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톡 7> 무적핑크 / 와이랩(YLAB) / 문학동네 (2024)
[My Review MMCCLX / 문학동네 43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지 <책이 있는 구석방> 여든아홉 번째 리뷰는 분명히 '아는 삼국지'인데도 이색적인 삼국지연의를 맛볼 수 있는 <삼국지톡 7>이다. 삼국지에서 '천하의 대세'는 조조에게로 모인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조조를 중앙으로 놓고 사방팔방에서 벌어지는 다채로운 군웅들의 할거를 차분히 정리하면서 감상하면 너무 많은 인물이 등장해서 복잡하기만 한 삼국지도 얼추 정리가 되면서, '찐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된다. 더구나 '관도대전' 이전에는 꼭 알아두어야 할 영웅들이 상당히 많이 등장하는 관계로 수많은 세력들이 서로 각축전을 벌이는 상황이 펼쳐져서 매우 어지러울 수 있다. 허나 이런 문제도 '조조'를 중심으로 놓고 이야기를 풀어가면 어렵지 않게 정리할 수 있다. 그런데 <삼국지>에서 진짜 주인공은 다름 아닌 '유비'다. 그렇기에 조조를 중심에 놓고 읽는 삼국지가 솔직히 재미는 떨어진다. 그런데 아쉽게도 '유비'를 중심으로 놓고 이야기를 정리하면 재미는 보장하지만, 정리하기는 힘들 것이다. 유비가 정처없이 떠도는 것도 못마땅한데, 여포고, 조조고, 원술이고, 원소고...이놈 저놈 모두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면서 유비세력은 어렵사리 모였다고 다시 흩어지길 반복하는 통에 정작 '이야기'는 산으로 가는지 바다로 가는지도 모르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참에 '조조'를 중심에 놓고 삼국지를 감상하는 방법을 터득하길 바란다. <삼국지톡>이 아주 좋은 '교본'을 제공하고 있으니 참고하면 더 좋겠고 말이다. 그럼 책 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삼국지톡 7> 관점 포인트 : 7권의 주요 이야기는 '서주대학살'을 저지른 뒤 조조는 여포에게 빼앗겼던 '연주성'과 '복양성'을 되찾고 겨우 '근거지 정비'에 들어간다. 쫓겨난 여포는 유비를 찾아가 환대(?)를 받으며 '소패성'에 머물게 된다. 이렇게 조조와 유비는 서로 '숨고르기'에 들어가면서 각각 근거지로 확보한 '연주'와 '서주'를 재정비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이때 조조와 유비의 스타일이 완연히 다른점을 찾을 수 있다. 조조는 부족한 식량을 구하기 위해서 '황건적 잔당'이 머물고 있는 소굴을 소탕하면서도 '곽가'와 '허저'라는 인재를 등용하는데 열을 올리는데 반해서, 유비는 우여곡절 끝에 서주성의 주인이 되면서 '자기 사람'을 더욱 챙겼고, 그 바람에 태평성대에 버금가는 치세를 펼치자 서주의 백성들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게 된다. 조조는 '패왕'이 되기 위해서 거듭 전쟁을 일삼으며 자신의 세력을 더욱 확장하고 단단히 하는데 치중한 것에 비해서, 유비는 오랜 전쟁과 난리를 겪은 뒤에 '대학살'까지 끔찍하게 겪은 서주 백성들을 보살피는데 더 공을 들이며 마치 태평성대가 찾아온 듯이 백성들을 안정시키고 달래는데 역점을 두었다.
