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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님의 서재

들어가며: 흐르는 강물처럼

20세기 전반 우리의 생각을 지배했던 계단식 진화, 20세기 후반 우리의 생각을 지배했던 나무식 진화, 이 둘 모두 실제로 일어난 일을 표현하기에는 모자라는 은유였습니다. 인류의 진화는 한 줄로 나란히 서서앞으로 행진하는 모습도, 곁가지와 본가지로 갈라져서 울창한 아름드리나무가 되어 뻗어가는 모습도 아닙니다. 차라리 갈라졌다가 다시 만나고 다시 갈라지는 강줄기의 모습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많은 물줄기를 이루었던 인류 계통의 다양성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큽니다. 작은 물줄기에서 큰 물줄기로 모여 지구 전체를 덮고 있는 우리호모 사피엔스는 다양한 집단의 다양한 기원이 만들어 낸 모습입니다.- P10
장비발이 중요해

두뇌 용량이450cc 남짓한 침팬지가 돌을 깨서 도구를 만들어 쓸 줄 알고 그 방법을 다음 세대에게 가르쳐서 전승한다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또한 그렇게했을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사람만이 도구를 제작하여 사용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은 틀렸음이 밝혀졌습니다. 사람만이 도구 제작 및 사용 방법을 가르치고 배우고 다음 세대로 전승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 역시 틀렸음이 밝혀졌습니다. 우리는 사람이 다른 동물과 양적, 질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인류의 진화 역사 속에서도 사람이 속한호모속은 그 이전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속과 양적, 질적으로 다르다고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인류와 다른 동물 사이에 놓인 벽, 호모속과 오스트랄로피테쿠스속 사이에 놓인 벽은 의외로 두껍지 않았습니다.- P50
고기 말고

이 최근의 연구 성과들이 시사하는 점은 무엇일까요? 두 발 걷기, 두뇌용량, 사냥도구의 제작과 사용이 패키지를 이룬 ‘사냥 가설‘은 그자체로 뛰어난 논리적 정합성을 갖춘 것처럼 보였으며 20세기까지 주류가설로 통용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서 ‘두 발 걷기‘가 떨어져나가고 이제는 두뇌 용량과 사냥, 도구 제작 간의 연결고리조차 끊어지려고 하고 있습니다. 동물성 먹거리를 얻기 위해서는 고기를 얻을 수 있는 큰 짐승을 사냥할 수밖에 없다는 기존의 공식에서 벗어나게 되면서또 다른 시각이 생기고 있습니다. 동물성 먹거리를 얻기 위한 행동으로서 사냥이 남성의 전유물이었고 여성은 채집을 통해 식물성 먹거리를확보했다는 경제 분업 가설이 와해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동물성 먹거리의 확보가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었다면 사실상 이러한 분업은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곤충 등 다양한 동물성 먹거리와 씨앗, 구근류, 해산물 등으로 고칼로리 고단백질의 먹거리 섭취가 가능해지면서 두뇌는 점차 커졌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호모 에렉투스만이 아니라 약 200만 년 전에 살았던 모든 고인류가 공통적으로 겪은 진화입니다. 어른 침팬지보다 큰 머리를 가지고 있는 고인류가 서로 살아가는 방식을 보고 따라 했을 광경을 머릿속에 그려봅니다.-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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