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지원도서
일곱 작가가 길어 올린 ‘한강’의 무지개 빛
주말의 돗자리, 치킨과 라면의 낭만, 러닝의 트랙, 퇴근길 창밖의 검푸른 물로만 보았던 한강을 매일 같아 보여도 결코 같은 물줄기일 수 없는 강으로, 일곱 작가가 서로 다른 장르의 옷을 입혀서 보여준다. 그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장강명의 〈한강의 인어와 청어들〉은 한강을 도시의 현실에서 미끄러뜨려, 반인반수의 세계로 데려간다. 인어와 청어의 전쟁이라는 설정은 화려하지만, 더 무서운 건 터전과 생존을 둘러싼 논리다. 누가 이 강을 가질 자격이 있는지, 누가 밀려나야 하는지, 그 질문이 판타지의 비늘 아래에서 현실처럼 반짝인다.
정해연의 〈한강이 보이는 집〉은 한강을 욕망의 프리미엄으로 만든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뷰(종묘 뉴스가 생각나는 건 나뿐일까), 그림 같은 집,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살인. 특히 '한강에는 CCTV가 없다'는 문장이 던지는 공포가 좋다. 도시가 자랑하는 공간이, 동시에 죄가 숨을 구멍이 될 수 있다는 사실. 미스터리는 사건을 추적하지만, 정해연은 그 집을 욕망의 구조로 해부한다.
차무진의 〈귀신은 사람들을 카페로 보낸다〉는 한강 변 ‘유리 카페’라는 근사한 공간을, 기묘한 군중심리와 괴담의 무대로 뒤집는다. 손님이 없던 카페가 한순간에 북적이는 이유, 젖은 머리의 여자, 그리고 어딘지 석연치 않은 흐름. 차무진 특유의 리듬은 '이상한데, 다음 문장을 안 볼 수 없게' 만든다.
박산호의 〈달려라, 강태풍!〉은 이 책에서 가장 예상 밖의 온도를 준다. 주인에게 버림받은 과거를 가진 시바견 ‘태풍’이 엄마(새 가족)를 찾아 달리는 이야기. 한강이 늘 인간의 서사만 품는 게 아니라는걸, 이 작품이 보여준다. 떠나간 존재를 찾는 마음은 종을 가리지 않고, 그 마음의 속도가 때로 가장 잔혹한 현실을 이긴다.
『한강』의 기획이 돋보이는 점은 일곱 편이 서로를 잡아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각자의 장르가 선명한데, 한강이라는 하나의 물줄기가 느슨하게 연결하고 있다.
이제 한강을 지나칠 때 나는 예전처럼 보지 못할 것 같다. 강물의 검은 윤곽 뒤로 인어의 비늘, 유리창의 반사, 달리는 발의 리듬, 젖은 머리의 환영, 개의 숨소리, 폭염의 어지럼, AI의 안내 멘트가 겹쳐 보일 것 같다. 이 앤솔러지에 나는 감염되었다.(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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