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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있는 구석방
  • 나는 파업 중이에요
  • 아멜리 쿠튀르
  • 8,100원 (10%450)
  • 2014-09-05
  • : 1,094

[My Review MCMXXXII / 함께자람(교학사) 4번째 리뷰] 대한민국도 종종 '파업'을 하지만 프랑스는 '파업'을 엄청나게 한다. 심지어 '공무원'도 파업에 동참하는 것이 합법이니 말이다. 그래서 학교 선생님이 파업을 하거나 경찰관이 파업을 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단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9살 소녀'가 파업에 들어갔다. 이유는 어릴 적 함께 지냈던 할머니가 돌아가신 슬픔 때문이다. 이제 그 속사정에 대해서 알아보자. 파업을 하게 되면 폭력으론 결코 해결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오직 대화만이 유일한 해결방법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말이다.

소녀의 엄마는 어릴 적에 돌아가셨다. 원래 병약한 몸이었는데도 무리하게 임신을 하고 힘겨운 출산을 한 탓에 그렇게 되었다. 하지만 엄마는 아이를 가진 것을 후회한 적은 없다고 한다. 두 부부가 서로 사랑했고 아이를 간절히 원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뤼시가 태어난 것이다. 그러나 아내가 죽고 난 뒤에 아빠는 많이 슬퍼했다. 그래서 갓 태어난 뤼시를 키울 수가 없어서 할머니에게 맡겨둔 것이다. 그렇게 뤼시는 어릴 적에 시골 농장에서 할머니와 함께 지내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할머니의 건강이 악화되어 병원신세를 지게되자 뤼시는 다시 아빠와 살게 되었다. 뤼시는 할머니와 함께 지낼 수 없는 것이 몹시 슬펐지만, 방학 때면 할머니와 같이 지낼 수 있었기에 참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할머니가 돌아가셨으니 뤼시는 '갈 곳'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엄마를 잃은 슬픔은 너무 어릴 적이라 기억도 나지 않지만 할머니를 잃은 슬픔은 어린 뤼시에게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을 안겨 주었다.

그런데도 아빠는 할머니와 이별하게 된 뤼시의 슬픔은 아랑곳하지 않고 뤼시를 '견학'이나 '체험' 프로그램에 보내려 한다. 뤼시는 가기 싫다고 말했는데도 아빠는 직장에 나가고 뤼시를 돌볼 사람도 없이 집에 혼자 냅둘 수는 없다며 '강제'로 보내겠다고 한다. 그러자 뤼시는 '파업'을 선언하고 방 안에 틀어박혀 버린다. 아빠가 아무리 화를 내고 달래보아도 요지부동이다. 이런 상황이 되자 '새엄마'가 협상자로 등장한다. 당시 새엄마는 '임신중'이었는데도 뤼시를 달래기 위해서 무진 애를 썼다. 하지만 뤼시는 '파업'을 풀지 않았다. 음식도 먹지 않는 '단식투쟁'도 하고, 방문을 두드리는 아빠에게도 무뚝뚝하고 간단한 대답만 할 뿐이다. 뤼시가 왜 그랬냐면, 자기 마음을 털어놓고 싶었는데 그게 말로 표현이 잘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뤼시가 이제 막 9살 소녀가 되었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그렇게 방 안에 틀어박힌 뤼시의 유일한 친구는 '스리즈'라는 이름의 새였다. 뤼시의 방안에 커다란 새장을 마련했고, 그 새와 함께 있는 것이 뤼시의 마음을 풀어주는 유일한 존재이기도 했다. 그리고 뤼시는 '스리즈'를 통해서 할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릴 수도 있었다. 그게 뤼시의 슬픔을 조금 달래주었기 때문이다.

자, 9살 소녀가 파업을 하게 된 정황이 파악되는가? 어린 나이에 '엄마의 상실'에 이어 '새엄마의 등장', 그리고 '할머니의 죽음'이라는 충격의 연속이 뤼시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또 그것이 '응어리'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보듬어주고 달래주어야 할 유일한 혈육인 '아빠'는 어린 여자아이의 마음을 살뜰히 챙겨줄 정도로 세심하지 못했다. 왜냐면 '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무게만으로도 힘겨웠을테니 말이다. 물론 '아내의 상실'은 남편으로서 감당할 수 없는 큰 슬픔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빠는 '가장'이었고, '어른'이었기에 이 모든 슬픔을 홀로 이겨내야만 했다. 하지만 어린 딸이 있는데 '슬픔'에 갇혀 지낼 수만은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뤼시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하겠다는 의지로 '새엄마'도 구했고, 뤼시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우선적으로 해주려 무진 노력을 했다. 그렇지만 그런 노력은 '아빠의 관점'에서만 노력이었을 뿐, 뤼시의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 아니었던 것이다. 뤼시가 원하는 것은 '새엄마'가 아니라 '할머니'였고, '학교행사'가 아니라 '시골농장'이었다. 하지만 아빠는 뤼시가 원하는 것을 들어줄 수가 없었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9살 소녀가 현실에서 불가능한 것을 바랄 때 아빠가 맞닦뜨리는 난감함을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사랑하고 소중한 존재가 바라는 것인데 말이다. 그걸 해줄 수 없는 아빠의 마음도 안쓰럽기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는 어른이기에 어린 딸이 '상실감' 빠져 무기력해지는 걸 막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했다. 그게 과연 무엇일까?

