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지원도서
회사에서의 하루는 전쟁과도 같다. 숫자로 평가받고, 감정으로 일하며, 관계 속에서 버텨내야 하는 세계. 부하 직원과의 온도 차, 윗선의 결정, 예측할 수 없는 시장 상황 속에서 우리는 매일 ‘이겨야 하는 싸움’을 반복한다. 다시 『손자병법』을 펼치며 나는 깨달았다. 싸움에서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무너지지 않는 법을 배우는 일이라는 것을.
“싸우면서 이기려 하지 말고, 이겨놓고 싸워라.”
이 문장은 내 일상의 평정심과 닮아 있었다. 업무 현장에서 우리는 종종 ‘당장 이기려는 마음’에 휘둘린다. 회의에서 논리로 상대를 꺾으려 하고, 프로젝트 성과로 인정받으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조직이 흔들리지 않도록 버티는 것이다.
항우의 몰락에서는 감정 조절의 중요성을, 제갈량의 전술에서는 냉철한 판단력을 배운다. 나에게는 그 모든 이야기가 ‘조직 안의 인간관계’로 들렸다. 성과보다 사람이 먼저 무너지지 않도록 살피는 것, 부하의 잠재력을 읽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 때로는 한 발 물러서 조직의 ‘형세(勢)’를 관찰하는 인내. 손자가 말한 “형(形)과 세(勢)”의 조합은 결국 보이는 실력과 보이지 않는 분위기의 조화다. 나의 직장에도 그런 형세가 있다. 숫자만이 전부가 아닌 팀의 사기, 신뢰의 흐름, 작은 성취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에너지의 방향성. 손자는 이미 그것을 간파하고 있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익숙한 고사성어가 이번엔 다르게 다가왔다. ‘적을 알고 나를 알라’는 말은 단순한 정보 수집이 아니라 상대의 논리를 이해하고 내 감정을 객관화하는 일이다. 회의 중 감정적으로 반응하기 전에 상대의 의도를 읽고, 시장 환경을 탓하기보다 우리 팀의 약점을 먼저 진단하는 것. 손자의 전략은 결국 이성을 단련하는 훈련이었다.
이번 현대지성 판본은 특히 인상 깊었다. 97가지 역사적 사례와 47장의 이미지가 어우러져 고전을 ‘현장 매뉴얼’처럼 느끼게 한다. 노자 철학과의 연계, 비즈니스와 투자 사례, 삼십육계 해설까지 더해져 ‘삶의 전략서’로서 깊이가 남다르다. 읽는 내내, 고전이 이렇게 현실적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손자의 말은 전쟁터를 넘어, 회의실과 가정, 그리고 인생의 무대 위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매일이 싸움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성과, 평가, 인간관계…. 그러나 『손자병법』은 말한다. “이겨야 하는 싸움보다, 피해야 하는 싸움을 구분하라.” 그 말은 마치 오늘의 나에게 던지는 조언 같았다. 손자의 병법은 전쟁의 기술이 아니라 버티는 철학, 그리고 인생을 위한 생존의 지혜였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자가 진정한 승자다.”
오늘의 일터에서, 이 말만큼 필요한 전략이 또 있을까.
#손자병법 #손자 #현대지성 #불태법칙 #현대지성클래식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