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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딴짓
  • 멜론은 어쩌다
  • 아밀
  • 16,020원 (10%890)
  • 2025-09-11
  • : 2,030

☆비채서포터즈3기 출판사지원도서입니다.


아밀의 신작 소설집 《멜론은 어쩌다》는 표지에서 볼 수 있듯이 독특한 공기와 색을 머금은 책이다. 낯선 별의 대기를 들이마신 듯, 읽는 순간부터 익숙한 세계와는 다른 결의 분위기가 감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이 소설집이 지닌 경쾌함과 묵직함의 기묘한 공존이다. 천연덕스러운 유머 속에 현실의 차별과 혐오가 스며 있고, 발랄한 캐릭터들이 뛰노는 무대 뒤편에는 우리가 외면하기 어려운 현실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특히 〈노 어덜트 헤븐〉은 ‘어린이만이 들어갈 수 있는 천국’이라는 발상부터가 묘하게 아름답다. 멜론이라는 소녀가 엄마와 다시 마주하는 장면은 동화적이면서도 처연하다. 과일처럼 묘사된 멜론이의 모습은 작품 전체에 특별한 온기를 더한다. 아밀은 이 소설을 통해 동심과 상처, 순수와 어둠을 절묘하게 교차시키며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이미지를 선물한다.


〈나의 레즈비언 뱀파이어 친구〉, 〈어느 부치의 섹스로봇 사용기〉, 〈성별을 뛰어넘은 사랑〉 등 다른 단편들도 경계를 비트는 대담한 상상력으로 가득하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은 설정들이 소설 속에서는 능청스럽게 펼쳐지고, “이렇게도 말할 수 있구나”라는 신선한 놀라움을 안겨준다.


《멜론은 어쩌다》는 SF적 장치를 활용하고 있지만 결국 인간과 사회, 차별과 사랑이라는 본질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그러면서도 무겁지 않게, 오히려 명랑하고 재치 있게 풀어내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책을 덮고 나면 마음속에 묘한 진동이 남는다. 불편함과 사랑스러움, 현실과 환상이 뒤섞여 만들어낸 여운. 이 독특한 공기야말로 아밀의 작품을 특별하게 한다. 마치 한여름에 베어 문 멜론처럼 신선하고 낯설며, 동시에 씁쓸한 단맛이 오래도록 입안에 머문다.


새로운 공기 속에서 문학을 느끼고 싶고, 익숙한 세계를 다르게 비춰줄 거울을 찾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멜론은어쩌다 #김지현 #아밀 #비채 #비채서포터즈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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