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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있는 구석방
  • 복숭아 토끼
  • 김지윤
  • 17,100원 (10%950)
  • 2023-05-10
  • : 479

[My Review MCMXXXVI / 반달(킨더랜드) 1번째 리뷰] 사실 '유아'와 '어린이', 그리고 '청소년'에 대한 정의는 굉장히 모호하다. 몇 살, 몇 개월부터 정확하게 어린이와 청소년을 구분할 것인지, 그 구분을 '나이'로 할 것인지, '지능수준'으로 할 것인지, '인지발달'이나 '정서발달'로 정할 것인지, 그 어떤 것도 우리 사회는 정한 것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미성년에 속하는 아이들을 유아, 어린이, 아동, 소아, 청소년, 미성년 등등 다양하게 부르고 있으며, 여기에 무슨 기준을 따른 것인지 명확하게 밝힌 적도 없다. 그저 '학령'을 기준으로 만6세부터 초등학교 학생으로 부르고, 6년 동안의 초등교육을 2년 단위로 나눠서 '저학년(초등1,2학년)', '중학년(초등3,4학년)', 그리고 '고학년(초등5,6학년)'으로 부르는 것을 가장 선호하는 편이다. 그리고 초등학교에 입학 전을 '유아'로 부르고, 중학교에 진학한 이후부터 '청소년'이라고 부르길 선호하는 경향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사실 이런 구분법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단지 학년에 따른 '교과편성'을 달리 했을 뿐, 정작 이를 받아들이고 배우는 '학생들의 수준편차'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6세 아이들인데도 어떤 아이들은 이미 초등3학년 수준의 학업능력을 갖추고 있는 반면에, 어떤 아이들은 '한글'과 '셈'도 제대로 떼지 못하는 이상한 현상이 공존하게 되고, 실제로 1학년 학생들의 수업내용은 '한글'도 떼지 못한 학생은 전혀 이해하지 못할 뿐더러, 그 내용의 '수준'도 어른이 겨우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고난도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학교는 아이가 들어갔는데 공부나 숙제는 학부모가 도맡아서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심지어 담임선생도 학습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에겐 '별도의 학원(공부방) 수업'을 듣고 학교에 보내주길 바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도대체 학교선생들은 뭘 가르치는...쿨럭쿨럭

각설하고, '그림책'은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 아이들만 읽는 책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많아서 서론이 길어졌다. 하지만 적어도 '초등3학년'까지는 그림책을 부모님과 함께 읽으며 '배경지식'과 더불어서 '감성지능'까지 함께 익히는 것이 바람직할 정도다. 특히 '침대맡에서 부모가 읽어주는 그림책'은 아이들에게 '정서안정'에도 매우 효과적이다. 그러니 '그림책'은 어린 시절에 절대적으로 많이 읽어주는 것이 아주 유용하다. 그렇다고해서 '다양한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도 아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 서너 권을 반복적으로 읽어줘도 무방하다. 오히려 '익숙한 이야기'가 아이들을 안심시켜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늘 새로운 이야기를 읽어주어야할 부담감을 덜게 되어 부모님의 얇아진 지갑 걱정도 날려 버릴 수 있다.

그럼, 아주 어릴 때는 부모가 대신 읽어주는게 맞겠지만, 한글을 떼고, 스스로 책을 읽을 나이가 충분히 되었다면 '그만' 읽어줘도 무방한 것은 아닐까? 정답은 '반반'이다. 물론 아이가 스스로 읽는 것을 좋아한다면 그리해도 좋다. 하지만 부모님께 읽어달라고 조르는 아이라면 계속 읽어주는 것이 더 낫다. 이때 부모가 사정이 있어서 읽어줄 수 없다면, 아이에게 '지금은 읽어줄 수 없는 사정'을 충분히 설명해주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 "네 나이가 몇 살이데, 아직까지 응석을 부리는 거야", "이젠 너도 컸으니 스스로 읽는 습관을 들여야 해"라는 이유를 들면서, 억지로 떼어내려고 한다면, 아이가 '독서'를 싫어하는 계기로 작동할 수도 있으며, 아이의 정서에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그러니 젖을 떼고, 이유식으로 넘어가는 시기처럼 윽박지르며 반강제적인 상황을 연출하기보다는 아이가 스스로 책을 읽으려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부모와 함께 책을 읽으며 즐기는 시간을 오래 끌고 나가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학부모가 '그림책'에서 아이들에게 읽어주어야 할 것이 무엇일까? '그림책'은 글보다 '그림'이 우선인 책이다. 그러니 '글자'만 읽어주는 단순한 독서법이 아닌 '그림'을 읽어주는 고난도의 독서법을 부모가 먼저 선행해서 보여주어야 한다. 이는 '그림'에서 스토리를 찾아내는 방법이다. 흔히 '스토리텔링'이라는 방법이 바로 이것이다. 물론 학부모는 '독서전문가'가 아니기에 한 권의 그림책으로 원하는 것을 모두 뽑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간단한 비법'만 알아도 웬만한 전문가 뺨 칠 정도로 잘 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길 바란다.

먼저, 등장인물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림책속에서 '주인공'을 찾아내는 것인데, 몇 번만 하면 아이들도 '주연'과 '조연'을 구분할 수 있다.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숨은그림찾기'하듯 그림책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밝혀내는 것이다. 이 그림책 <복숭아 토끼>는 '제목'에서부터 주인공이 누구인지 암시하고 있다. 그래서 주인공 찾기가 굉장히 쉽지만, 다행히 책의 그림속에 주인공인 '토끼'가 제법 잘 숨어 있다. 더구나 우리 '민화' 형식의 그림체가 아주 형형색색 알록달록하게 강렬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색채 감각'을 익히기에도 아주 효과적인 그림책이다. 그렇게 '주인공 찾기'를 하면서,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보기'를 하는 것이다. 그럼 아이들은 그림책을 '읽는 것'이 아닌 '주인공 찾기 놀이'로 이해하게 된다. 즉, 책을 읽는 '부담감'이나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 독서교육이 힘든 까닭은 아이들이 책을 '놀이'가 아닌 '학습'으로 인식해서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러니 독서는 곧 '놀이'라는 공식으로 아이들을 이끌어주어야 한다.

