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동물대탐험 6 : 침팬지 쥬바의 탈출> 최재천, 황혜영 / 다산어린이 (2024)
[My Review MMCLV / 다산어린이 10번째 리뷰] 인간에게 '육식'은 꼭 필요한가? 꼭 필요하다면 '야생동물'도맛이 있으면 식당에서 판매하는 것에 동의하는가? 이 물음에 모두 '예'라고 대답했다면, 모든 인류는 향후 100여 년쯤 뒤에 멸종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도 아프리카에서는 '동물원'이나 '국립공원(사파리)'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에서 '멧고기 판매점'이라는 간판을 걸고 음식을 파는 식당이 운영중이라고 한다. 그곳에서 판매하는 '식재료'는 합법적으로 판매되고 있기는 하지만, 판매량이 너무 많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많단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 판매량이 무려 1만 마리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고기를 제공하기 위해서 대량사육하는 것도 아닌 '야생동물'을 허가를 받고 사냥을 한 뒤에 음식으로 만들어 파는 것인데, 연간 판매량이 무려 360만 마리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 이렇게나 많은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에 매우 심각하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뒤를 캐보니, 아니나 다를까! '야생동물(멧고기)'이라고 내놓은 고기의 상당수는 '불법적인 밀렵'에 의해서 닥치는대로 학살된 야생동물들이었던 사실이 밝혀졌다.
물론, 이 사실이 밝혀지자 전세계 '동물애호단체'는 성명을 내고 비난을 했으며, 아프리카 각국 정부들은 '진상 조사'를 밝히고 불법 밀렵을 엄중히 단속하며 개선을 하겠다고 앞다퉈 선언하지만, 이를 근절시키기란 매우 어렵다. 왜냐면 이렇게 끔찍한 학살로 희생된 야생동물을 '멧고기 식당'에 헐값에 넘기는 이들은 대부분 '빈민들'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가난한 이들이 생계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불법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고, 이들이 가난을 극복하지 못하는 까닭도 '독재정부'의 무능한 정치 탓이거나 '내전'과 같은 전쟁에 휘말린 탓이 크기 때문이다. 아무리 열심히 살려고 해도 살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불법 사냥'을 해서라도 생계를 해결할 수 있다면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아프리카 각국의 정세가 불안정하고 빈민구제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으면 아프리카의 야생동물 개체수는 날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런 비극은 비단 '아프리카'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야생동물을 불법으로 사냥해서 '별미', '보양식' 같은 이름으로 판매하는 일은 전세계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천연기념물'이나 '멸종위기종' 같은 수식어가 붙으면 '음식(?)값'도 덩달아 올라가기 때문에 근절되기는 힘든 처지다. 특히, 중국에서는 '전통(?) 토속음식'이란 변명을 늘어놓으며 전문밀렵꾼을 고용하고 불법이기에 불결한 환경에서 '최소한의 위생관리'도 하지 않고서 음식으로 조리해서 판매한다. 일본의 어민들은 자신들의 오랜 전통이라며 '돌고래'를 해안가에 가둬 '몰이사냥(대량학살)'을 한 뒤에 경매에 부쳐 판매하곤 한다. 이런 몰이사냥이 휩쓸고 지나간 뒤에는 바닷물이 온통 붉게 물들고 피비린내 같은 악취가 진동하는 살풍경이 오랫동안 이어진다고 한다.
이런 불법적인 야생동물 사냥으로 일어날 문제는 무엇일까? 개체수 감소만의 문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생태계 파괴'를 앞장 선 끔찍한 대가를 경고하기도 하지만, 2019년 중국 우한에서 시작하여 삽시간에 전세계로 퍼져 나간 '코로나19 팬데믹'이 벌어진 원인인 '인수공통감염'의 문제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사람'과 '동물' 간에는 바이러스를 공유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는 다른 동물에게 전혀 무해하고, 한 종의 동물을 감염시킨 바이러스도 사람에게는 감염시키지 않는 무해했다. 그런데 인류 역사상 '가축'을 길들이게 되면서 사람과 '가축' 사이에 '인수공통감염'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뭐, 복잡한 감염 매커니즘을 이해할 필요도 없다. 이런 '공통감염'이 일어나게 되는 원인은 100% '접촉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기에는 별다른 감염을 일으키지 않던 바이러스에 '(돌연)변이'가 발생하면서 사람과 동물 간에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슬슬 인류의 멸종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들 것이다.