방법은 여러 가지 일테지만, 책속에서는 새로 태어난 '남동생'이 뤼시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돌아가신 할머니는 보고 싶고, 꽉 막힌 아빠는 말하고 싶지 않고, 새엄마는 꼴보기 싫었지만, 이제 막 태어난 남동생은 '신기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집안을 깜짝 놀래킬 정도로 엉금엉금 기어다니고, 새장 속으로 손을 넣자 '스리즈'가 날아와서 남동생의 손가락 위에 얌전히 앉는 것을 볼 때면 샘이 날만도 했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한밤중에 엉엉 우는 남동생이 뤼시가 품에 안고 다독여주자 금세 울음을 그치고 방긋방긋 웃는 얼굴이 되는 것을 보며 뤼시도 남동생을 미워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뤼시는 남동생에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시골농장'을 보여주려고 아무도 몰래 둘이서만 여행을 계획하는데, 파업중이던 딸이 난데없이 어린 아기를 안고 집밖으로 나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빠와 새엄마는 도리어 뤼시를 다그치고,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며 뤼시를 '기숙사 학교'로 보내겠다고 선언한다. 그게 뤼시에게 더 좋은 일일 거라면서 말이다. 과연 뤼시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책의 주제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어린이의 솔직한 심정'을 다루고 있다. 어린이이기 때문에 '사리분별'도 못할 것이라는 어른들의 편견을 깨고, 어린 뤼시는 꽤나 대견한 생각들을 한다. 하지만 그 생각들은 적절히 말과 글로 표현할 줄 모르기에 그저 입을 꼭 닫고 방문도 틀어잠그고 방안에 쳐박혀 있을 뿐이다. 불안한 눈만 꿈뻑거리며 어쩔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다. 이럴 때 어른들은 답답하다고 속시원히 말을 하라고 화를 내고 언성을 높이고 과격한 행동을 일삼는다. 그렇게 해야만 어린이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솔직담백'하게 진심을 토해낼 거라면서 말이다. 한마디로 '미성숙한 존재'이니 '미개한 원시인'처럼 행동하는 것을 끔찍하게 생각하고, 어른들처럼 '문명인'답게 말과 글과 행동으로 '자기 의사'를 조목조목 표현해야만 바람직하고 성숙한 존재로 자라날 수 있다고 믿곤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는 어린이의 솔직한 마음을 끌어낼 수는 없다. 차라리 갓난아기에게 하듯 '소중히' 대해 줘야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는 것이다. 물론 9살 소녀가 '미성숙한 존재'인 것은 맞다. 하지만 미성숙할 뿐, '미개한 존재'는 절대 아니다. 그러니 폭력을 쓰는 난폭한 방법으로는 절대로 '성숙한 존재'로 성장시킬 수 없는 법이다. 한마디로 어른과 똑같은 '완전한 인격체'로 정중하게 대해주어야 한다. 어린이에게도 '인권'은 온전히 있으며 '의무'를 내세우기에 앞서 '권리'를 충분히 인정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미성숙한 존재라는 점만 강조해서 '권리'를 챙겨주기에 앞서 '의무' 사항만 강조하다보면 어린이는 더욱더 마음의 문을 닫아 걸기 마련이다. 그리고 한 번 닫힌 마음의 문은 점점 더 꼭꼭 닫힐 뿐이다. 그러니 부모라면 자식에게 먼저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아이도 부모를 존중하는 방법을 배운다. 왜냐면 아빠, 엄마도 누군가의 부모가 되는 것은 '낯선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가족구성원이 서로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행복하고 화목한 가족이 될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가족구성원은 '다양한 모습'을 띤다. 그래서 어떤 모습의 가족이어야 '행복하다'는 공식은 편견으로 작용하고, 그로 인해 새로운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그보다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가족을 대해야 '행복한 가족'이 될 수 있는지 진지한 고민을 할 때다. 그래야 빠르고 다채롭게 변화하는 21세기 현대사회를 슬기롭게 관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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