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 과학자 프레니 3 : 투명 인간이 된 프래니> 짐 벤튼 / 박수현 / 사파리 (2022) [원제 : Franny K. Stein, Mad Scientist #3: The Invisible Fran (2004)]
[My Review MMLXVI / 사파리 6번째 리뷰]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굉장히 강렬한 것들이다. 크기에서 압도하거나, 힘이 굉장히 쎄거나 미모가 아름다운 것 등이 바로 그런 것이다. 이런 성향은 누가 가르쳐준다기보다는 '그냥 아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반드시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분히 '상대적'이며 아이들마다 나름의 '개인적인 취향'이 다른 만큼 제각각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직 미성숙하다는 이유를 들어 '아이들의 취향'을 훗날 '돈벌이에 유리한 것'으로 만들어주려 애쓸 필요도 없고, 단지 '아이들이 좋아하는 성향'을 잘 캐치해서 아이들 스스로 마음껏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점이 굉장히 중요하다. 부모님들이나 선생님들 가운데 굳이 '경제적인 성공'이 아이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이 든다면, 부모 자신들이 재벌이 되어서 아이들을 '재벌 2세'로 만들어주는 것이 더 확실한 방법일테고, 선생님이 '경제적 지식'을 풍부하게 쌓아서 아이들에게 '올바른 투자방법'으로 어른이 되었을 때 창업자본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훨씬 더 안정적이고 바람직할 것이다. 그런 훌륭한 어른들(!)이라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경제적인 성공'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자기만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라는 명백한 사실을 제대로 가르쳐야 할 의무가 있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책 <엽기 과학자 프래니> 시리즈를 읽다 보면 '괴짜 주인공'이 등장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우려를 먼저 걱정할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엽기 과학자 프래니'의 말과 행동이 엉뚱한 정도를 넘어서 '상식적'으로도 해서는 안 될 일을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모습을 엿보게 되기 때문이다. 이번 3편에서도 프래니는 학교 선생님의 수업시간에 '취미생활'에 대해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다른 아이들은 '아일랜드 전통춤 추기', '예쁘디예쁜 쿠키 만들기', '희귀한 우표 모으기' 등의 취미생활을 발표했는데, 그런 아이들에게 프래니는 아주 엉뚱하다 못해 기괴하고, 심지어 때려부수기까지 하는 '엽기 과학'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딴죽(?)을 걸었기 때문이다. 프래니 딴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엽기 과학'에 대해서 다른 친구들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것에 대단히 의아해하고, 그 때문에 매우 속상해하기까지 한다. 프래니 마음 속에서는 지난 1편과 2편에서 프래니 자신이 보여준 활약(!)에 대해서 친구들이 감명 깊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런 기대와는 다르게 아이들은 프래니가 좋아하는 취미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여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싫어하는 내색까지 비추는 모습에 짜증이 날 지경이었다.
그러다 묘수를 떠올렸는데, 프래니는 '카멜레온의 변신술(?)'에서 영감을 얻어 '투명인간'이 되는 약을 만들어서 직접 복용을 하였다. 프래니는 '엽기 과학자'였기 때문에 그런 일 정도는 아주 쉬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안정적(?)으로 투명인간이 된 프래니는 등교를 해서 학교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게 된다. 그리고서 '엽기 과학'에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친구들에게 다가가 '목소리'를 들려준다. 프래니가 투명인간이 되었기 때문에 실제로는 친구 곁에서 말을 한 것에 불과했지만, 아이들은 몸은 볼 수 없고 '목소리'만 듣고서, 그 목소리가 '자기 내면의 소리'라고 착각을 하게 되었고, 그 소리의 내용이 '엽기 과학을 좋아해야 한다'는 내용이었기에 친구들도 비로소 '엽기 과학'에 점점 빠져들게 되고 만다. 프래니로서는 정말 기분 좋은 일이었다. '엽기 과학'에 관심이 많아진 친구가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내면의 소리'를 듣고서 엽기 과학에 관심(?)이 생긴 친구들은 자신들이 '엽기 과학자'가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겉모양만 '엽기 과학자'가 되었을 뿐, 실제로는 '그럴 만한'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엽기 과학자의 흉내'를 내기 시작했는데, 마침 맞게 프래니가 자신의 취미인 '엽기 과학의 솜씨'로 만든 '머리 둘 달린 로봇'이 있었는데, 가짜(?) 엽기 과학자들이 그 로봇을 멋대로 '개조'하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실력은커녕 '기초 지식'조차 없던 어설픈 엽기 과학자들이 손 본 로봇의 상태는 어땠을까? 한마디로 엉망진창이었다. 로봇은 엉뚱하게 작동되기 시작했고, 엉뚱한 일만 저지르더니 끝내 학교 이곳저곳을 엉망진창으로 망가뜨리며 다니기 시작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프래니는 비로소 '자신의 실수'를 깨닫게 되었다. 저마다 잘하는 것이 같을 수는 없고, 각자 잘하는 것을 열심히 할 때 가장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서 자신의 로봇이 엉망진창으로 만든 학교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프래니 자신밖에 없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렇게 엉망진창 망가진 로봇이 학교를 더 많이 엉망진창으로 만들기 전에 막아낼 수 있을까? 혼자만의 힘으로 막을 수 없을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이 있지만, 로봇에 대해서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친구들이 과연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혹시 친구들이 '잘하는 것들'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과연 이번에도 프래니는 위기에 빠진 학교를 구해낼 수 있을까? 결말과 방법이 궁금하다면 직접 읽어보는 것이 좋다.
