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으면 좋고 적으면 나쁘다. 나 한 사람의 돈만 생각하면 단순하다. 그래서 그저 열심히 벌고 모으고 쓴다. 그러나 수천 사람의 돈을 생각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오만 가지 사연으로 돈이 나가고 들어온다. 오만 가지는 알게 모르게 연결되어 있어서 거대한 흐름을 만들고 변화를 일으킨다. 거대한 흐름 속에 내가 있다.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돈을 운용하면서부터 얼마간 복잡한 사람이 되기 시작한 것 같다. 어떤 사람의 어머니가 말씀하시기를, 사람은 어디에서나 적응하는 법이란다.
경제학도 예술처럼 상상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어려움은 상상력의 부족에서 오는 것 같다. 다만 나는 '희소한 자원을 최대한 잘 활용해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는 나날의 연속을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를테면 몸져누워 며칠을 꼼짝 못하게 돼버리기 전에 오늘 몇 시간 쉬어두기로 하는 결정 같은 것. 호감 있는 사람의 고백을 거절하고 솔로여서 얻을 수 있는 편익을 택하는 것.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공부도 하고 연애도 하고 싶지만 시간과 체력과 돈이 희소하므로.
구두쇠처럼 무조건 돈을 쓰지 않고 모으거나 굶으면서까지 절약하는 행위는 결코 ‘경제적‘이지 않다. 희소한 자원을 최대한 잘 활용해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욕구를 충족하려는 성향을 ‘경제적‘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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