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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있는 구석방
  • 브로콜리지만 사랑받고 싶어
  • 별다름.달다름
  • 13,500원 (10%750)
  • 2021-12-13
  • : 20,285

<브로콜리지만 사랑받고 싶어 : 초등1학년 국어교과서 수록 도서> 별다름, 달다름 / 키다리 (2021)

[My Review MMCCLXIII / 키다리 1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지 <책이 있는 구석방> 아흔두 번째 리뷰는 초등1학년 국어교과서에 수록된 도서 <브로콜리지만 사랑받고 싶어>다. 나 어릴 적만해도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채소는 '당근'이었다. 그래서 각 가정의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당근을 먹이기 위해서 '김밥'과 '볶음밥'을 거의 매일 싸주다시피 하는 정성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에는 바뀐 모양이다. '브로콜리'로 말이다. 나 어릴 적에는 들어본 적도 없는 채소였는데 말이다. 그럼 '브로콜리의 매력'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책 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브로콜리지만 사랑받고 싶어> 관점 포인트 : 그림책의 스토리는 간단하다. 브로콜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아주 충격적인 뉴스를 접하게 된다.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채소 1위에 올랐다는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난 것이다. 이를 본 브로콜리는 울상이 되었다. 그래서 브로콜리는 노력을 한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으로 분장도 해보고, '변신'도 해보고, 심지어 '이름'까지 바꿔보려 애쓴다. 하지만 브로콜리이기 때문에 사랑받지는 못했다. 그렇게 모든 노력이 실패로 끝나고 생을 마감할 각오를 하고 '브로콜리다운 음식'을 마지막으로 남기려고 사라지려던 찰나, '그 음식'을 맛본 아이가 "맛있다!"는 한마디에 브로콜리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행복은 느끼게 된다는 이야기다.

아무래도 그림책이다보니 복잡한 플롯이나 다양한 캐릭터가 나오지 않는 간단한 이야기였지만,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채소'에서 '아이들도 좋아하는 맛있는 음식 재료'가 된 것으로 충분히 행복을 느낀다는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이야기가 묘한 감동을 준다. 그리고 '나다운 것이 가장 멋지다'라는 주제도 분명하게 전달되어서 좋았다. 초등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에 실릴 만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을 것이다. 초등 저학년은 사회교과를 따로 배우지 않는다. 왜냐면 아직 '인지발달과정' 상 3인칭 다수에 대한 사고력 확장이 힘겨운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이 '나'라는 개념이다. 하지만 이것이 쉬운 듯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개념이다. 왜냐면 10세 미만의 어린이들은 '자아형성'이 미숙하기 때문이다.

흔히 어린이들은 '자기중심적인 이기주의'로 똘똘 뭉친 존재로 인식하곤 하는데, 그럴 수도 있지만 대개는 아직 '자아'를 구분하지 못한다. 쉽게 말해서 '나'와 '너'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냥 뭉뚱그려서 '나'라고 생각할 뿐이다. 그래서 어린이들은 '내맘'을 몰라주는 사람에게 징징거리면서 투정을 부리기 일쑤다. '나와' '너'의 구분이 명확하게 가능했다면 그런 투정을 부릴 것도 없이 쿨하게 행동할 것이다. 그러다 문득 '나'와 '너'의 차이점이 눈에 띄면서 서로서로 다른 존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깨치면서 '다른 사람과 다른 나'라는 존재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나다움'이다. 나는 이런 존재야. 나는 이런 성향이야. 나는 이런 걸 좋아하고 저런 건 싫어해. 그게 바로 나야...바로 이런 깨달음이 생기면서 비로소 '사회개념'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에 접어드는 것이다. 그때가 대개 초등 3학년 시절이다. 그래서 이때부터 '사회교과'를 가르치기 시작하는 것이다.

다시 돌아와서 초등 1학년에 '나다움'을 깨우칠 수 있다면 대단한 거다. 왜냐면 이때쯤에는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심한 '따라쟁이'이기 때문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 자기만의 취향이 뭔지 잘 몰라서, 그저 남이 하는 것을 무작정 따라하기 바쁘다. 그래서 종종 자기 손에 들고 있는 장난감을 스르륵 내려놓고 다른 아이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달라고 떼를 쓰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다 막상 그 장난감을 손에 넣었다고 하더라도 또다시 다른 아이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탐내며 울먹이기 시작하는데, 그게 바로 '나다움'을 깨우치지 못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기 취향이 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남 흉내만 잔뜩 부리는 시기가 바로 초등 1학년 시기이기도 하다.

물론 전혀 문제가 없는 행동들이다. 적당한 시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깨우치고 올바른 훈육을 거쳐 또래 친구들끼리 사이좋게 지내고, 어른들 말씀 잘 들으라는 예의범절을 가르치면 자연스럽게 배우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정작 문제는 '나다움'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가 가장 잘하는 것, 또는 그런 장점을 뽐낼 수 있는 것, 자기만의 특기를 사랑하는 것 등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면 점점 나이가 들어서도 '정체성 혼란'까지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가는 글 : 그런데 바로 이 책 <브로콜리지만 사랑 받고 싶어>가 그런 '나다움'의 가르침을 아주 잘 전달하고 있다. 브로콜리가 가지고 있는 효능은 그야말로 대단하다. 세계 10대 푸드에 속해 있으면서 온갖 영양소가 고르게 갖춰져 있어서 충분히 섭취하면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가장 기본이 되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항암 성분'까지 갖추고 있어서 그야말로 필수섭취 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재료가 아이들 입에는 잘 맞지 않아서 '어린이 기피대상 1위'가 되는 불명예를 받고 있다. 비단 브로콜리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1위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브로콜리'가 우리 밥상에서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 음식재료인지 반대급부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만약 우리 밥상에 자주 올라오지 않는 음식재료였다면 아이들이 '브로콜리'라는 이름조차 알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거 1위였던 '당근'은 아주 잘게 썰어서 당근인줄 모르고 먹일 수 있는 방법이 있었지만, '브로콜리'는 아주 잘게 썰어도 브로콜리인 것이 딱 티가 나기 때문에 그 방법으로는 힘들 것이다. 대신에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맛있다!"라는 음식에는 브로콜리가 정말 딱이다. 정확하게 브로콜리 맛이 나지만 맛있게 맛이 어우러져서 최고의 맛을 내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될 수 있겠지만 말이다. 암튼 이 책의 주제인 '나다움'과 함께 '세계10대푸드'라는 명성에 걸맞는 브로콜리의 뛰어난 효능도 함께 알아나가면 아주 훌륭한 독서지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편식이 심한 어린이들에게 '브로콜리'처럼 사랑받는 존재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라면서 '경쟁의식'을 살짝 토핑으로 얹으면 아이들의 편식 습관도 고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만화영화 <뽀빠이>에서 어린이들이 먹기 싫어하던 '시금치'를 먹고 힘센 사람으로 거듭나는 것처럼 말이다. 어린 시절 나도 <뽀빠이> 덕분에 맛없는 시금치를 원 없이 먹어 봤다. 이 책을 읽고 아이들이 '브로콜리' 먹고 사랑을 원 없이 받길 바라는 깜찍한 소원을 빌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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