이렇게 완전히 다른 스타일로 자신의 근거지를 다스린 결과는 어땠을까? 세력의 힘은 조조의 압승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유비는 비록 패배하더라도 '백성들의 신망'을 얻어내는 기이한 결과를 낳았다. 훗날 조조는 이런 결과를 치가 떨리도록 '질투'하게 된다. 천자를 손아귀에 쥐고 온 세상에 자신의 권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는데도 백성들은 '조조'를 두려워할 뿐, 진정으로 고마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비는 싸우는 족족 패배하고 늘상 굴종적인 태도를 보이는데도 백성들은 '유비'를 존경하고 따르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는 7권에서 '서주 대명문가 미축'의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조조가 휩쓸고 간 서주는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었건만 끝내 조조에게 굴복하지 않으려 했다. 반면에 서주 백성들은 자신들을 구원하러 한달음에 달려온 유비에게 더욱 의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유비는 서주의 새 주인이 되어서도 백성들을 깍듯하게 대우하며 잠시나마 태평성대를 누릴 수 있게 노력한다. 이 모습에 감동이라도 한 것일까? 미축은 자신의 전재산을 '유비'에게 올인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의 여동생까지 유비와 혼인시키면서 말이다. 그리고 이 때의 인연으로 미축은 끝까지 유비와 함께 한다. 그 바람에 전재산을 홀랑 다 날려버리기도 했지만 결코 배신하지 않았다. 이게 유비가 가진 매력이었던 것이다. 암튼 이 짧은 태평성대를 누리던 시기에 고향 친구였던 '간옹'이 합류하고, 내정 능력이 뛰어난 젊은 인재 '손건'이 합류했고, 이들도 유비와 평생을 함께 하게 된다.
반면에 조조는 어땠나? 자신의 고향 연주까지 갖다바치며 재기를 도왔던 '진궁'이 결국 떠나버리고 말았다. '여백사 살인사건' 때 겨우 참았던 분노가, '서주대학살'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진궁은 '자신의 선택'이 틀렸음을 직감했던 것이다. 조조에게는 오직 '실리'만 있을 뿐, '인덕'을 쌓을 생각조차 없다고 말이다. 그나마 '사람'처럼 보였던 것도 원소에 비해서 '가진 것'이 쥐뿔도 없었던 시절뿐이었다. 그 까닭은 그야말로 빈털털이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자고로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했는데, 조조는 오히려 곳간이 텅텅 비어야 겨우 '사람구실'했던 것이다. 그것이 안쓰러워서 진궁은 고향인 '연주'에서 조조를 재기시키는데 성공하고, 조조에게 '성공'을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말라고 조언까지 했는데, 그 결과가 '서주대학살'이었던 것이다. 조조는 자신이 가진 힘으로 세상을 굴복시키고 군림하려는 야욕만이 가득했던 셈이다. 이를 미리 간파하지 못하고 오히려 부추긴 꼴이 되었으니 '진궁'의 자책감은 하늘을 찌를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그런 까닭에 진궁은 조조를 물리칠 수 능력이 충분한 '여포의 책사'를 자처했다. 괴물을 상대하기 위해선 '괴물'이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이다.
한편, 원술은 손책에게서 뺏은 '전국옥새'로 황제에 오를 야욕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 밑작업으로 손책을 앞세워서 '강동땅'을 평정하도록 명령했고, 손책은 이 명령을 충실히 따른다. 이때 손책은 '육씨 가문'을 멸문시켰고, 아직 어린 '육손'과 만나게 된다. 훗날 '이릉대전'에서 유비의 분노에 맞서 손권에게 엄청난 대승을 안겨준 소년 대장군이 될 그 어린이였다. 한편, 힘은 좀 쓰지만 공부를 하지 않아 멍청한 '여몽'도 이때 합류하게 되는데, 손책은 아직 '독립'은 하지 못했지만, '기회'만 잡는다면 언제든 날개를 펴고 훨훨 날아갈 준비를 마친 셈이다.
