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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딴짓
  • 블러드문
  • 요 네스뵈
  • 18,720원 (10%1,040)
  • 2025-10-31
  • : 8,980


☆비채서포터즈3기 출판사지원도서입니다.


노르딕 누아르를 처음 읽었을 때 나를 강하게 끌어당긴 것은 차갑게 식은 공기, 눈이 내리는 거리의 고요, 그리고 그 속에 스며드는 사람들의 상처였다. 그 시작이 《스노우맨》이었다면, 《블러드문》은 그 세계를 다시 처음부터 새롭게 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삼 년 만에 돌아온 해리 홀레는 더 깊고 더 아픈 모습으로 오슬로의 밤을 다시 뒤흔든다. 예전보다 고뇌는 덜해 보이지만, 망가졌으면서도 이상하게 멋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번역이 달라서인지, 아니면 작가가 해리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고 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낯설면서도 확실히 매력적이다.


모든 것을 잃은 사람처럼 보이던 해리는 루실이라는 여성을 도와준 작은 계기로, 오래 숨겨두었던 ‘본능’을 다시 깨운다. 그 본능은 그를 다시 오슬로로 불러들이고, 또 한 번 어두운 사건의 중심으로 이끈다.

이번 사건은 요 네스뵈 특유의 기괴한 분위기가 가장 강하게 드러난다.


기생충, 성범죄, 근친상간 같은 보기 힘든 내용들이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노르웨이의 차가운 공기와 ‘붉은 달’의 이미지가 겹쳐 읽는 내내 몸이 서늘해진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여자를 사랑하던 해리가 아니라 ‘아들을 사랑하는 해리’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라켈을 잃고 완전히 무너졌던 그에게, 다시 지켜야 할 사람이 생긴 것이다.


그동안 경찰 조직 안에서 활약하던 해리는 이번 책에서 경찰 밖에서 홀로 싸운다. 부패한 경찰, 죽음을 앞둔 심리학자, 택시 기사 같은 결점 많은 사람들이 해리와 함께 움직이는데, 이 팀은 어쩐지 해리 자신을 닮아 있다. 이들과 함께하면서 시리즈의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달라진다. 이 변화가 해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알 수 없기에 더 궁금해진다.


노르웨이의 거친 공기와 해리 홀레의 상처가 겹쳐지자, 다시 북유럽의 차가운 풍경 속으로 돌아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스노우맨》으로 처음 떠올렸던 노르웨이의 이미지가 《블러드문》에서 다시 또렷하게 살아난다. 언젠가 오슬로의 골목을 걸으며 해리가 지나갔을지도 모를 회색 풍경을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요 네스뵈는 이번에도 또 다른 연쇄살인범의 그림자를 남겨놓았다.

그것만으로도 이 길고 긴 시리즈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릴 이유는 충분하다.


#블러드문 #요네스뵈 #비채 #해리홀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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