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
뭐, 쌀 수입이 어쩔 수 없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의 수입쌀 운용은 큰 문제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수입된 쌀을국내에서 사람이 소비하는 용도로 유통해왔다. 반면, 우리와 비슷한 시- P140
기에 역시 쌀을 전면 개방한 일본은 자국의 쌀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않도록 수입쌀 유통을 관리해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입쌀의 96%가밥쌀용 또는 가공용으로 쓰인다. 사람이 먹는 용도인 것이다. 반면 일본은 26% 정도만 가공용으로 쓰일 뿐 나머지는 해외 원조 또는 사료용으로 사용한다. 두 정책의 차이는 명백하다. 우리나라로 들어온 수입쌀은 가공식품 등에서 우리 쌀을 밀어내며 결국 우리 쌀의 지위를 위협하게 되었지만, 일본은 여전히 자국 내의 소비를 자국 내의 생산으로 충족할 수 있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가공식품의 가격을 낮추기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최근의 ‘햇반‘ 사태는 결국 수입쌀 운용 정책이 대기업의 배를 불리는 데 이용되었다는 걸 보여줬다. 실제 2022년 CJ제일제당은 국내산 쌀을 사용하는 대신 수입쌀로 ‘햇반‘을 출시한다. 원재료의 가격은 3분의 1로 낮아졌지만 소비자 가격은 그대로였다. 2022년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진 내용이다. 만약 우리도 일본처럼 수입된 40만t의쌀이 사료용으로 사용되었다면 지금의 논란은 있을 수 없다. 기후위기시대에 ‘남는 쌀‘ 운운하며 이런 시간 낭비는 하지 않을 것이었다. 세계평균 곡물자급률은 102%를 훨씬 상회하고, 선진국인 호주 270%, 캐나다 195%, 미국은 130%이며,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었던 일본도 30%가 넘어갈 정도로 국제적으로 식량주권을 위해 힘을 쏟는 시대에, 정작 우리 정부는 주식인 쌀의 감축을 농민들에게 강제하고 있다.- P141
하승수
전기는 보내주고, 폐기물은 받아들여라?
수도권 도시지역과 농촌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것이 산업·의료 폐기물이다. 서울에는 폐기물 처리시설이라고 해야 생활폐기물 처리시설정도가 있다. 재건축·재개발을 그렇게 많이 해도 건설폐기물 처리시설이 서울에는 없다. 대신 농촌과 산촌에 산업폐기물들이 밀려든다. 건설폐기물 정도가 아니라 하수·폐수에서 나오는 오니, 소각장에서 나온재, 폐플라스틱, 폐합성수지, 폐석면, 폐산, 폐알칼리, 폐유, 광재, 분진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만큼 다양한 산업폐기물이 농촌에 밀려들고 있다.
산업폐기물이 대량 발생하는 건 물론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폐기의 시스템이 갈수록 확대돼왔기 때문이다. 온갖 물건이 더 많이 생산되고, 여러 생산공정을 통해서 만들어진 최종 소비재의 편익을 누리는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은 도시이지만 그들의 쓰레기는 농촌, 산촌에 떠넘겨지고 있는 것이다.- P151
돈이 되는 폐기물 처리사업
이제 농촌은 지대를 추구하는 자본이 침범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인구가 빠져나가고 고령화되면서 반대할 힘이 없는 농촌에 각종 오염시설이 밀려들게 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때맞춰 농지와 농촌을 파괴할여러 입법을 했다. 대표적인 것이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에 관한 특례법‘인데, 이명박 정부의 규제개혁 1호 법안으로 2008년에 추진된 이 법은 우리 농촌에 산업단지가 무분별하게 들어서게 된 결정적 요인이다. 산업단지는 원래 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조성하는 것이고, 농촌이라면 농공단지 정도를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법에 따라서, 일반산업단지가 민간 영리기업들에 의해 추진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심지어 강제로 토지수용도 할 수 있다. 업체가 산업단지 부지를결정하고, 특례법에 의해 간소화된 인허가 절차를 밟으면, 주민들의 반대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산업단지는 많은 경우 산업폐기물 매립장까지 포함한다. 처음에는산업단지가 들어와서 일자리와 인구가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던 주민들이 나중에야 폐기물 처리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알고 반대에 나선 경- P153
우도 있었다. 산업폐기물 매립장이 수백, 수천억 원대 이권사업이 되면서 산업단지가 아닌 곳에서도 폐기물사업을 추진하려는 업체들이 생겼다. 업체들의 몸집도 커졌다. 인허가만 받으면 이윤은 보장되다시피 하니 최근에는 사모펀드나 대기업들이 산업폐기물, 의료폐기물 사업을장악해가고 있다. 문제는 산업단지, 산업폐기물에 국한되지 않는다. 토건사업,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필요한 골재는 늘어났지만 바다와 강에서 골재를 채취하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자 영리업체들은곳곳에서 석산 난개발을 하고 있다. 발파로 인한 소음과 진동, 돌가루에 시달리는 마을이 늘어나고 있다. 농촌마을의 고통은 심해져간다.- P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