그리고 그 기회는 우연찮게 찾아온다. 그 기회는 다름 아닌 조조가 '천자'를 손에 넣은 것으로 시작 되었다. 이곽과 곽사에게서 탈출한 헌제를 조조가 맞이해서 모시게 되었고, 쑥대밭이 된 낙양을 뒤로 하고 '허도'에 황제를 모시게 되면서 조조는 '승상'이란 직위와 황제의 '보호자' 칭호까지 얻어내며 실질적인 권력을 손에 쥐는 위력을 대외적으로 표방한 것이다. 여기에 자극 받은 것이 '전국옥새'를 손에 쥔 원술이었다. 하늘 아래 두 명의 황제는 존재할 수 없다는 '자존심'을 내세우며 조조를 공략하기 위한 발판으로 '유비'를 공격했던 것이다. 마침 조조는 황제의 명을 빌려서 유비에게 원술 토벌을 명한다. 그렇게 유비와 원술이 서로 피터지게 싸우는 사이, 여포는 빈집이나 다를 바 없는 '서주 공략'을 서두르고, 손책은 자신이 정벌한 '강동땅'에서 독립을 꿈꾼 것이다. 이렇게 대륙의 판도는 '군웅할거의 몫'으로 남겨 두게 되었고, 각 지역의 영웅들은 '저마다의 꿈'을 펼치기 위해서 전쟁을 하고 또 했다.
나가는 글 : 이 대목에서 가장 안타까운 영웅은 다름 아닌 '여포'다. 가장 뛰어난 영웅이었음에도 '이렇다'할 위업을 보여주지 못하고 '제멋대로' 살다가 죽임을 당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여포의 능력'에 반에 반만이라도 다른 영웅들에게 있었다면 '역사'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조조에게 '여포의 능력 반의 반'이 전해졌다면 그야말로 동탁을 능가하는 가혹한 통치자가 되었을 것이다. 남의 힘을 빌릴 것도 없이 '제 손'으로 모든 것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빈틈없이 실천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조는 키 작고 왜소한 신체를 가졌기 때문에 '포악한 성정'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자신이 직접 손수 나서서 행하지 않고 언제든 '다른 사람'을 이용(?)해서 관철시키길 즐겼다.
반면에 '유비'에게 있었다면 어땠을까? 성정이 착한데 힘까지 무시무시하게 가지고 있었다면 '착한 영웅의 대명사'가 되었을 것이다. 마음씨는 착한데 '자긴 능력'이 형편 없어서 남에게 빌붙어 살았고, 옳지 못한 일을 목격하고도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서 굽히고 또 굽히는 굴욕적인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비가 '여포의 능력 반의 반'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나쁜놈'만 골라서 떼찌떼찌 해줬을 것이니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한편, 원소에게 '그 능력'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흠냐 상상하기 싫다. 원소는 '콤플렉스 덩어리'로 보아도 좋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원술의 아버지와 몸종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원소는 태어나면서부터 '얼자 콤플렉스'라는 신분적 억압을 받고 자랐다. 그래서 정식으로 '원씨 가문'에 인정받기 위해서 친부친모도 아닌 '양자'의 처지에서 도합 '6년상'을 치르고 난 뒤에야 겨우 '프린스 원소' 행세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말이 '삼년상'이지 찌는 듯한 무더위와 애는 듯한 맹추위 속에서 '얇은 홑겹'만 입고, 먹는 식사라고는 잡곡과 풀데기만 먹으며 겨우 목숨만 연명할 지경이었으니, 그 시절의 아픔이 뻐에 사무쳤을 것이 뻔하다. 이런 '악바리'가 여포의 능력을 갖게 되었다면, 대단히 음흉한 야심가가 되었을 것이다. 세간의 눈치를 들키지 않는 선에서 '괴물' 같은 힘으로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이들을 손수 제거했을 테니 말이다. 대개의 <삼국지>에서는 원소가 '우유부단 모습'만 보이는 덜떨어진 캐릭터로 등장하지만, 실제 '정사'에서는 기민할 정도로 꾀가 많고 휘하 장수 또한 최고로 많았기 때문에 '식량창고'가 될만한 땅을 차지하게 된다면 '날개'를 단 듯 창공을 누비며 다닐 것이다.
이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색다른 삼국지'를 즐길 준비를 마친 셈이다. 7권에서는 '임팩트' 강한 이야기가 등장하지 않아서 '빌드 업'을 하는 느낌만 들었는데, 본격적인 이야기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으며, 그 시작을 제대로 알려주는 '관도대전'이 펼쳐진다면 이야기는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고, 벌어지는 에피소드도 더욱 흥미진진해질 것이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