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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 기억되기’에 대한 애도의 서사
치명적인 바이러스와 이상기후, 세계대전을 거쳐 인류는 생존 자체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24세기를 맞이하게 된다. 인공지능 '모세'의 제안들 받아들여 '생애한도'에 도달하면 존엄을 소거하는 시스템 속에서 인류는 '실무자'로 균형제를 먹으며 상상, 감정, 꿈조차 금지된 삶을 살아간다. 이러한 '중재도시'에서 인간의 인간다움을 유지하는 조건과 삶의 의미를 묻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시간이 흘러 27세기를 배경으로 '존엄 소거'의 마지막 순간을 기록하는 세인과, 체제에 의문을 품고 벽 너머로 나아가려는 레드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중재자(인공지능)의 합리적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당연시되는 세계에서, 레드는 생존을 넘어선 ‘삶’을 꿈꾸는 존재다. 두 인물의 대립과 소통은 우리로 하여금 인간의 본질과 감정, 상상의 가치를 성찰하게 만든다.
특히, 소거된 감정을 끌어올리는 세인의 내면 변화와 레드의 결단은 생존과 삶의 의미에 대해 무거운 질문을 한다. 작품은 인간을 구원하는 것이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타인을 상상하고 기억하며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내는 일임을 역설한다.
작가는 “기억하고 기억되기”를 씨앗 삼아 타인의 처지를 상상하는 용기가 삶을 이어간다고 말한다. 이는 곧 『부적격자의 차트』가 ‘부적격자’라 불리는 이들의 삶을 애도하고, 그들을 기억하는 기록임을 암시한다. 문학평론가 문지혁이 “아프지만 아름답게 가닿는다"라고 평했듯, 오늘날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고, 생존을 넘어 인간답게 사는 방법을 성찰하도록 이끈다.
연여름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생존이 전부가 아니라, 두려움을 딛고 삶을 선택하고 기억하며 살아내는 것이야말로 인간다움의 본질임을 일깨운다. 이는 단순한 SF의 범주를 넘어, 현대문학의 성찰적 과제를 담아낸 멋진 디스토피아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출판사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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