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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는 참 좋다
異之我_또다른나  2025/02/03 22:05
  • 더 나은 어휘를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
  • 이주윤
  • 19,800원 (10%1,100)
  • 2024-11-20
  • : 43,705

[My Review MCMXXVI / 빅피시 2번째 리뷰] 느닷없이 시작한 '필사'에 이책 저책을 넘보기 시작했다. 이제 막 시작한 '필사 초보'가 꾸준히 할 수 있는 책을 말이다. 첫 번째 책은 <철학의 쓸모>였다. 나름 철학을 좋아하기도 했고 '좋은 글귀'가 참 많을 것 같아서 시작한 책이었다. 그렇게 한 달 간 알차게 써나갔다. 그런데 '한 권의 책'을 필사를 지속적으로 하다보니 아쉬운 점이 많았다. 한 달 내내 '비슷한 내용'만 필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철학이 다 거기서 거기일리는 없지만, 어줍잖은 실력으로 너무 어려운 분야를 선정했더니, 비슷비슷한 글귀만 골라서 쓰고 있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번째 책은 좀 더 다채로운 책을 선정하고 싶었다. 그래서 고른 책이 바로 이 책 <더 나은 어휘를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이었다. 이주윤 작가의 2번째 필사책이기도 하다.

이 책을 선택한 까닭은 첫째, '필사 공책'을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었다. 책 자체가 '필사 공책'을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이질감도 좋았고, '접착제로 발라놓은' 떡제본이 아니라 '실로 꿰맨 제본' 형식이라서 180도로 쫙 펴졌기 때문에 필기감이 너무 좋았다. 둘째는 100개의 필사를 하기 위해서 100권의 책에서 100개의 글귀를 작가가 미리 골라놓았다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100일 간은 책을 따로 고르는 수고를 덜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나중에 필사를 다 하고 나서는 이 책에서 소개한 100권의 책 가운데 땡기는 책을 골라잡아서 필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물론, 나쁜 점도 있었다. 필사를 시작할 때 골라둔 '만년필'이 있어, 그 만년필로 첫 번째 필사책을 무사히 마쳤는데, 아쉽게도 이 책에서는 쓸 수가 없었다. 만년필의 잉크가 번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많이 번지지는 않았지만 의도한 것보다는 두껍게 써지는 통에 어쩔 수 없이 펜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지금은 '볼펜(모나미)'과 '젤리펜'을 병행해서 쓰고 있다. 젤리펜도 살짝 번지긴 했지만 워낙 가느다란 '세필'이었기에 보기에 나쁘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 책으로 필사를 하시는 분들에겐 '볼펜'을 권장하고 싶다. 이게 딱 적당했다. 너무 미끄럽지도 않고 적당히 마찰감이 느껴졌기 때문에 오히려 '볼펜 필기감'에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필사를 시작한 지 '석 달'째인 초보지만, 그래도 나름 필사의 경력을 쌓아가니 좋은 점이 참 많았다. 먼저 '좋은 글귀'를 날마다 음미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하루에 한 편의 리뷰를 쓰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책도 '1일 1독'을 하는 편이다. 그런데 하루에 책 한 권을 읽어도 '날마다 좋은 글귀'를 만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필사책'을 따로 읽고 쓰는 습관을 들이니, 이게 가능해졌다. 또, 내가 읽은 책도 있고, 아직 읽지 못한 책도 있어서, 읽은 책은 글귀의 내용이 추억처럼 떠올라 좋았고, 아직 읽지 못한 책은 그 책에 이렇게 좋은 글귀가 있었구나 하면서 새삼 감탄도 할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생각'할 거리가 많아져서 '필사'에 내 나름의 '생각'을 덧붙여 쓰는 [나만의 필사법]을 적용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또 하나는 '생각'이 잘 떠오른다는 것이다. 책 한 권을 완독할 때는 전체의 줄거리를 음미하며 등장인물 간의 갈등구조와 대사가 주는 감동을 떠올려야해서 굉장히 '긴 호흡'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렇게 '긴 호흡'을 하다보면 생각보다는 느껴야만 할 때가 많다. 때로는 이생각 저생각이 마구 뒤죽박죽이 되어 '잡생각'으로 종합될 때도 있는데, 앞뒤 다 짤라먹고 '좋은 글귀', '명문장'만 딱 골라서 읽으니, 그 글귀, 자체에서 뿜어져나오는 아우라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생각도 '한 가지'로 바로 꽂혀버리는 경험을 하면서 생각을 글로 옮겨 적는 일도 수월해졌다.

물론, 이 방법도 아주 좋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두 달 전에 '비상계엄'이 선포되어 머릿속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리는 '내란증후군'에 시달릴 때는 아무리 좋은 글귀를 읽어도 머릿속에는 온통 '탄핵' 생각만 떠오르고 '내란범'들에 대한 단죄를 어떻게 내릴까 하는 고심만 떠올라서, 한껏 뽑아놓은 좋은 글귀에 '화만 잔뜩 치솟은 생각'을 옮겨 적는 날들도 참 많았기 때문이다. 절제를 해야지 하면서도, 그게 잘 안 됐다.

암튼, 필사는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좋은 습관'인듯 싶다. 필사하기 전에는 그저 '내 잘난 기억력'에만 의존했더랬는데, 이제 '필사'를 통해서 점점 잊혀져 가는 기억이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고 '기록'으로 오래오래 두고두고 꺼내 읽을 수가 있게 되었으니 참 좋았다. 필사 공책이 늘어나면 깔끔하게 정리해서 '또 다른 기록'으로 남겨도 좋을 듯 싶다. 이 책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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