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나 작가의 <금빛 종소리>를 읽다가 그 책에 소개된 첫 번째 꼭지인 <아우라>를 읽었고, 두 번째 꼭지인 <순수의 시대>에 순수의 시대 이외에도 <환락의 집>에 대한 언급이 있어 궁금해서 사두고 읽지 않은 환락의 집을 꺼내 들었다.
처음엔 이야기의 방향이 제인 오스틴과 비슷한가 생각했다.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상류층 여주인공이 우여곡절을 겪지만 사랑과 결혼을 찾아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야기. 100년이 지나도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는 것인가.
그런데 달랐다. 이디스 워튼은 제인 오스틴이 아니었다. 뉴욕의 화려한 사교계에 속했지만, 누구나 감탄하는 아름다운 외모를 갖췄지만, 재력은 없는, 속물적이고 이해타산적인 여주인공 릴리가 처한 현실을 여과 없이 냉정하게 보여준다. 이렇게 비호감인 여주인공이 있을까. 책 읽기가 싫을 정도로 너무나
비호감이다. 이건 이디스 워튼의 너무나도 세밀하고 탁월한 심리 묘사 때문이다.
점점 전락해가는 릴리.
2권에서는 더 추락할 일만 남은 것 같아 안타깝다.
100년이 지나 이야기는
달라졌지만, 결혼이 아닌 대안은 거의 없는 여성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