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톡 2> 무적핑크 / 와이랩(YLAB) / 문학동네 (2020)
[My Review MMCCXVIII / 문학동네 30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지 <책이 있는 구석방> 마흔일곱 번째 리뷰는 무적핑크 <삼국지톡 2>다. 솔직히 1권은 별로였다. 무적핑크만의 독특함은 살아있었는데 재미는 그닥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2권을 읽으니 <삼국지톡>만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건 바로 '디테일'이었다. 나처럼 웬만큼 <삼국지> 스토리를 줄줄 꿰는 독자라면 '기본 서사'만으로는 감흥을 별로 느끼지 못한다. 더구나 '만화'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대부분의 '만화 삼국지'는 기본 서사에 충실하기보다는 '과감한 건너뛰기'로 핵심포인트를 잡고 줄거리를 이어가면서도 오묘한 '함축적 효과'를 선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본 서사'만 보여주는데도 '만화 컷'을 다 잡아먹기 때문에 엄청난 분량 폭발로 '종이책 10권' 분량이 '만화책 60권'으로 불어나는 것은 누워서 떡 먹을 정도로 식은죽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삼국지톡>은 그런 함축적 효과를 내세우기보다는 '기존의 서사'에 부족한 디테일을 더욱 꼼꼼하게 채우며 이야기의 '빈틈'을 꽉꽉 메우면서 '개연성'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었다. 그 덕분에 기존의 <삼국지>를 읽으면서 의아했던 부분이 속시원히 이해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애초에 소설 <삼국지연의>는 빈틈이 너무 많고 억지로 지어낸 이야기가 너무 많다. 그래서 앞뒤 맥락이 엉망진창이 되기 일쑤여서,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 <정사 삼국지>로 비교하면서 읽어야 그 빈틈을 메울 수 있고, 이야기의 '개연성'을 살릴 수 있는데, <삼국지톡>은 그럴 부담을 확 줄이고 오직 이 책 <삼국지톡>만 읽어도 '정사'와 '연의'를 한꺼번에 읽는 효과를 맛볼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이야기'를 읽는 맛이 훨씬 살아났다. 그래서 재미도 있었고 말이다. 책속으로 풍덩 빠져보자.
<삼국지톡 2> 관점 포인트 : 2권의 줄거리는 유비군이 황건적의 잔당을 물리치고 혁혁한 공을 세우지만 권세를 잡고서 국정을 농단하고 매관매직을 일삼으며 백성의 고혈을 쫍쫍 빨아잡수시던 '십상시'를 처단하기 위한 명분을 쌓던 원소의 이야기까지 이어졌다. <삼국지> 좀 읽으신 분들이라면 더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아도 대충 알아들으실 것이다. 그렇다고 <삼국지> 초보 독자여서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하더라도 아무 상관이 없다. 기본적으로는 '만화책'이니 그냥 스토리를 따라만 가도 충분히 재미를 느끼며, 등장인물들 간의 갈등과 긴장감이 폭발하여서 읽는 재미를 더 할테니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 <삼국지톡>의 주인공은 유관장 삼형제로만 잡은 것이 아닌 듯 싶다. 물론 유비, 관우, 장비가 주인공으로 스토트라이트를 잡을 땐 확실히 살려낼 것이지만, 아시다시피 이야기 초반에는 '유관장 삼형제'는 그야말로 흙수저인 탓에 아무 곳에서도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비실거리기만 할 뿐이다. 그나마 스토리 극초반에는 '반동탁연합'에서 화웅과 여포와의 대결에서 반짝 빛을 보일 뿐이라서 진정한 주인공으로 등장하려면 아직도 먼 셈이다. 제갈량을 만나 '적벽대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형주라는 영지를 얻어야만 비로소 유비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럼 2권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다름 아닌 '원소'다. 그리고 조연은 '조조'이고 말이다. 후한의 수도 낙양의 주인은 '영제'다. 영제는 무능한 임금이었고, 그로 인해 환관의 무리가 권세를 잡고서 '황제의 이름'을 앞세워 자기들만의 이익을 챙기며 나라를 망치고 있었다. 황건적이 등장한 계기도 바로 '무능한 황제(영제)'와 '무도한 환관 무리(십상시)' 때문에 백성들이 살기 힘들어서 차라리 도적이 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황건적의 난이 얼추 정리가 될즈음, 영제가 흥청망청 놀아나다가 그만 체력이 다해서 죽고 만다. 새로 황제가 될 사람은 영제의 자식인 '유변(소제)'과 '유협(훗날 헌제) 두 아들 중 하나였다. 그런데 유협의 어머니 후궁 왕씨는 이미 불귀의 객이 된 지 오래였다. 그래서 영제의 어머니였던 '동태후'가 죽은 후궁 왕씨를 대신해서 '유협'을 돌봐왔는데, 영제가 불현듯 훙하고 말자 영제의 아내였던 '하태후의 아들, 유변'이 새 황제로 등극하게 된다. 그렇게 대장군 하진이 여동생인 하태후와 소제의 뒷배를 받아 '병권(군사력)'을 장악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 권력은 '십상시'들에게 있었다. 