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eview MCMXX / 넥서스Friends 10번째 리뷰] 석가모니는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는 제자들에게 말을 남겼다. '회자정리(會者定離)'라고 말이다. 즉, 만남에는 헤어짐이 정해져 있다고 말한다. 이 말을 들은 제자들은 더 슬퍼했을 것이. 그러자 석가모니는 뒷말을 덧붙인다. '거자필반(去者必返)'. 다시 말해, 떠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온다고 말이다. 그러자 제자들은 비로소 스승을 떠나보낸다. 죽음 뒤를 기약하고 다시 돌아올 것을 믿는 '윤회사상'이란 불가의 가르침을 석가모니는 자신의 죽음 앞에서도 명강의를 한 셈이다. 히로시마 레이코는 이런 불가의 '윤회사상'을 이 책에 담뿍 담고 싶었던 것일까?
자꾸만 옛 기억을 잃어가는 것 때문에 걱정이 많은 센야는 자신이 사랑으로 키운 야스케와의 추억만 콕 집어서 잊혀져가는 간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앞서 야스케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얼음감옥에서 탈주한 고주'와 한 판 대결을 하기 위해 우부메에게 주었던 '바쿠란의 눈'을 되찾았는데, 그것 때문에 '가장 소중한 것'을 잃게 되는 저주에 걸리고 말았다. 왜냐면 요괴의 세계에서 '한 번 맹세한 것'을 어기게 되면 그 댓가를 혹독하게 치뤄야 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아무리 악랄한 요괴라하더라도 '자신이 한 약속'만큼은 반드시 지키는 것이 요괴세계의 규칙인 셈이다. 그런데 센야가 '그것'을 어기고 말았다. 물론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그럼에도 규칙을 어긴 것은 마찬가지고, 그로 인한 저주는 물론,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는 것이었다. 모든 힘을 잃어버린 센야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다름 아닌 '인간 아이, 야스케'다. 그렇게 센야는 야스케와 함께 겪었던 기억들을 하나씩하나씩 잊어버리게 된다. 끝내 '야스케'라는 이름마저 말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가장 소중한 것'에 대한 기억을 깡그리 잊어버렸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다면 '잊어버렸다'는 기억조차 잊어버려야 하는데, '야스케에 관한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서는 '무언가'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다는 '기억'만큼은 떠오른다는 것이다. 이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한 센야는 '영원한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이 우부메가 이야기했던 '무서운 저주'의 진실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무서운 저주에 걸린 센야는 분명 후회할 것이라고도 경고했었다. 그런데도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의 힘을 되찾지 않으면 당장 '야스케의 목숨'을 구할 방법이 없었기에, 센야는 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센야는 야스케의 곁을 서둘러 떠난다. 왜냐면 '야스케'라는 이름마저 잊어버리게 되었을 때, 센야는 '요괴의 본능'만 남아서 자신도 모르는 새, 야스케를 공격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야스케를 모르는 요괴처럼 죽여버리고도 스스로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다는 아픔만 간직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센야를 더욱 공포로 몰아넣었다. 자신의 손으로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없애버리고도 '그 자체'를 잊어버리고, 평생 '무언가 소중한 것을 잊고 살아간다'라는 기억만 간직한 채 영원한 삶을 살아가는 저주에 빠질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센야는 야스케를 떠나 아무도 찾지 못할 곳으로 떠나버린다.
하지만 센야는 안다. 자신이 가장 소망하는 것이 '야스케와 함께 사는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 분명한 사실이 센야를 더욱더 괴롭게 만든다. 그래서 스스로 감옥 같은 곳에 자신을 가두고 '야스케'를 헤치지 않게 만들고서는 오직 '유일한 한 사람'만이 그곳을 열 수 있게 만들었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라면 너무도 잘 아는 바로 그 느낌이다. 사랑에 실패했음을 직감했을 때, 세상 누구도 알 수 없는 곳에 스스로를 '유폐'시켜놓고서, 유일한 탈출구이자 비상구인 '문'을 만들고서, 자기가 사랑했던 이가 다시 찾아와주길 바라는 그 심정 말이다. 센야는 바로 그런 '감옥'을 찾아냈고, 그 감옥에서 '야스케'를 기다렸다. 마치 죽음과도 같은 상태에서 말이다. 그렇다면 '야스케'는 그곳을 찾을 수 있었을까? 센야와 야스케는 다시 만날 수 있는 걸까?
'회자정리 거자필반'은 참으로 아름다운 인사말이다. 흔히 '종업식'이나 '졸업식' 때 자주 쓰이던 말이었는데, 시대가 변하니 이젠 잘 쓰이지 않는 말이 되었다. 왜 그럴까? 아마도 너무도 발달한 '통신기기' 덕분일 것이다. 옛날에는 '서신왕래'를 하면서 며칠이나 몇 달에 한 번씩 '서로의 소식'을 전할 수 있었던 탓에 편지 한 통 받고 나면 그렇게 반갑고 기뻤다. 그러다 전화기가 대중화 되자 더 빠르고 편하게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었지만, 오히려 연락이 편해지면 편해질수록 더 '연락'을 뜸하게 할 뿐이었다. '삐삐'가 등장했을 땐, 반짝이나마 소통이 활발해졌다. 소식을 전하는 '메시지'가 한정되어 있었던 탓이다. 그때문에 '한정된 메시지'에 어떻게 더 기발한 아이디어를 발휘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더 자주 연락하게 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게 되었다. 그러다 '핸드폰'이 등장하자 연락은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자주 연락하는 대상과는 더 자주, 뜸하게 연락하는 대상과는 더욱 뜸하게 연락을 취하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이젠 SNS로 전세계 불특정다수와도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자 '이별'을 슬퍼하지 않게 되었다. 어차피 만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검색기능'으로 편리하게 찾을 수 있는 세상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라는 말이 무색해졌다. 헤어짐이 아쉽지 않은데, 굳이 다시 만난다는 것이 무에 기쁠쏜가?
이런 시대적 상황을 고려한 탓일까? 10권의 '시즌1'을 마감하는 대목에서 야스케와 센야가 다시 '만남'을 갖는 것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옛날이었다면 '시즌1'의 결말은 '헤어지는 대목'에서 멈추고, 독자들의 애간장을 다 녹이고 난 뒤에야 느긋하게 '시즌2'의 서두를 '둘의 재회'로 거창하게 시작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별이 아쉽지 않은 시절'이다보니, 급기야 '만남(재회)'으로 결말을 내려버렸다. 그리고 그 둘의 '새로운 이야기'로 시즌2를 장식할 것을 예고하며 막을 내렸다. 이걸 참신하다고 해야할까? 솔직히 맥이 쭉 빠지는 결말이었지만, 이야기는 재밌었으므로 '시즌2'에서 다시 리뷰를 이어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