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종점식당
dalgial 2025/04/13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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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점식당
- 김명기
- 9,000원 (10%↓
500) - 2017-03-30
: 135
그의 자리
주체는커녕 관찰자로라도 한국 시에 이런 자리가 등장한 적이 있던가. 괴롭지만 비굴하지 않게 그가 머문 몇 자리를 적어본다.
도축장
“죽음 대수롭지 않은 여기
목 떨어지고 다리 잘린, 속내까지 다 파헤쳐진
핏빛 축생의 응고되지 않은 주검을
이리저리 끌고 밀며 다니는 내가 안녕하듯
저렇게 지는 꽃그늘 속 또 다른 생은 안녕하다” 16
폐광지대
“모든 영롱함이 몰락하기 전까지
다만 일용을 위해 악착같았던 날들을
안일한 낭만이 밟고 지나가는 봄날 오후
나 그 증오와 사랑 사이에서 나고 자랐음이 분명한데
저 언덕배기 어디쯤에선가 검은 화차 위로 팔매질하던
하얀 국돌처럼 먼 곳으로부터 그리움 하나 챙기지 못 하고
최초의 불길로부터 도망치듯
이곳을 떠난 지 너무 오래되었다” 23
무덤
“더 이상 흉질 곳 없는 이를 위해
굴삭기가 작은 구덩이를 판다
딴에는 저이도 떠돌 만큼 떠돌다
제일 마지막에 돌아가는 것이리라
부랑의 육신은 봉인 된 채
또 어디를 향해 떠나갈까
문득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그의 얼굴이 궁금해지는 건
우린 서로 땅속으로 스며들 유전자를
나누어 가졌기 때문이겠지“ 84
원양어선
“뱃머리에서 얼음 깨는 우즈백 사내의
긴 이름을 외우다 이름만큼이나
낯선 그의 고향을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곳은 생의 항로에서
밀릴 대로 밀려버린 자들의
마지막 영토였으므로”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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