이에 대장군 하진은 십상시들을 몰살시켜버리려 한다. 여론이 워낙 좋지 않았기에 '명분'은 충분했다. 백성들은 황건적이 들끓게 된 까닭으로 무능한 임금 탓을 하기 보다 무능한 임금이라도 제대로 보필하지 않아 더욱 국가를 위기에 빠뜨린 원흉 '십상시'를 미워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장군 하진은 낙양의 군사를 움직여 '십상시'를 처단하려 들었다. 그러나 십상시들이라도 가만 있을 턱이 없다. 더구나 황궁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이미 '십상시들의 눈과 귀'로 활약하던 이들 때문에 쉽사리 움직일 수 없었다. 여기에 더해 눈치 빠른 십상시들은 재빨리 '하태후의 치맛속'으로 들어가 목숨만 살려달라고 애걸한다. 그렇지만 십상시들이 이런 굴욕을 참지는 않을 것이다. 당장은 목숨을 구걸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본색을 드러내고 '하씨 남매'를 죽이고 새 황제 '소제'를 헛바지 사장으로 앞세우고 또다시 저들만의 세상에서 군림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대장군 하진은 죽게 되지만, 2권에서는 아직 목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원소와 조조'는 어떻게 등장하고, 무슨 작당을 했을까? 사실 원소와 조조는 모두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이것이 <삼국지연의>에는 자세히 나와 있지 않아서 초반 스토리에서 궁금증을 자아내는 부분이 참 많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정사 삼국지>를 읽으면 되지만, <삼국지연의>를 읽으면서 <정사 삼국지>까지 비교하면서 읽는 독자가 얼마나 되겠느냔 말이다. 암튼 원소와 조조의 컴플렉스는 무엇일까? 원소는 원씨 집안의 정실부인에게서 난 자식이 아니라 몸종에게서 난 자식이라 '서자'보다 못한 '얼자' 출신인 것이 콤플렉스였다. 대대손손 정승을 하던 '원씨 가문'이라 원소도 왕자 못지 않게 떵떵거리며 살았지만, 이는 남들이 보기에만 그랬던 것이다. 원씨 집안 안에서는 '천한 핏줄'을 타고났다며 다른 형제들(특히, 원술)에게 심한 따돌림을 받았다고 한다. 한편 조조도 원래 성씨는 '하후 씨'라고 전해진다. 그런데 조조의 아버지 조숭이 그 당시 잘 나가던 환관 '조등'의 양자로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조조의 성씨가 '조 씨'가 된 것이란다. 그런데 때가 어느 때이던가? 십상시 덕분에 '환관 출신'이라면 욕이란 욕은 다 처먹던 시절이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환관 출신'이기 때문에 십상시가 권세를 잡고 있던 시절에 '조조'는 출세길이 활짝 열려 있을 정도였단다.
이렇게 천대 받는 핏줄로 인한 심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던 두 사람은 우습게도 어릴 적 친구로 지낸다. 물론 나이는 원소가 더 많다. 하지만 원소는 귀공자처럼 자랐고, 조조는 천하의 망나니로 온갖 개구쟁이 짓은 다 하고 다녔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중앙정계에 나아가 '국록'을 받는 처지가 되자 십상시로 인해 한나라가 망할 것 같은 위기감에 휩싸이자 원소와 조조는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십상시'를 처단하고 새 세상을 밝히려 노력하게 된다. 그러다 대장군 하진에 의해 '십상시 처단 작전'에 참여하게 되었고, 작전 개시 직전에 어처구니 없이 죽임을 당한 하진의 대신해서 '처절한 복수'를 하는 과정에서 원소가 앞장 서게 된다.
나가는 글 : 그런데 여기서 동탁이 등장해서 '황제(유변)와 황자(유협)'를 볼모로 삼아 권력을 찬탈 당하게 되고, 원소와 조조는 다 된 밥에 재를 뿌린 격이 되는데, 여기서 대부분의 <삼국지연의>는 원소는 고향땅 기주로 되돌아가고 조조는 동탁의 심복이 되어 호위장교가 되는데, 별다른 보충설명이 없어서 의아했다. 그런데 <삼국지톡>은 이 부분을 아주 잘 설명하고 있다. 그 자세한 내막은 3권에서 설명이 되고, 2권에서는 그 전초전의 배경을 묘사하며 바탕을 다져놓았다.
그런 까닭으로 이야기가 꽤 탄탄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이런 식이면 이야기 진도가 꽤나 느려질 것이다. <삼국지톡>의 진짜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수의 인물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위촉오 삼국 정립'이 된 뒤에는 위나라 이야기, 촉나라 이야기, 오나라 이야기를 따로따로 해야만 할 것이고, 그나마 '앞뒤 시간과 맥락'을 맞추기 위해서 엄청나게 시공간을 오고가는 모양새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연 그것을 감당하며 스토리라인을 전개하면서, 동시에 재미와 흥미를 보장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왜냐면 '만화지면'이 비약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100권이라도 상관없이 '디테일'하게 서술해 낼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그렇다면 <삼국지톡>은 정말로 수작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