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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목서님의 서재
  • 새의 식사
  • 김옥숙
  • 9,000원 (10%500)
  • 2020-10-28
  • : 43

  “아린 마늘 같은” 시들의 집이다.

  "천 길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지 않기 위하여 생을 꽉 쥐고 있는 뜨겁고 아린 손가락들”이 “삶에 꽉 들러붙어 있”(「그는 어디서든 들러붙는다」)어서, 

  “캄캄한 지하에 눈과 귀를 박아 넣고 수만 미터 아래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를 찾아내는”선인장들이 “하늘에다 무수한 가시를 박아 넣고 메마른 하늘을 찔러대”(「낙타」)고 있어서,

  “짜고 쓰고 시고 달고 매운 맛과 무쳐지고 버무려져서”, “위장보다는 영혼을 독하게 휘젓”는 “아리디아린 마늘 같은” 시들(「아린 마늘 같은 시」)의 집.

 

      낙타의 젖은 눈썹을 본 일이 있는가

그림 속 낙타의 눈을 들여다보지 말라

낙타의 길고 아름다운 눈썹에 손을 대지 말라

천년만년 그림 속에 박제가 되어 있어야 할 낙타가

고개를 돌려 당신 앞으로 걸어나올 것이다

낙타는 당신에게 올라타라고 말을 건넨다

언젠가 낙타의 등에 올라타고

한없이 사막을 건너갔던 것처럼 낙타의 익숙한 등

불룩한 혹을 쓰다듬을 것이다 당신은

지쳐보이는 식구처럼 낙타가 안쓰러울 것이다

선인장들은 하늘에다 무수히 가시를 박아 넣고

메마른 하늘을 마구 찔러대고 있다

선인장의 눈과 귀는 뿌리에 있지 낙타가 말한다

캄캄한 지하에 눈과 귀를 박아 넣고

수만 미터 아래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를 찾아내는 거야

내 몸속의 물을 꺼내 마셔, 괜찮아

낙타의 목을 끌어 않고 우는 당신

낙타의 몸에서 물을 꺼내 마신다.

모래바람이 불어와 낙타의 몸을 이불처럼 덮는다

당신은 눈물을 훔치며 그림 속을 걸어나온다

당신의 몸속에 들어온 낙타 한 마리

문을 열면 모래바람이 거세게 불고

당신의 늑골 속으로 기억의 모래가 쌓이는 소리

당신은 몸속의 낙타 한 마리 거느리고

사막을 건넌다. 그림 속의 낙타는 눈썹이 길다

                                           -『낙타』, 전문-

 

  “지쳐 보이는 식구같이 안쓰러운 낙타”가 “당신에게 올라타라고 말을 건”네며 “내 몸속의 물을 꺼내 마셔, 괜찮아” 하고 되려 당신을 위로할 때, “낙타의 목을 끌어 않고 우는 당신”. “몸 속의 낙타 한 마리 거느리고” “모래바람이 거세게” 불어오는 사막을 건너가는 당신”들,

을 그려낸 시인의 첫 시집을 읽는 동안 “시인은 남을 위해 울어 주는 사람”이라는 누군가의 말을 절절하게 떠올리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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