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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er than day before
  • 귀신 들린 아이
  • 엘리스 피터스
  • 15,120원 (10%840)
  • 2024-10-30
  • : 584


 

중세 서사와 미스터리를 결합한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매혹적일 수밖에 없다. 12세기 중세 잉글랜드의 풍속을 엿볼 수 있다는 장점 그리고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 간의 내전이 격화되어 가는 와중에 잇달아 벌어지는 살인사건(강력사건)의 해결에 엘리스 피터스 작가는 초점을 맞춘다. 지금 기준에서 본다면 말이 안된다는 지점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에 치트키가 있으니 당시가 중세라는 점이다.

 

캐드펠 수사는 십자군 전사 출신의 수도사다. 일찍이 성도 예루살렘을 비롯한 세상의 온갖 풍파를 다 겪고 나서, 나이 사십이 넘어 신에 귀의를 결정했다. 세상의 경험이 많은 만큼, 평생 수사로 산 이들과 생각의 폭과 이해의 정도가 다르다. 수도원장 라풀두스도 캐드펠 수사에게 조언과 도움을 요청할 때가 많다. 성무에 묶인 다른 수사들과 달리, 캐드펠 수사는 그만큼이 자유재량권을 지닌 셈이다. 그리고 온갖 허브와 약재로 요즘으로 치면 전문의 정도가 되는 치유사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전문 의사가 없던 시절, 아프고 다친 이들은 모두 캐드펠을 찾기 마련이다. 그 와중에 얻게 되는 정보의 질은 아주 고급이지 않았을까.

 

이번 시리즈의 주인공은 19세의 메리엣 애스플리다. 그는 지역에서 잘 나가는 영주 레오릭의 차남으로 어느날,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을 찾아 견습수사가 되어 서원할 것을 결심한다. 이에 수도원에서는 회의를 갖고, 정말 메리엣이 미래의 수도사가 될 자질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논의를 갖는다. 우리의 캐드펠 수사는 아직 메리엣이 어리니 시간을 두고 보자는 그런 편이다. 라둘푸스 수도원장 역시 그의 의견에 동의하고, 1년간의 견습수사 시간을 갖기로 결정한다. 한 번한 서원은 되돌릴 수 없으니 충분하게 시간을 갖자는 주장이다.

 

문재가 뛰어나고 귀족 출신답게 독선적인 성격의 메리엣은 주위의 시기를 산다. 더 큰 문제는 그가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면서 고함과 괴성을 지르고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른 수도사들은 메리엣이 귀신이 들렸다고 생각하고 더욱 더 그를 기피하게 된다. 게다가 로버트 부수도원장의 심복인 제롬 수사와의 사건으로 메리엣은 태형이라는 징벌까지 받게 된다. 이거 이야기가 심각하게 전개되는데 그래.

 

한편, 북방 영주들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에 헨리 주교와 엘뤼아르 참사회원은 피터 클레멘스 사제를 북부에 파견해서 그들의 의견을 듣고자 한다. 문제는 레오릭 애스플리의 먼 친척인 피터 클레멘스가 실종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어때? 벌써부터 무언가 음모가 느껴지지 않는가 말이다. 그리고 얼마 후에 불에 탄 피터 클레멘스의 시신이 발견된다.

 

메리엣은 캐드펠 수사에게 자신이 피터 클레멘스 사제를 죽였다고 고백하지만, 우리의 캐드펠 수사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지. 그는 대번에 메리엣이 진범이 아니라는 사실을 파악한다. 그럼 도대체 누가 범인이란 말인가.

 

시리즈의 다른 편에서는 대개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소설의 초반에 등장하는데, 이번 편에서는 상당히 이야기가 진행된 다음인 중반 정도에 등장한다. 물론 엘리스 피터스 작가는 도망친 농노 해럴드를 투입해서 독자들의 시선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는 시도를 전개한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작가의 원대한 의도를 파악하기란 독자로서 역부족이다. 결국 말미에 가서 그랬었구나 하는 정도로 만족하는 수밖에.

 

물론 사건의 진범은 항상 소설에 출현한 인물 가운데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의 의도를 오직 엘리스 피터스 작가 밖에 모른다는 거지. 당연한 설정이 아닌가. 역사적 배경도 함께 하는데, 스티븐 왕의 기세에 눌려 충성을 맹세했던 체스터의 라눌프와 루마르의 윌리엄이 반란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이 당시 잉글랜드 역사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는데, 아무래도 그쪽 분야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보니 어떤 책을 참고해야 하는지부터 막혀 버렸다.

 

수도원에서 내쫓길 위기에 처해 있던 메리엣은 세인트 자일스에서 일하고 있던 마크 수사에게 보내져 함께 환자들을 돌본다. 이 소설에서 여러 가지 사건들을 겪으면서 아버지 레오릭에게 느끼지 못했던 부정을 캐드펠 수사로부터 경험하게 되는 메리엣의 이야기는 참 훈훈하게 다가왔다. 엘리스 피터스 작가의 내공 정도라면 이 정도의 설정은 기본인지도 모르겠다.

 

거의 내몰리다시피 수도원에 가게 된 메리엣을 지지하는 인물이 하나 더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바로 이소다 포리엣이었다. 이소다는 레오릭 애스플리를 찾아온 캐드펠 수사에게 당돌하게 메리엣은 자신의 남자라고 선포를 했던가. 아주 당찬 아가씨가 아닐 수 없다. 미래 자신의 연인을 위해 여러 가지 일들을 마다하지 않고 수행하고, 피터 클레멘스 사건 해결에 결정적 단서를 만천하에 공개하는 아주 중요한 미션을 수행하는 인물이 바로 이소다였다. 이런 인물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야말로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보다 강력하게 만드는 작가의 필력이 아닌가 싶다.

 

8편 <귀신 들린 아이>를 읽고 나서 바로 다음 편인 <죽은 자의 몸값>을 읽기 시작했는데, 이번 편에서는 보다 더 많은 격변하는 정치적 상황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등장해서 흥미를 고조시킨다. 시리즈의 나머지는 언제 나올지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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