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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
  • 최강욱.최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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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15
  • : 30,012

<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 : 최강 형제가 들려주는 최소한의 정치 교양>  최강욱, 최강혁 / 한겨레출판 (2025)

[My Review MMCLXV / 한겨레출판 11번째 리뷰] 제목만 놓고 본다면 고개를 주억거릴 수밖에 없다. 보수의 최고 가치는 '지키는 것'이기 때문에 이로움을 추구하고 더 많은 이로움을 얻어내기 위해서 전통적, 수구적인 스탠스를 유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진보의 최고 가치는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의 것들 가운데 부족한 점이 많다고 여겨지는 것들은 다 솎아내고 새것으로 갈아 넣어 더 나은 것으로, 더 좋은 것으로 만들고자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바로 '의로움'이다. 기왕 좋은 것으로 바꾸자는데 한 치의 의혹을 남기거나 부정을 눈 감아주는 일 따위를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수는 이로운 것이고, 진보는 의로운 것이라는 '기본 공식'에 토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대한민국 보수'와 '대한민국 진보'가 정녕 기본 공식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역대 보수가 이로운 짓을 했던가 싶을 정도로 온통 독재와 부패로 얼룩져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대한민국 역대 진보는 의로운 짓을 했는가 싶을 정도로 언론은 뭇매를 때렸고, 여론은 곱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총체적으로 난망하기 그지 없고 엉망진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그럼에도 윤석열을 탄핵시킨 상황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은 코 앞에 닥친 위기를 나름 잘 선방했다. 물론 이제 '임기 1년차'인 새 정부에게 종합적인 평가를 내릴 수는 없겠지만, 앞선 정부에 비해서 임기 초 '국정 드라이브'를 잘 이끌고 있다고 칭찬하고 싶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주길 바라마지 않고 말이다.

