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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있는 구석방
  • 기록이라는 세계
  • 리니
  • 15,930원 (10%880)
  • 2025-01-03
  • : 41,060

[My Review MCMXXII / 더퀘스트 2번째 리뷰] '필사'라는 것을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작년 연말에 어처구니 없는 '비상계엄'이 발표되자 '윤석열 씨'로 시작하는 필사도 겸하기 시작했으니까. 작년 11월 4일이 첫 시작이었다. 하지만 '다이어리'를 작성해본 경험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2002년 월드컵 직후에 대한민국 축구가 월드컵 4강에 진출했는데, 나도 뭔가를 해봐야겠다면서 시작한 목표가 '1년에 책 100권 읽기'였고, 읽은책 목록을 다이어리에 '기록'하기 시작했으니까 말이다.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다. 아쉽게도 그 당시에 썼던 다이어리들은 보관상태가 엉망이어서 '다이어리 가죽자켓'에 곰팡이가 쓸기도 했고, 글씨도 삐뚤빼뚤이라서 한 10여 년 전에 버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도 '독서기록'은 쭉 써오긴 했는데, 2005년부터는 손글씨가 아닌 '온라인'에 리뷰형태로 남겨왔기 때문에 '종이'로 기록된 것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러다 작년 11월에 다시 시작한 것이 '필사'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쓰고 있으니 나름 세 달째 쓰고 있고, 거의 날마다 사진을 찍어 '블로그'나 '온라인서점', 그리고 '투비'와 '브런치'에 올리고 있다. 인기는 별로 없다. 그래도 '시작'을 했으니 꾸준히 할 생각이다.

이렇게 '필사'를 시작하고 보니, '필사'에 관련된 책들이 이렇게나 많이 나와 있는 줄은 몰랐다. 해마다 연말연시가 되면 '문구점'에 각종 공책이나 다이어리 제품이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길래 '누군가' 사서 쓰기는 하다보다 싶었는데, '필사'나 '기록' 관련 책이 이렇게나 넘쳐나고 있다는 사실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 더욱더 부지런히 쓰고 있기는 하다. 배우고 싶은 선배(?)님들의 '필사기록'이 참 많아서 좋기도 하고 말이다. 왜냐면 '가이드라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무작정 '따라쓰기'를 하고 있다.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도 써보면, 결국 '나만의 스타일'이 완성된다는 것을 지난 20년간 꾸준히 '리뷰'를 써오면서 잘 알기 때문이다. 다만 '온라인 타이핑'과 '오프라인 손글씨'의 차이점은 빠르고 느린 '속도의 차이'이기도 하지만, 손으로 쓰는 것은 '쓰면 쓸수록' 점점 손에 익어가는 느낌이 들고, 온라인과는 달리 '틀리지 않으려고' 애쓰는 과정이 녹아 있기에 더 소중하게 느껴져서 '애착'이 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애착이 가는 시점부터 고민과 불평이 늘기 시작하는 건 어쩔 수 없다. 두 가지 불만이 쌓이기 시작하는데, '전문적인 필사가들'만큼 자신이 직접 쓴 '글씨의 모양'이 마음대로 써지지 않기 때문이다. 글씨체도 맘에 안 들고, 글씨크기도 고민이고, 고수님들이 작성한 '기록'들은 한없이 예쁘기만 한데, 왜 내가 쓴 글씨는 삐뚤빼뚤이고, 컸다가 작아지고, 왼쪽의 글자배열은 어느 정도 줄을 맞출 수 있겠는데, 어찌해서 오른쪽의 글자배열은 들쑥날쑥인 건지...이런 불만이 점점 쌓이다보면 어느새 '필사'를 빼먹고, 나중에는 귀찮아서 쓰지 않고 마는 경험이 다들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전문가들의 다이어리'는 한권 한권이 '깔끔하게 정리되어서' 멋져 보이는데, 내가 직접 쓴 다이어리는 왜이리 허술하고 맹탕인 건지, 다 쓰고도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고 싶을 정도로 엉망이라 남 보여주기 부끄럽기만 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걱정은 하지 않는 게 좋다. '필사공책'이나 '다이어리'는 한 10년쯤은 '연습' 삼아 이렇게 저렇게 써보다가, 그 가운데 '어멋! 이건 딱 내 스타일이야!!'라는 것이 유레카! 처럼 발견이 될 때, 그걸 중심으로 삼아 차곡차곡 쌓아나가면 되기 때문이다. 나도 이런 깨달음을 온라인리뷰 20년을 써보고서야 겨우 깨닫게 되었다. 그러니 처음부터 완벽한 '완성형 필사기록'을 남겨야지..라는 욕심을 버리고, 1000원짜리 싸구려 공책을 사서, 모나미 검정 볼펜으로 쓱쓱싹싹 꾸준히 써나가는 연습부터 하다가, 그 공책이 10권쯤 쌓였을 때, 예쁜 다이어리와 잘 써지는 펜을 구입해서 '나만의 다이어리'를 작성해나가는 방법이 나와 같은 초심자에게는 딱 어울리는 방법일 것이다. 현재 필사 3달째인 나는 '집에 굴러다니는 아무 공책'에다가 '공짜 선물로 받은 펜'으로 매일매일 쓰는 연습부터 하고 있다. 리뷰쓰기는 '20년차'지만, 손글씨는 이제 '완전초보' 딱지를 떼기 전까진 이런 작업을 매일매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손글씨도 한글자 한글자 '예쁘게' 쓰는 것도 좋겠지만, '줄'을 맞춰서 쓰는 연습이나 '글씨크기'를 일정하게 쓰는 연습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다이어리 작성 고수들'은 글씨체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물론 '예쁜 글씨체'나 '유행하는 글씨체'가 따로 있기도 하고, '펜글씨 교본' 같은 것도 많이 있지만, 어떤 글씨체라도 웬만하면 '줄 맞추고', '크기만 일정'하면 나름대로 개성있는 '기록'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연습만 꾸준히 하게 되면, 굳이 '다이어리'에 옮겨 쓸 것도 없이, 책의 한귀퉁이에 써넣은 '메모'만으로도 꽤나 볼만한 기록을 남길 수 있고, 그렇게 '코멘트'나 '밑줄'을 남긴 책은 읽을 때마다 '추억'이 되살아나서 기쁘고 '예쁜 글씨'에 또 한 번 만족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기록'을 잘 남기기 위해서는 '글씨 쓰는 연습'부터 하는 것이 첫 번째다. 개성 넘치는 글씨는 대환영이고, 중요한 것은 '줄'과 '크기'만 일정하게 쓸 수 있는 스킬을 갈고 닦아야 한다는 것! 잊지 마시길 바란다.

