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eview MCMXXXIV / 바다출판사 14번째 리뷰] 25년에 7년전 잡지를 읽고 있는 것이 우스꽝스러울 수도 있지만, 그것이 '과학잡지'이고, 또한 '과학적 회의주의'에 입각한 칼럼을 읽는다는 것은 전혀 우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왜냐면 그 시절 '철지난 논쟁'이 7년이나 지난 지금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2018년은 '박근혜 탄핵'이 이루어지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2년째가 되는 해다. 그 시절에 날선 공방이 오고 가던 것은 바로 '유사역사학'과 '사이비역사'에 대한 날선 비난이었다. 이 잡지의 제목이 '무신론의 시대'라고 달려 있으나, 조금 유심히 살펴보면 살짝 작은 글자로 '누가 역사를 왜곡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도 달려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그 당시에 '역사왜곡'을 하려던 세력이 있었단 말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있긴 있었다. 그것도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철저한 역사왜곡이 진행되어 왔었다. 바로 '일제의 식민사학'이었다. 일제는 '한국지배'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의 역사를 일본 역사의 지위 '아래' 두려는 작업을 실시했으나 쉽지 않았다. 왜냐면 고대부터 조선시대까지 한국의 역사는 늘 일본 역사보다 상위에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를 뒤집기 위해 억지주장이라도 해야 했으나 확실한 물증도 없이 역사를 왜곡했다가는 서구열강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유일한 아시아국가로서 체면이 손상될 우려가 있기에 매우 치밀하고 철저한 '왜곡'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 결과 내놓은 것들이 '임나일본부설'이었고, '광개토대왕 비문조작', 그리고 '칠지도 명문해석 논란' 따위 였다. 하지만 이런 왜곡 시도는 허술했던 탓에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대부분 '왜곡의 실체'까지 파악하여 '반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땅의 역사학자들이 저지른 '식민사학의 뿌리'는 매우 큰 문제를 낳았다. 우리 역사의 실체를 낮잡아보는 '자학사관의 모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 학자들이 우리 역사를 '못났다'고 공식화 해버리니 도저히 손을 쓸 도리가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이에 소위 '민족사관'으로 우리 역사의 자긍심을 되살리자는 민족주의 역사관을 가진 학자들이 '식민사관'에 맞불을 놓으니, 이런 역사학이 '비과학적'이라면서 국뽕에 물든 '국수주의'에 불과한 날조된 역사라고 비난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렇게 비난을 쏟아내는 학자들이 대학강단에 선 사람들이 주축이 되었기에 '강단사학자'라고 불리고, 이에 맞서 국수주의 역사관을 주장하는 학자들이 재야에 묻혀서 '학계의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연구하고 발표한다고 하여 '재야사학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렇게 양단에 서서 서로를 향한 날선 비판과 비난이 마구마구 쏟아지기를 반복하던 와중에 '박근혜 정권'은 역사교과서를 기존 '검정교과서'에서 '국정교과서'로 단일화를 하겠다는 발표를 해버린다. 이유는 학생들이 배우는 '검정교과서'가 좌익사상에 물들고 북한을 찬양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서 대단히 우려스럽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국정교과서'를 편찬해서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가르치겠다고 발표를 했는데, 하필 그런 '국정교과서'를 편찬하는 주최가 '뉴라이트 계열'의 학자들인 것이 도마에 올랐다. 여기저기에서 교육정책에까지 '식민사관'과 '보수우익적 정치색'을 심으려는 것이냐면서 엄청난 논란이 되었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국정교과서' 이야기는 잠잠해졌고, 그때 만들어진 '국정교과서'를 채택한 고등학교가 전국에서 딱 1곳뿐이었다는 뉴스가 장식되었었다.
