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채서포터즈3기 출판사지원도서입니다.
나는 우리의 삶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끄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p.145
시베리아의 끝없는 평원, 하얀 눈밭 위로 새빨간 피가 번지는 순간. 상상만 해도 아찔하지 않은가? 인류학자 나스타샤 마르탱은 곰의 습격을 받고도 살아남았고, 그 경험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야수를 믿다》는 단순한 생존기가 아닌 자연과 공존하는 법을 배우고,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을 벗어나려는 한 여성의 용기 있는 여정이다.
시베리아 곰과 정면으로 맞붙고, 러시아와 프랑스를 오가며 치료를 받으면서도 나스타샤는 계속해서 자신을 돌아본다. 사람들은 나스타샤를 동정하거나 연구 대상으로 바라보지만, 그녀는 피해자가 되기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선다. 나스타샤는 ‘운이 좋아’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자연을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이려 했기 때문에 지금의 자신이 될 수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 길의 끝은 다시 캄차카 반도, 곰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땅이다.
여태껏 우리는 흔히 인간과 자연을 분리해서 생각했지만 나스타샤는 자연을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그녀는 곰과 마주했던 순간을 통해 그 경계가 무의미하다는 걸 깨닫는다. 선주민 에벤인들은 그녀를 ‘미에드카(반은 인간, 반은 곰)’라고 부르며 경외심을 보인다. 미에드카의 의미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이 에세이는 몽환적이고 시적이라 읽는 재미가 남다르다. 단순한 논픽션이 아니라 마치 한 편의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 든다. 곰의 습격이 그녀에게 남긴 건 단순한 흉터가 아니라, 새로운 삶의 방식이었다.
우리는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자연을 두려워하며 거리를 둘 것인가, 아니면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을 것인가?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허물고, 그 속에서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감동받는다. 이것이 나의 해방이다. 삶이 주는 한 가지 약속. 불확실성.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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