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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누나 속편
  • 마스다 미리
  • 9,000원 (10%500)
  • 2017-04-12
  • : 734

[My Review MCMXXX / 이봄 2번째 리뷰] '마스다 미리'의 작품 중 '두 번째'로 읽는 책이다. 전편에 이은 속편인데, 이 작품의 매력이 무엇인지 조금 고민하게 된다. 혹시 여성독자들만을 '위한' 기획의도는 아니었는지 살짝 의심도 해보니, 남성독자들에 대한 배려는 전혀 하지 않았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그렇다고 불친절하다는 것은 아니고 철저히 '여성의 관점'에서만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왜냐면 제목은 '내 누나'인데 그 내용은 '울 언니'로 읽히기 때문이다. 지하루 누나는 절대로 남동생을 위해서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다. 오직 '여성독자'들을 위해서만 썰을 풀어낼 뿐이다. 이런 뉘앙스를 읽어내니, 이 책에 대한 애정도가 확 내려가고 말았다. 적어도 '남성독자'인 나에겐 말이다.

전편인 <내 누나>를 읽었을 땐, 여성들의 감춰진 속마음을 엿볼 수 있어서 괜춘했다. 여성독자라면 '공감대'를 형성해 2시간 넘게 수다를 떨 수도 있었을 테고, 남성독자라면 '신세계'를 발견한 듯 여성들의 속마음을 이해하려 노력했을테니 말이다. 그런데 '속편'에서는 그런 시동을 걸지도 않고서 시작부터 대놓고 '어린 남동생에게 조언을 발사한다'는 느낌만 받았다. 이것이 여성독자들에겐 역시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언정, 남성독자들은 '불편함'만 느끼는 무엇이 발동되는 것만 같았다. 왜 기분이 괜춘치 않을까?

먼저, 지하루 누나의 발언이 '고압'적이다. "여성을 알려고 하지마. 남자는 죽었다 깨나도 이해할 수 없는게 여자의 마음이니까!" 이게 정말 알려고 노력도 하지 말라는 말이면, 남자들은 그냥 수긍할텐데, 여자의 속마음은 그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알려고 노력해야지. 그걸 안 하니까. 여자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별볼일 없는 남자인거야~라는 것을 남자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면서 "그게, 그런 뜻이 아니라니까?"라고 설명을 덧붙이는 여성들 앞에 겸허한 자세로 배우려는 남자들에게 여성들은 한소리를 한다. "이걸 꼭 설명해야 알아 듣겠니?"라면서 '여성들의 고도심리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성들의 단순함을 한껏 비아냥거리고 만다.

이걸 굳이 철학적 난제로 풀어 비유하자면, 학자들은 풀기 힘든 문제를 만났을 때는 만병통치약처럼 내뱉는 말이 있는데, 그게 바로 "이 문제는 '구조적 문제'를 품고 있기 때문에 풀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것을 해결하려면 저것이 상충하고, 저것을 해결하려면 이것이 꼬이게 되는 '난제' 중의 '난제'인 것입니다."라고 답변하는 것이다. 그냥 '정답'을 모른다고 말하면 될 것을 그저 뭔가 있는 것처럼 말을 꼬아놓을 뿐이다. 이것 잘 알아들은 질문자(사회자)는 그 문제에 대한 질문을 철회하고 다른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진행의 묘미를 살리는데 반해, 어리석은 진행자는 궁금하다면서 꼬치꼬치 캐물어서 곤란하게 만들고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 뿐이다.

그렇다면 여성도 '자신의 마음'을 잘 몰라서 저렇게 대답하는 걸까? 적당한 대답을 찾지 못하겠으니,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으로 답을 대신해서 위기를 모면하려고 하는 것일까? 딴에는 '틀린 말'이 아니겠으나, 굳이 맞다 틀리다라고 따질 문제가 아님을 이해해야 한다. 그저 '정답'이 없는 것일 뿐이다. 마음에 대한 답이 분명하다면 '심리학'이 과학의 한 분야인데 '정답'을 찾지 못하고 헤맬 턱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심리학이 '마음'을 연구하는 학문도 아니지만 말이다. 암튼 '마음'은 과학이 절대 아닌 까닭에 그 누구도 '여자의 마음'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거나 과학적으로 증명된 '정답'을 찾을 수 없다.

그럼 '여자들이 말하는 여자의 마음'은 무엇일까? 솔직히 말하면, 남자의 마음과 그리 다르지 않다. 남자들이 '예쁜 여자'를 선호하고, '예쁜 여자'가 하는 말과 행동을 모두 사랑하는 것처럼, 여자들도 '멋진 남자'를 좋아하고, '멋진 남자'가 하는 말과 행동을 모두 사랑한다. 이렇게 겉모습에 마음이 요동치고 흔들리는 것은 매한가지다. 그런데도 여자들은 '외모'가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고,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고 한결같이 말한다. 그리고 여자들은 그 무엇에 심쿵하고, 설렐 수 있다고 말이다. 물론 남자도 마찬가지다. 예쁘고 섹시한 여자의 외모에 홀딱 반했다고 하더라도, 여자의 그 '무엇'을 늘 찾아헤맨다. 그리고 그 무엇에 빠져서 헬렐레하는 남자들을 향해 여자들은 혀를 끌끌 차면서 '여우짓'에 홀랑 넘어간다고 비아냥거리곤 하는데, 남자들이 여자의 여우짓에 홀리는 것처럼, 여자들도 남자들의 '늑대짓'에 홀딱 넘어가 허어적거리는 것을 보고서 한심해 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여우짓과 늑대짓을 한눈에 알아보는 '동성'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남자는 남자가 알아보는 법이야"라고 말이다. 여자도 똑같은 말을 하지 않던가. 그렇게 서로 홀릴 수 있는 까닭은 서로의 감성과 이성을 잘 알아채지 못하는 '이성'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남자는 남자끼리 있을 때, 여자는 여자끼리 있을 때, 서로의 '본마음'을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서로 섞여 있으면 '본마음'을 잘 모를 수도 있다. 이를 두고서 어리석네, 홀렸네, 콩깎지가 씌었네..라고 비아냥거릴 필요가 있느냔 말이다. 그저 잘 모르니 그런 실수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서로를 잘 모르니 '설렐' 수도 있는 것이다.

어쨌든, 전편 <내 누나>보다 속편 <내 누나>는 좀 별로였다. 이 책의 '합본'도 있던데, 차라리 그 책을 읽었으면 이런 불편함을 덜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뒤로 갈수록 매번 '같은 패턴'이라 살짝 지루한 감이 있을지언정 전편에서 느꼈던 '신선함'을, 속편에서 '기대이하'로 추락시킬 까닭은 없었을테니 말이다. 도대체 마스다 미리 작가에게 무슨 매력이 있길래 '유명세'를 떨쳤던 것인지, '다른 책'을 좀 살펴보련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탐지해내는 무엇이 있다는 평이 많던데 말이다. 일단 시작한 시리즈 <내 누나는 연애중>까지 마저 읽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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