자,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다면, 이제 본격적인 '스토리텔링'을 해줘도 된다. 만약 아이가 아직도 책을 읽을 준비가 덜 되었다면, 아까의 놀이 단계를 계속적으로 반복해도 좋다. 물론 놀이책을 다양하게 바꾸면서 해도 좋고, 같은 책으로 놀이를 계속하게 될 때는 아주 조금씩 '주인공 토끼'가 하는 이야기인 것처럼 대강의 줄거리를 살짝살짝 가미해도 좋다.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글자 강박'에 들려서 글자부터 읽으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아직 아이가 '한글떼기 전'이라면 글자부터 읽을 게 아니라 '말'부터 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어차피 '한글'을 떼기 전이라면 '아는 글자', '익숙한 글자'만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전체를 리딩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아이가 '알고 있는 글자', '이해하고 있는 글자'부터 유혹을 하면서 차근차근 천천히 학습하길 바란다. 그리고서 '그림'만으로 대강의 스토리를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훨씬 더 즐거운 독서가 될 것이다.

이때, 될 수 있으면 '전문성우'의 흉내를 내면 좋다. 최대한 등장인물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연출하면 '몰입도'가 높아진다는 말이다. 또한 '상황'에 맞는 목소리로 리딩을 하면 아이들은 부모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상상'을 하게 되고, 부모가 가리키는 '그림'에 주목을 하면서 이야기에 따라서 '그림'이 생동감 넘치게 움직이는 환상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 이는 '연상법 훈련'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능력을 타고 났으니 특별히 가르치려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저 학부모는 아이와 함께 즐거운 책읽기에만 열중하면 된다. 억지로 읽어주는 건 생각도 하지 말고 말이다. 물론 아이의 상상력에 뒤쳐져서 학부모가 미처 쫓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테지만, 그럴 때에는 아이에게 '스토리텔링'을 맡겨도 좋을 것이다.

그럴 땐 학부모가 적절히 '발문(질문)'을 던지면서 아이가 더욱더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때 주의할 점은 '간단한 질문'이 아닌 '구체적인 질문'을 던져야만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대답을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 반대로 '간단한 질문'을 하면서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하게 되면 아이는 '짧은 표현력'으로 대답할 말을 잊어버리고 답을 하는 부담감에 입을 꼭 다물 수도 있다. 그러니 최대한 질문은 구체적으로 길게 하고, 아이는 답을 말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해주어 '말문'부터 틔일 수 있도록 해주면 좋다. 여기서 명심하면 좋은 것이 바로 '칭찬'이다. 아이가 무슨 답을 하든 모두 정답처리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과할 정도로 칭찬을 퍼부어주어라. 그래야 아이의 말문을 빨리 틔우고, 독서가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습득하게 된다. 이런 경험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건 당연지사다. 칭찬을 해서 춤을 추는 건 고래만이 아닌 것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독서의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아니면 '즐거운 독서'를 함께 하고서, "또 읽어줘"라는 무한 되돌이표에 빠져들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독서시간을 '타이머'로 맞춰놓고 하는 방법도 있고, '횟수'로 맞춰 놓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또는 '밥이 다 될 때까지', '아빠가 퇴근할 때까지'라면서 '상황'으로 독서 종료를 맞춰 놓을 수도 있고, '특별한 글자'가 책 속에서 나오면 '그 글자'가 나올 때까지만 읽어주겠다고 정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특별한 그림'이 나오면, "오늘은 여기까지다"라면서 끝맺기를 해도 좋다. 이때 중요한 것은 '약속정하기'다. 새끼손가락 꼭꼭 걸고서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거, 알고 있지?"라면서 생활규칙을 지키는 일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것도 알려주어야 한다. 이때 돌발상황으로 아이가 울면서 떼를 쓴다면, 무작정 달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엄마도 규칙 때문에 어쩔 수 없어. 하지만 내일 다시 엄마랑, 또는 아빠랑 함께 다시 읽어줄게. 자, 약속!"이라면서 '새로운 약속'을 지켜야 바람직한 것이라고 가르쳐 주면 좋을 것이다.

끝으로 이 그림책 <복숭아 토끼>는 우리 민화를 그림으로 선보여주고, 등장인물도 '민화'속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동물로 가득 채웠다. 그런데 우리 민화속의 동물들에겐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사실도 함께 알아두면 좋을 것이다. 토끼는 '다산'과 '장수'를 상징하고, 복숭아도 '장수', 봉황은 '왕'을 상징하며, 물고기는 '번성'과 '출세'를 의미하고, 호랑이는 '액막이'와 '산신령', 포도는 '다산'과 '풍요', 수탉은 '벼슬', 그리고 흑룡은 '수호신'이자 '비'를 내리는 영험한 동물을 뜻한다고 한다. 그렇게 그림에 등장하는 동물이나 문양만 보고도 그 그림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으니, '예술적 교양'을 함양하는데에도 아주 탁월한 그림책이다. 더구나 우리 만화는 '강렬한 색채'를 사용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색감'을 훈련시키는데에도 아주 훌륭할 것이다. 그림책이 비싼 이유도 바로 이렇게 '활용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기왕 책을 구매하셨다면 뽕을 뽑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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