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지원도서
책을 좋아하는 내게 여행은 언제나 책장을 넘기듯 시작된다. 가방 속에는 늘 읽다만 소설 한 권이 있고, 낯선 공항의 공기조차 문학 작품 속 배경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나와 그녀들의 도시』는 첫 장을 펼치자마자 내 마음을 단단히 사로잡았다.
곽아람 작가는 어린 시절 머리맡을 지켜주던 책 속 친구들을 실제 세계에서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다. 초록 지붕 집의 앤, 네 자매의 웃음소리가 가득한 콩코드, 개츠비의 화려한 뉴욕, 그리고 바다와 싸우던 노인의 쿠바까지. 그 풍경을 두 발로 걸으며 확인하는 과정은 곧 “문학이 단지 허구만은 아님”을 증명하고, 책 속에서 받았던 위안이 공기와 빛, 흙의 냄새로 살아난 순간들이었다.
읽다 보면 여행기가 곧 문학 비평이 되고, 문학이 다시 여행의 나침반이 된다. 특히 스칼렛 오하라의 엄마, 엘런의 서배너까지 찾아간 대목에서 나는 작가의 세심한 시선을 오래 곱씹었다. 대부분 여주인공 스칼렛만 떠올리지만, 작가는 그 뿌리와 배경까지 탐색한다. 여성 인물들에게서 길어 올린 강인함은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도 건네는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책 속 세계가 실재한다는 믿음. 그 믿음이야말로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허구의 도시’가 실제 땅 위에 있다는 사실은 내가 오래 사랑해온 문학을 한 번 더 사랑하게 만든다. 책장 깊숙이 묻어둔 『빨강 머리 앤』을 꺼내 읽고 싶어졌다. 그리고 언젠가 곽아람 작가처럼 진짜 프린스에드워드 아일랜드로 떠나, 바람에 흔들리는 초록 지붕 집을 바라보며 앤과 나의 이야기를 다시 이어가고 싶다.
『나와 그녀들의 도시』는 책이 여행을 부르고, 여행이 다시 책을 부르는 선순환의 증거다. 책을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는 이라면, 이 책은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라 문학이 건네는 초대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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