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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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er than day before
  • 수도사의 두건
  • 엘리스 피터스
  • 15,120원 (10%840)
  • 2024-08-05
  • : 1,970

 


순서가 좀 뒤바뀌긴 했지만 4, 5권 그리고 10권을 먼저 읽고 나서 3권을 읽게 됐다. 순서 대로 읽으면 좋으련만 나의 책 수급이 여의치 않아 그렇게 되었다. 읽을수록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진국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간적 배경은 1138년 12월 초순이다. 전편에서 치열한 내전으로 쑥대밭이 된 슈루즈베리 마을 근처 성 베드로 성 바오로 베네딕토 수도원에도 평화가 찾아 들었다. 하지만 정치적 후유증은 가시지 않았다. 헤리버트 수도원장이 소환된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로버트 부원장은 마치 자신이 후계자라도 된 듯 거들먹거리기 시작한다. 그의 보좌역을 자처하는 제롬 수사의 행동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한편, 말릴리 장원의 영주인 거베이스 보넬이라는 인사가 자신의 전 재산을 수도원에 기증하고 남은 여생을 수도원에서 보내고 싶다며 수도원을 찾아왔다. 수도원으로서는 더 바랄 게 없는 그런 조건이었다. 하지만 거베이스가 어느날 독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의 죽음에는 자유민 출신의 농도 앨프릭부터 시작해서, 사생아 메이리그, 의붓아들 에드윈 거니와 그의 어머니 리힐디스까지 용의자들로 넘쳐난다.

 

그중에서 제일 가는 용의자는 바로 에드윈 거니다. 원래 그의 어머니 리힐디스가 거베이스와 재혼할 때, 그는 에드윈을 자신의 자식으로 삼아 자신의 장원을 물려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거베이스는 자신의 의사를 번복하고 대신 수도원에 자신의 영지를 상속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게다가 화해하겠다고 거베이스를 찾았다가 거하게 한 판 하고 나서 사라져 버렸다. 그 사이에 거베이스가 캐드펠 수사가 일명 "수도사의 두건"이라고 알려진 투구꽃으로 만든 치명적인 독에 살해당한 것이다.

 

스티븐 왕의 행정 장관 길버트 프레스코트를 대신하는 행정관 윌리엄 워든은 처음부터 에드윈 거니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표적수사에 나선다. 그가 범인이 아닐 수 있다는 캐드펠 수사의 조언을 일절 무시해 버렸다. 아, 그전에 한 가지 빼놓은 점이 있다. 에드윈이 어머니 리힐디스는 오래 전, 캐드펠이 수사가 되기 전 애인이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제롬 수사의 고언으로 캐드펠 수사는 사건 해결에 나서지 못하게 되는 금족령을 당하게 된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손과 발이 묶인 상태에서 원격으로 마크 수사와 다른 이들의 도움으로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난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미스터리물에는 또 이런 맛이 있어야 제격이 아닌가 말이다. 캐드펠 수사는 독살에 사용된 독 앰플을 담은 병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예의 증거물 입수에 전력한다. 그리고 어느 다리에서 에드윈 거니가 강에 던진 게 독약 앰플이 든 약병이 아니라, 자신이 계부 거베이스와 화해하기 위해 만든 상감세공 상자였다며 자신의 결백을 밝혀줄 수 있을 거라며 그 물건을 찾아달라고 캐드펠 수사에게 부탁한다.

 

행정관 윌리엄 워든은 에드윈 거니가 진범이라고 생각하고, 그를 추격하는데 전력을 다한다. 에드윈과 도플갱어처럼 닮은 그의 조카 에드위가 그의 역할을 대신하는 동안 에드윈은 도주하는데 성공한다. 손발에 묶였던 캐드펠 수사는 멀리 오두막에서 양치는 수사 바르나두스가 병에 걸려 그의 치료를 위해 파견나가고, 잠시 자유를 얻은 그는 말릴리 장원 근처의 웨일스 인근을 다니면서 자신이 필요한 정보들을 수집한다.

 

지금 우리는 잉글랜드와 웨일스 그리고 스코틀랜드가 하나의 영국이라고 생각하지만 중세에는 언어마저 다른, 별개의 국가였던 모양이다. 재판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은 캐드펠은 재판에 참가해서 잉글랜드와의 전혀 다른 상속권을 행사하는 웨일스의 그것을 듣고 놀라게 된다. 그러니까, 결국 거베이스 보넬의 죽음과 관련되어 누가 가장 큰 이익을 얻느냐가 관건이었다. 그의 죽음으로 가장 큰 이익을 보게 되는 되는 사람이 진범이라는 설정이다.

 

물론 지금처럼 과학수사와 사건 시간에 대한 추정이 어려운 가운데, 우리의 캐드펠 수사는 자신의 추리를 바탕으로 해서 진범을 지목하는데 성공한다. 물론 그런 시대적 상황까지 충분히 고려해서 만든 이야기겠지만 말이다.

 

그 부분은 소설의 핵심이니 더 말하면 스포일러가 되겠지. 그러니까 패스하고, 엔딩에 다시 등장하는 헤리버트 수도원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리뷰를 마무리하자. 사건이 다 해결되고 캐드펠 수사가 슈루즈베리 수도원으로 돌아오던 날, 마침 소환되었던 헤리버트 수도원장도 수도원으로 복귀한다. 그렇다면 모두의 예상처럼 노르만 귀족 출신 로버트 부수도원장이 차기 수도원장이 되었을까? 절대 아니었다. 헤리버트 수도원장은 신임 수도원장으로 깐깐한 성격의 원칙주의자 라둘푸스 수도원장을 모두에게 소개한다. 로버트 부수도원장에게 보기 좋게 한 방 먹인 셈이다. 이 부분을 읽을 때 정말 통쾌했다.

 

성과 속을 오가면서 십자군 전사 시절 쌓은 사회 경험을 바탕으로 난제들을 능숙하게 처리하는 캐드펠 수사의 인격에 반해 버렸다. 잇달아 발생하는 살인 사건으로 분노와 증오로 점철될 수 있는 사건들을 세속을 떠난 수도사의 입장에서 잘 마무리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또 다른 형태의 복수를 낳을 수 있는 엄격한 법집행에 적정선에서 끊어내는 실력과 관용은 모두가 보여줄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눈이 내리기 전에 인근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다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 6권 <얼음 속의 여인>을 빌렸어야 했는데 아쉽다. 내일이나 시간 내서 인근 도서관으로 대출하러 출동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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