그 다음에서야 이 책 <기록이라는 세계>의 저자인 '리니'님들의 이야기가 귀에 쏙쏙 들어올 것이다. 리니님이 남긴 기록물을 참고 삼아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아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아직 '내 수준'은 초보임이 분명하기에 리니님처럼 '완성형 기록물'을 남기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따라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을 때 꼭 따라하고 싶은 방법이 있기는 하다. '인생의 오답노트'를 작성해보는 것이다. 오! 이 방법은 꼭 따라하고 싶어졌다. 사실 '오답노트 학습법'의 효용성을 진정으로 깨달은 것도 학창시절이 아니라 논술쌤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학습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 '오답노트 작성'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난 뒤이고 보니, '인생의 오답노트'도 귀에 너무나도 솔깃했던 것이다. 50살이 넘도록 살아온 내 인생에 '오답'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사실 '정답'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아예 없는 셈이다. 그래서 써야할 '오답노트'가 쌓이고 쌓였음을 생각해볼 때, 이건 정말 '노다지'를 발견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를 꼽는다면 '고전 리뷰'를 필사해보겠다는 것이다. 이건 지금도 하고 있고, 쭉 해오기도 한 것인데, '온라인 타이핑'으로 한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한 번 해보고 싶어졌다. 물론 '고전 리뷰'를 그동안 5000자 이상씩 써왔는데, 그걸 모두 '손글씨'로 쓰는 것은 무리일테고, 그렇게 쓴 리뷰를 거르고 걸러서 '딱 한 문장', 혹은 '딱 한 문단'으로 정리해서 기록으로 남기면 좋을 듯 싶다. 지금 당장은 아니고, 손글씨 연습부터 하고서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었을 때 시작하려고 한다. 꽤나 멋진 기록물이 될 것 같다는 생각만으로도 뿌듯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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