그런데 현재 2025년이 된 지금은 어떤가? 민주주의가 위협당하며 '반국가세력'을 처단하려고 계엄령을 선포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 당시에 '뉴라이트'가 주장했던 이야기는 '극우유튜버'들이 계속 이어왔고, 그런 극우적 망상을 신봉한 윤석열은 끝내 '계엄령'을 선포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말았다. 이걸 과연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그 당시 '젊은역사학자모임'이라는 강단사학자들이 <한국 고대사와 사이비 역사학>(2017), <욕망 너머의 한국 고대사>(2018)이라는 책을 저술하면서 '한국의 고대사'는 재야사학자들(그들은 '사이비역사학자'라고 부른다)에 의해 날조되다시피 했다며 '과학적 연구 검증'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세운다. 그리고 젊은 역사학자들은 한국의 역사에 '과학적 검증'을 들이대서 아주 '객관적인 역사'를 서술할 수 있다는 그럴 듯한 논리를 내세웠다. 겉보기에는 아주 신선했다. 대중들은 '한국 역사'에 자긍심을 키워가고 있으니, 그런 자긍심에 '과학적 검증'으로 사실을 입증할 수만 있다면 더 좋을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대중들의 이런 기대에 쇠말뚝을 박고 말았다. 과학적 검증 결과, 대중들이 즐겨보는 '재야사학자'들의 역사저술은 '사이비'에, '날조'였고, '유사과학'과 마찬가지인 '유사역사학'으로 점철되어 한국의 역사는 기본적으로 자긍심이고 뭐고 할 것 없이 '객관적'으로 짜친 역사라는 이야기만 늘어놓았기 때문이다. 과거 '식민사관의 뿌리'가 제거되지 못한 결과, '자학사관의 한국사'가 다시 불거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잡지에 그 '강단사학자'의 이름이 보인다. 기경량, 안정준...이들은 '회의주의 과학잡지'에 자신들의 논리를 '과학적'으로 포장해서 사이비과학을 경계하듯 유사역사학도 경계해야 한다면서, 역시나 '한국의 고대사'를, 나아가 '한국의 역사'를 또다시 폄훼하고 있다. 그들의 주된 공격대상은 <규원사화>, <단기고사>, <환단고기>가 명백한 '위서(가짜 역사책)'이니 이를 바탕으로 한 '위대한 한국의 고대사'도 사실무근이며, '한사군'은 실존했고, '낙랑군'은 현재의 평양에 위치했으며, '임나일본부'까지는 아니어도 과거의 일본이 '한반도 남부'를 경영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고, 과학으로도 증명할 수 있으므로,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식민시절의 늙은 학자들의 입에서 나온 얘기가 아니다. 젊은 조교수들의 입에서 나온 얘기다. 서울대학교 역사학부를 졸업한 수재들이 이런 소리를 한단다. 일본의 극우논객이 할 법한 이야기를 아주 술술 거침없이 이야기하고 있어서 경악을 했더랬는데, 이 잡지에, 그 시절에, 또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버젓이 살아숨쉬며 '애국시민'을 선동하는 극우세력으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사이비'라면서 공격했던 재야사학자들이 애써 키운 '한국 역사의 자긍심'은 모두 날조에 가깝고, 잘못된 사실에서 기인한 '욕망'이니 버려야 옳다고 말한다. 도대체 이런 목적으로 '과학적 검증'을 하는 까닭이 무엇일까? 그 당시에도 궁금했지만, 지금은 더 궁금하다. 그럼 잠시 '무신론의 시대'를 살펴 보자.
이 잡지가 편찬된 2018년을 기준으로 미국시민들의 '종교관'을 여론조사했는데, 놀랍게도 '나는 종교를 믿지 않는다'고 의견을 밝힌 비율이 2000년 초반보다 늘어났다고 한다. 심지어 '교회를 가지 않는다'는 사람도 늘어났고,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 사람들의 비율도 확실히 늘어났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무신론'이 대세를 굳혀 가고 있다고 본 것인데, 과연 그런 것인지 의심스러운 부분은 있다. 하긴 유럽에 있는 수많은 성당과 교회에서 더 이상의 '예배(미사)'를 하지 않는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다. 신도들이 찾지 않으니 점점 관광목적으로 방치될 뿐, 실제 원래의 용도로 쓰이지 않고 있는 건축물이 점점 늘어난다고 말이다. 이처럼 서양사람들의 '종교관', '신앙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에는 동의하는 바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무신론'이 확신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말하기에는 회의적이다. 여전히 신앙은 굳건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들이 꽤나 많기 때문이다. 다만 '과학'이 발달하면서 신에 대한 믿음은 줄긴 했으나 그것이 '종교의 위세'까지 꺾지는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중론인 건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한민국만 봐도 '신'을 믿는 사람은 절대적으로 열세다. 그러나 '종교'를 가지고 있느냐는 물음에는 대다수가 '있다'고 대답한다. 이 말인즉슨 '과학'이 발달한 나라에서 '신의 존재'를 믿느냐 아니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지만, '종교활동'을 통해서 신앙심, 그 이상의 무엇에 대단히 열심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성당이나 교회, 절 등에서 '신앙인'들이 설교나 법회를 열 적에 종교에 관련된 이야기보다 '정치', '경제', '사회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단다. 그리고 종교인들이 '특정정파'를 지지해야 한다거나 '특정인물'을 대통령으로 뽑아야 나라가 산다는 따위의 설법을 아주 자연스럽고 공공연하게 한다고 한다. 이게 바람직한 신앙이고, 종교인지는 차치하고서, 수많은 신도들이 신부님의 말씀, 목사님의 설교, 스님의 강독을 들으면서 '믿숩니다'를 외친다는 사실이다.
이런 일련의 현상이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현상의 일부분일 것이다. 전광훈이 나와서 '헌재'를 폭파하라는 설교에, 전한길은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결사항전을 해야 한다고 강의를 한다. 왜 종교와 역사가 맞물려서 쌍으로 메롱을 떠는가 말이다. 식민사학자들이 '유사역사학'이라고 비난을 할 때, 그런 비난을 좋아할 대상이 누군지 주목했다. 전광훈, 전한길의 한목소리에 누가 좋아할지 생각해보면 답은 얼추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