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책 속에서 딴짓
  • 자연 그대로의 자연
  • 엔리크 살라
  • 22,500원 (10%1,250)
  • 2025-06-10
  • : 1,000

☆출판사지원도서


우리는 자연을 되살릴 마지막 세대일지 모른다.


책장을 넘기며 몇 번이나 숨 고르기를 했다. 엔리크 살라가 쓴 『자연 그대로의 자연』은, 마치 지구 생명 전체에게 보내는 절절한 연애편지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 안엔 간절함, 절박함, 그리고 무엇보다 진실이 담겨 있다. 기후 위기 뉴스에 하루에도 몇 번씩 가슴이 답답해지는 사람에겐 이 책이 “지금 내가 왜 싸우는가”를 새삼 되짚게 해주는 강력한 도화선이었다.


살라는 환경단체가 흔히 말하는 “자연은 소중하니까 지켜야 해요”라는 식의 당위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과학자이고 탐험가이며, 동시에 활동가로, 자연을 이상화하지도, 낭만적으로 포장하지도 않는다. 야생을 경외하지만, 그 야생이 인간 없는 곳에서 가장 잘 작동한다는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체르노빌, 옐로 스톤, 사막의 야생화들. 그들은 인간이 사라지자 되살아났다. 뼈아픈 진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건드렸고, 이제야 비로소 조금 물러나는 법을 배워야 할 때다. 자연은 우리에게 "기회"를 주고 있지만, 그 기회는 무한하지 않다. 늑대를 다시 들여보낸 옐로 스톤에서, 사슴의 수가 조절되고 강이 제 흐름을 찾았다는 이야기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건 자연이 원래 그렇게 작동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오직 인간만이 그 시스템을 '설계 가능한 대상'으로 착각해왔던 것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 책은 매우 설득력 있다. 해양 보호 구역을 만들자 물고기 수가 폭증했고, 어민들의 수익이 늘었다. 단일 작물보다 다양성이 높은 환경이 병해충에도 강하다는 건 이미 과학적으로 수십 번 입증되었다.


문제는 우리가 ‘듣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다. 자연을 살리는 방법은 인간이 더 많이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더더더 적게 개입하는 것이다.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어쩌면 개발 논리보다도, 인간 중심주의라는 환상일지도 모른다. 창밖에 보이는 여름으로 향하는 도시의 공기, 빛, 그리고 매연 속에서도 들리는 참새 한 마리의 짹짹 소리. 그 작은 생명이 사라지지 않도록, 지금 우리가 이 책을 읽고, 조금은 멈춰야 할 때다.


이 책은 우리 모두가 읽어야 할 ‘생존 매뉴얼’이자, ‘윤리 교과서’로 “야생은 선택이 아니라, 미래다.”라고 외치고 싶어진다.


#자연그대로의자연 #엔리크살라 #열린책들 #우리에게는왜야생이필요한가 #인간중심주의 #야생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