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늘씬하고 키가 큰 몸을 쭉 펴고 당당하게 서서 곤란해하는 거티를 내려다보았는데, 그 태도가 무슨 도전적인 암흑의 천사라도 되는 듯했다. 거티는 머뭇거리며 간신히 말했다. "릴리, 릴리. 그런 일에 대해서 어떻게 웃을 수가 있어?"
"아마 울지 않기 위해서겠지. 하지만, 아니야. 난 울고 짜는성격이 아니라서. 이미 어렸을 때 울어봤자 코만 빨개진다는걸 알았거든. 그 덕분에 무척 고통스러운 몇몇 사건들을 잘 넘길 수 있었지." 릴리는 안절부절못하는 걸음으로 방 안을 걷다가 다시 자리에 앉아서 근심이 가득한 거티의 얼굴을 조롱의표정을 띤 밝은 눈길로 바라보았다.- P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