우리는 잘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을 아주 중요한 덕목으로 추켜세우곤 한다. 분명 맞는 말이다. '땀(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면서 어떤 분야든 잘 하는 사람(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1만 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굳게 믿고 있다. 하지만 이런 '땀'을 배신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바로 별로 노력하지 않는 것 같은데 뛰어난 실력을 뽐내는 '천재'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노력 대신에 '뛰어난 재주'를 가졌기에 그저 '즐기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그리고 천재 정도면 '즐기는 것'이 맞긴 하다. 그렇다면 '노력'보다 중요한 것은 '즐기는 것'이랄 수 있다. 근데 즐기는 것은 '천재들의 특권'이 아닌가? 솔직히 이건 아니다. 굳이 천재가 아니어도 '즐기는 것'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열심히 하는 사람'보다 '좋아하는 사람'이 더 뛰어나고, '좋아하는 사람'보다 '즐기는 사람'이 훨씬 더 나은 성과를 거둔다는 이야기도 '즐기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하는 말이다. 그렇다. 자신이 잘 하는 것을 즐기면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자세인 것이다. 그러면 굳이 천재가 아니어도 뛰어난 성과를 얻을 수 있다.
그렇기에 아이들에게 '노력'의 아름다움을 가르치되, 그 노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즐기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물론 아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충분히 깨닫고 난 뒤에야 가능한 일이다. 자신의 소질이 무엇이고, 재능은 무엇이며,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잘 인지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될 것이다. 그걸 깨닫기 위해서는 '친구들의 개성과 취향을 존중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내가 보기에 '시시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대하지 않고, 정말 좋아하고 잘 하는 것을 하고 있을 때 정말 즐거워하는 '친구의 표정'을 잘 캐치해야 자신이 잘 하는 것도 쉽게 찾을 수 있기 마련이다. 자신도 '그런 행복한 표정'을 짓게 만드는 일이 반드시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잘 모르겠어도 '친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친구들이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한 표정,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 분명 힘들어 죽을 것처럼 지친 기색이 명백한대도 열정을 뿜뿜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감탄할테니, 이런저런 취미를 겪으면서 진정으로 자신에게 딱 맞는 일을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엽기 과학자 프래니>를 읽으면서 정말 이런 깊은 생각까지 할 수 있을까? 앞서도 말했지만 아이들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흠뻑 빠져드는 '무엇'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그것을 마음껏 즐기게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아이들도 성장을 하면서 자연스레 '옥석'을 가리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왜냐면 각자 나름의 '견문'을 쌓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그런 '견문'과 '실력'을 갖추고 깊은 고민에 빠졌을 때,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 물론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사람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부모님과 선생님 들이고 말이다. 그때 무슨 말을 하며 도움을 줄 것인가? 그저 '돈 많이 버는 방법'에만 골머리를 썩히고 있는 자신의 실패담(?)만 들려줄 것인가? 아니면 미약한 점이 없지 않지만 나름 '인생을 즐기면서 행복하고 보람 되게 살고 있는' 자신의 성공담(!)을 들려줄 것인가? 정답은 뻔하지만 '취향 존중'은 해드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