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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딴짓
  • 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
  • 에쿠니 가오리
  • 16,830원 (10%930)
  • 2024-12-09
  • : 4,213


에쿠니 가오리의 20년 전 작품 <반짝반짝 빛나는>을 좋아한다.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미묘한 감정과 관계의 복잡함을 따뜻하고 아름답게 담아내는 청아한 그녀의 문체가 좋았다. 오랜만에 읽어본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 <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은 속 시끄러운 요즘의 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는 신경안정제 같이, 이제 곧 30년 된 동창생들을 만나게 되면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이 펼쳐진다.



<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은 57세의 대학 동창 세 여성의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인생 이야기를 담고 있다. 대학 시절 늘 함께했던 세 친구, 소위 "쓰리 걸스"라 불리던 리에, 다미코, 사키는 졸업 후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각기 다른 삶을 살아온 그들이 리에의 귀국을 계기로 다시 모이며,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



리에는 오랜 해외 생활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온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다미코는 글을 쓰며 어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싱글 여성이고, 사키는 남편, 아들과 함께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돌보는 주부다. 이들의 재회는 과거의 추억을 환기시키며 웃음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소설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셔닐"과 "캔털루프 멜론" 같은 단어들은 30년 전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상상과 동경을 불러일으킨다. 대학 시절 그녀들에게 특별했던 이 단어들은 현실과 상상 간의 괴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과거에 그렸던 멋지고 이상적인 미래가 현실에서는 얼마나 다르게 나타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허탈함과 안도감을 담백하게 그려낸다.



에쿠니 가오리의 문장은 단순히 여성들의 과거를 추억하거나 현재의 일상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다미코의 어머니 가오루, 사키의 아들, 그리고 다미코의 친구 마도카 같은 조연들 또한 이야기의 중심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결혼과 연애, 이혼과 사별, 그리고 우정과 가족 관계 등 다양한 인간관계를 세심하게 조명한다.



삶은 종종 우리가 그리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하지만 에쿠니 가오리는 이를 비극적으로 묘사하기보다 삶의 다채로움으로 승화시킨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상상과 현실을 교차하며, 세 친구가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인생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소설은 나이 들어감에 따라 달라지는 시각과 관계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 깊은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쓰리 걸스의 삶을 통해, 나와 친구들의 과거와 현재를 다시금 생각할 기회를 준 이번 작품은 에쿠니 가오리가 보내는 삶의 고단함과 따스함이 어우러진 초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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