아프리카도 마찬가지다. 그 드넓은 공간에 사람과 야생동물이 '한 곳'에서 밀접하게 살아가지 않았는데, 가난한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게 되면서 생계유지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인 야생동물 밀렵이 늘어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인수공통감염의 확률'도 점점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19'는 천산갑이나 사향고양이를 숙주로 했던 바이러스가 '박쥐'를 매개체로 삼아서 사람에게 전파되었던 것이다. 박쥐가 사람을 '공격'해서 감염이 된 것이 아니다. 사람이 박쥐를 '요리'해서 즐겨 먹다보니 두 종간의 '접촉 시간'이 늘어나게 되었고, 그러는 사이에 '변이'된 바이러스에 의해 '인수공통감염'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궁금증이 일어날 것이다. 제인 구달 같은 '침팬지 연구'를 위해서 함께 지내는 이들도 '접촉 시간'이 꽤 많을 것이니 '인수공통감염'을 일으킬 위험이 늘어나는 셈이 아니냐고 말이다. 놀랍게도 단순히 '함께' '같은 공간'을 쓰는 것만으로 '인수공통감염'될 확률은 아주 희박하다고 한다. 그러면 언제 그 확률이 높아지는 것일까? 바로 '요리'를 하기 위해 '죽은 사체(살코기)'를 만지고 썰고 다지고 볶고 삶고 끓이는 일련의 과정중에 '인수공통감염'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즉, 야생동물을 먹지 않으면 '인수공통감염'이 일어날 확률은 극히 적다는 얘기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지만, 굳이 부리지 않아도 될 욕심은 좀더 적극적으로 자제를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봐야 하지 않을까? 머나먼 여행을 떠나서 '흔치 않은 경험'을 하기 위해 야생동물 고기를 맛보는 낭만(?)까지 잡도리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낭만이 무려 '하루 평균 1만 마리의 야생동물'을 희생시키는 일이라면 심각하게 고민해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지금 인간이 즐겨먹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양고기' 정도로 충분히 만족할 수 있지 않겠느냔 말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침팬지 새끼'를 애완동물로 판매하기 위해 '어미 침팬지'를 사냥해서 멧고기로 판매한 뒤에 새끼는 애완동물을 원하는 인간들에게 값비싸게 판매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한 번의 사냥으로 '꿩 먹고 알 먹는 일타쌍피'..쿨럭쿨럭. 가난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야생동물을 먹거나 기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원인'이 된 문제가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그 원인을 발본색원할 필요성이 있다. 물론 이런 노력을 '직접적으로 해야 할 아프리카 각국 정부'가 나서야 할테지만, 그 정부가 무능하기 때문에 쉽사리 제대로 돌아갈 희망이 희박할 따름이다.
그럼 근본적인 원인을 없앨 좋은 방법은 없는 것일까? 우선 야생동물 보호가 멀지 않은 미래에 '인류 멸종'에 이르지 않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일이라는 사실을 널리 알려야 할 것이다. 어떤 운동이든 '인식의 변화'가 앞서야 하기 때문이다. 바다거북의 콧구멍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빼내는 영상이 전세계 '플라스틱 빨대' 퇴치에 가장 효과가 좋았고, 전세계적으로 '텀블러 사용'이 획기적으로 늘어나게 된 사례도 있으니, 야생동물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면 인류는 끝내 '멸종의 길'에서 벗어나지 못할 운명이라는 인식을 널리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인수공통감염'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는 사실로 널리 알려서 '경각심'을 키울 필요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아 있지 않느냔 말이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멸종위기에 놓인 야생동물을 살리기 위한 방법이 이렇게나 처절하고 우울한 방법 뿐이라는 사실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