 누가 자신의 가치를 한껏 낮추어 잡고 스스로를 비관하며 살아갈까? 언뜻 생각해보면 그런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고, 있다하더라도 그냥 찌질한 사람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왜냐면 한국인들은 자기 자신을 '무가치하다'고 여기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오히려 너무 기세등등한 편이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절대적으로 기가 죽으면 안 된다는 국룰(?)이 있을 정도다. 이를 테면, "아니, 왜 우리 애를 기죽이려고 하는 거예요? 틀렸어도 혼내지 마세요! 무조건 칭찬만 하란 말예요!! 선생이고, 뭐고, 우리 애 기죽이면 내가 가만 안 둘거야. 당신 각오해요!!!" 이런 억지를 부리는 것이 일상일 정도니, 우리 사회에서는 스스로를 '무가치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웃 나라인 일본 사회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폐(弊)를 끼치면 안 된다'는 것을 너무 강압적으로 가르치려다보니 어릴 적부터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이 너무 강해 '경각심'마저 들 정도인 것이 오히려 폐단이 된 듯 싶다. 살다보면 가까운 이웃이나 친구끼리 서로 실수를 할 수도 있고, 신세를 끼칠 수도 있는데, 일본은 이를 극도로 싫어하고, 그럴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것이 더 낫다고 할 정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탓이 단단히 한 몫 한 듯 싶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은 이렇게 남에게 폐를 끼치는 사람을 '온전치 못한 사람', '자기 몫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 따위로 취급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루스 베네딕트가 쓴 <국화와 칼>에도 그런 일본 문화를 소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에게 폐나 끼치는 모자란 사람이 되지 말자는 경향이 강한 사회에서 남들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는', 아니 '비교 당하는' 일이 너무 많다보니 스스로 '무가치하다'는 생각까지 하는 이들이 높은 비율로 존재하는 듯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일본인들의 병폐 현상을 해소하고 건강한 심리상태로 되돌리기 위해서 써낸 책이 <무가치함의 심리학>이 아닌가 짐작해봤다. 애초에 AI시대에 도래할 위험요소인 '인간 불필요'가 실현될 때를 대비한 책이 아니었기에 이런 저런 상념에 빠져들어서 요런 죠런 생각들을 떠올려 보기도 했다. 그 결과는 한국 사회에서도 병폐현상으로 등장한 '청소년 자살'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뉴스를 떠올리게 했다. 이들이 왜 젊은 나이에 끔찍한 선택을 하게 되었던 것일까? 그건 한국사회가 대단히 '완벽주의'에 대한 강박이 심하고, 조금이라도 흠이 잡힐까봐 전전긍긍하게 만드는 불안요소가 있다는 증거다. 그래서 완벽하지 않을 바에야 '살 가치가 없다'는 섣부른 결론에 다다랐고, 그 결과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던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는 이 책이 조금 쓸모가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닌 게 아니라, 이 책에서도 일본 가정에서 벌어지는 '완벽함을 요구하는 부모'가 자기존중을 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엄격한 양육 환경 속에서 숨쉴 여유도 없이 자녀를 다그치고 닥달하게 되면 자녀의 자존감이 오히려 위축되면서 스스로 자신을 평가절하하게 되고, 그럼으로써 자기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은둔하게 만들어 '사회부적응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고도 했다. 이는 비단 한국과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다. 잘못된 양육으로 소중한 자녀가 스스로 비관하게 만드는 경우가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서구사회처럼 법적으로 해결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특히나 동양의 사고가치관으로는 '내 자식, 내 마음대로 키우겠다는데 누가 상관할 수 있는가?'라는 생각이 너무 팽배하기 때문이다. 너무 강한 잘못된 신념이 자녀를 망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부모에게 미치지 못한다면 다른 어느 누구도 섣불리 간섭할 수 없는 것도 문제이긴 하다.
그래서 자기 스스로 '가치가 없다'고 여기거나 '자존감이 낮다'고 생각이 든다면, 이런 '열등감'을 당연하다고 여기지 말고 스스로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자기 긍정마인드'를 가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실현가능성도 굉장히 높다고 글쓴이도 여러 임상과 관련 기사를 들어서 주장하고 있다. 그럼 스스로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워야 한다. 둘째는 스스로 무력해지려는 마음과 작별해야 한다. 셋째는 일상에서 보람을 느끼도록 인생 설계를 해보는 것이다. 넷째는 성실하고 꾸준하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자아실현을 성취해보는 것이다. 다섯째는 나를 사랑하듯 남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여섯째는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쾌락을 즐길 줄 아는 성숙한 어른이 되는 것이다. 마지막 일곱째는 지금까지 앞서 해온 자신을 무한 신뢰하는 것이다. 어떤가? 해볼만 한가? 사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막 어려워서 도망치고 싶을 정도는 아닐 것이다.
나가는 글 : 속된 말로, 사람은 누구나 '자기 멋'에 취해서 살아간다. 저 잘난 맛을 즐길 줄 알아야 진짜 즐거운 인생이란 뜻이다. 그런데 자기 스스로 '가치 없다'고 느끼는 사람은 이런 즐거운 인생을 맛보지도 못하고 저승으로 가는 지름길을 찾으려 애쓰는 셈이다. 인생는 '게임'이 아니다. 맘에 들지 않는다고 '다시 시작'하거나, 함부로 '끌' 수도 없다. 잘나든 못나든 그냥 사는 것이 인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왕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좀 멋지게 사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살아야 멋지게 사는 인생일까?
사람마다 멋지다는 기준은 다르겠지만, '자기 존중'만큼은 꼭 필요할 것이다. 이 세상에 '아무런 가치가 없는 사람'은 없다. 평범한 사람보다 '더 잘난 것'이 많아서 인기인이 되고 탑스타가 되어 호의호식을 누리는 특별한 사람도 있겠지만,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은 '자기 나름대로, 저마다의 개성을 살려, 자기만의 멋을 부리며' 살아간다. 이런 멋만큼은 그 누구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다. 아니 감히 건드리게 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게 하는 마음이 바로 '자존감'이다. 반대로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마음에 상처를 내거나 아프게 하면 '좌절감'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허나 그렇다고해서 '가치가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리고 그 판단은 남이 함부로 내릴 수도 없다. 만약 그 누가 당신을 '가치 없는 사람'이라고 폄하한다면, 결코 참아선 안 된다. 만약 상대가 너무 강하고 무서워서 당장 치고 받고 싸워서 이길 자신이 없는 상황이라면 조금 시간이 걸리는 방법이지만, 3~40년간 오래 참다보면 결국 그 상대가 늙고 병들거나 이미 죽게 된다. 그때 분연히 일어나서 '자존감'을 드높이면 된다. 그러니 결코 자신이 '가치 없는 사람'이라고 섣부른 결론을 내리지 말고, 자신만의 가치를 내세울 만큼 강심장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당신을 그럴 가치가 충분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