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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ㅡ의 서재

그리움이 사무친 나머지 렉스의 부재는 하나의 현존, 배 속에 남은 메스 같은 존재가 된다. 여명이 압록강 위로 가물거리다 산을기어오르더니 검은딸기나무 가시마다 벌겋게 타오르는 빛으로 자리 잡는다. 다들 수군거린다. 우리 군이 반경 16킬로미터까지 왔어.
8킬로미터까지 왔어. 이제 저 산만 넘어오면 돼. 내일 아침이면 도착할 거야. 만약 렉스가 사살됐다면 혼자 죽었을까? 트럭이 이곳을 떠나던날 밤, 그는 바로 옆 드럼통에 지노가 있다고 생각하며 속삭였을까?
아니면 처음부터 지노가 따라오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을까?- P369
주는 것,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도 다만 소년이 원하기 때문에 무조건 따르는 것 같다.
그들 옆을 걷는 그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원정대는 4월 둘째 주가 지나기 전에 콘스탄티노플의 육지 성벽이 보이는 들판에 도착한다.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지고, 함성이솟아오르고, 사내들은 거대한 대포를 구경하려고 앞다투어 달려간다. 오메이르는 이제껏 몽상 속에서 도시를 매번 다른 모습으로 수도 없이 상상했었다. 짐승의 발톱을 단 마귀들이 탑 꼭대기를 걸어 다니고, 그 밑에선 지옥의 개들이 사슬을 끌고 다닌다고상상했었다. 하지만 마지막 굽잇길을 돌아 처음 보는 순간 그는숨이 턱 막힌다. 그들 앞에는 천막, 설치물, 짐승, 불, 군인 들로이루어진 거대한 쓰레기 더미가 강처럼 넓은 해자를 떠밀 듯한기세로 펼쳐져 있다. 저쪽 편 해자 위 낮고 가파른 비탈 너머로는성벽들이 지면을 따라 양쪽으로 수 킬로미터를 오르내리며 뻗어있는데, 고요히 줄지어 선, 범접할 수 없는 위용을 떨치는 절벽처럼 보인다.
생경한 뿌연 빛을 받으며 나직한 잿빛 하늘 아래 펼쳐진 성벽들은 무한히 이어질 것만 같고, 뼈를 깎아 지은 도시를 수호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무리 거대한 대포가 있다 한들 저런 요새를 무슨 수로뚫고 들어갈 수 있을까? 그들은 코끼리의 눈 위에서 까부는 벼룩 꼴이 될 것이다. 산기슭에서 까부는 개미 꼴이 될 것이다.-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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