그렇다면 이재명 정부는 '진보'일까? 그래서 '의로움'을 추구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왜냐면 이재명 정부만큼 '이로움'을 추구하는 대통령은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외교적 성과에서 극명하게 드러나지 않은가 말이다. 실질적 이익을 확실히 챙겼고, 미국 · 중국 · 일본 등과 같은 강대국이자 선진국으로 불리는 나라들 사이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굽히거나 꺾지 않으면서도 오히려 위상을 더욱 높이는 자세로 대한민국이라는 가치를 제대로 지켜냈기 때문이다. 이건 이 책에서 말하는 '이로운 보수'의 모습과 일치한 것이다. 그렇다면 여러 모로 이재명 정부는 '보수'로 봐야만 할 것이다. 그럼 전통적(?)으로 보수라고 자칭하던 '국민의힘'은 무엇으로 불러야 할까? 그 집단을 '보수'라고 부르기에는 대한민국 정당으로서 '이로움'을 전혀 추구하지 않고, 오직 '(저들 집단만의) 이익'을 위해서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질 않는다. 이렇게 '자기 이익'만을 위해 기득권 정치를 하는 집단을 전세계적으로 '극우'라고 부른다. 우리는 이제 '보수 여당'과 '극우 야당'이 대한민국 정치판을 흔드는 모습을 한동안 지켜보아야만 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대다수 이런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은 이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새는 '좌우' 날개로 '균형'을 맞춰 날아간다는 표현처럼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가 서로 건전한 견제를 하며 균형을 잘 잡아야 제대로 된 정치를 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 핵심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급한 문제다. 당장 '오른쪽 날개'를 맡은 여당은 건재하지만, '더 오른쪽으로' 치우친 날개는 하루빨리 부러뜨리고 '왼쪽 날개'를 맡을 새로운 정당이 새로 구축이 되어야 하는데, 현재 상황으로는 전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진보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는 마땅한 정당이 눈에 보이질 않기 때문이다. 그간 진보 정당을 도맡았던 '정의당'이 와해된 지금은 '조국혁신당'이나 '개혁신당'이 왼쪽 날개를 맡아야 할텐데, 이들 정당의 정체성은 여전히 '더불어민주당 2중대', '국민의힘 들러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진보에 걸맞는 '의로움'을 갖추지 못한 점이다. 물론 내년에 치뤄질 '지방선거'에서 조국혁신당의 약진이 기대가 되긴 하지만, 선거 결과는 여전히 한 치 앞도 전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내란 정국 수습'이다. 비상계엄이 일어난 지 1년이 지났고, 대통령 탄핵이 가결된 지 반 년이 다 되어 가지만, 여전히 '주요 가담자'에 대한 1차 재판 선고조차 나오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내년 1월중으로 선고를 내리겠다고 사법부가 밝혔지만, 너무 느리다. 다행히 '사형'이나 '무기징역'으로 정국을 빠르게 안정시킬 수 있는 '확신'을 준다면 다행이지만, 특검까지 마무리된 시점에서 어처구니 없게도 '구속 취소'라는 면죄부를 주거나 '15년 이하의 형'으로 사실상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다면 정국은 빠르게 경색될 것이고, 국민여론은 분노로 들끓게 될 것이다. 아직도 계엄을 '계몽'이라고 부르짓고, 야당의 국회점거, 입법독주를 막기 위한 '정당한 대통령 권한 행사'라고 망발을 내뱉은 행태를 자중할 줄 모르는 내란 세력들에게 '무죄 방면'과 다를 바 없는 낮은 형량을 재판부가 선고를 한다면, 국정은 빠르게 냉각할 것이고, 대한민국은 침몰을 할 정도로 대혼란에 빠져들게 뻔하다. 만에 하나 그런 위기를 모면한다고 할지라도 '비상계엄'이나 '내란', '외환'을 일으켜도 정치권력을 쥐고 있는 자에게는 '손해' 볼 일이 없는 장사라는 시그널을 주게 되는 아주 잘못된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다. 이는 역사적으로도 매우 부끄러운 기록으로 남을 것이며, 극우 집단에 의해 벌어질 난동은 걷잡을 수 없이 확장되어 대한민국은 결국 나락으로 빠져들고 말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 정세가 위태로운데, 간신히 '정상 운행'을 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흔들리게 되면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등 전통적인 강대국들이 제 이익을 챙기기 위해서 '대한민국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저들 멋대로 대한민국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릴 것이 틀림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윤석열 탄핵과 이재명 정부의 등장은 참으로 절묘한 타이밍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건 다 헷갈릴 수 있어도 '대한민국의 이로움'을 챙기는 보수 정당이 굳건해야 하는 것에는 우리 국민 모두가 확실히 인지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가 빠르게 수습하고 구축해야 할 것은 '왼쪽 날개'를 맡아줄 의로운 진보 정당이다. 늘 좋은 것을 추구하기 위해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움'을 추구하면서도 한 치의 부끄럼이 없는 '의로운 진보 정당'이 하루 빨리 출현하길 고대할 것이다. 그래야 가장 중요한 '균형 잡힌 국정 운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훌륭한 보수 정치인과 진보 정당이 출현하기까지 마냥 기다리면 될 것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훌륭한 정치인은 결코 스스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직 모든 국민들의 철저한 감시 하에서만 훌륭한 척을 할 뿐이다. 조금이라도 감시를 소홀히 했다가는 사기를 일삼는 '정치꾼'으로 전락하는 것은 순식간일 것이다. 또한 의로운 진보 정당이 출현하는 것도 '의로운 국민들'이 다수 형성되고 많이 요구될 때 비로소 만들어질 수 있다. 이로움도 좋지만 정치인이라면 모름지기 '의로움'에 있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는 마음으로 정치질을 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요구가 있어야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에 '진보 정당'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까닭도 많은 국민들이 '도덕이 밥 먹여 주냐?' 차라리 조금 더러울지언정 '이로움'을 챙겨주는 정치인을 찍어 주었기 때문에 진보 정당은 발을 붙이지 못한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이로움'보다 '의로움'을 더 높은 가치로 여기는 국민적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이다. 그런 국민의 목소리에 응답이라도 하듯 진보 정당은 새롭게 등장할 것이다. 이로움과 의로움이라는 '좌우 날개'로 대한민국은 푸른 창공을 훨훨 날게 될 것이다.

정치에 많은 관심 없더라도 '이 책'은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나의 정치 스타일이 '보수'쪽인지, '진보'쪽인지 궁금했다면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판가름'을 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또한, 확고한 정치 스타일을 이미 갖추고 있다면 '이 책'은 우리 나라의 고질적 정치 문제를 심도 깊게 읽어낼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허나 이런 '판가름'이 중요한 것은 절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상대쪽 스타일'에 대한 존중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내가 보수라면 진보의 주장에 대한 '근거'가 무엇인지 제대로 확인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할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내가 진보라면 보수의 주장에 대한 '이유'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고 적어도 그들이 '수구꼴통'인 것만은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 해줄 것이다.

대한민국은 1919년 3·1 운동을 기점으로 이듬해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탄생하였고, 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아 오늘날 대한민국사는 106년을 맞이했다.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 나라이지만, 대한민국이란 이름으로 민주정을 이끌어 온 지 고작 100여 년에 불과한 셈이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러움을 받는 '선진국'이며, 수많은 나라를 이끌어 가는 '선도국가'다. 이젠 초강대국으로 불리던 미국조차, 문화강국으로 불리는 유럽과 중국조차, 경제대국으로 불리던 일본조차 '대한민국'이란 이름 앞에서 자랑질을 하지 못하는 수준급 나라로 거듭났다. 이런 대한민국이 훨훨 날아갈 수 있게 '좌우 균형'이 절실한 때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인지하고 있으면 더 바랄 게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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