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생각해본다. 너도 나도 그도 우리도 겪은 코로나 라는 시기가 과연 무엇이었을까. 웃기기도 어이없기도 한 그게, 그 시기가 과연 뭐였나. 병으로 죽은 사람도 물론 많았지만 코로나가 멈춘 세계속에서 죽은 사람도 많았다. 문을 닫은 가게에서 돈이 없는 사업체에서 만날사람이 없는 골방에서. 코로나는 그렇게 우리를 알 수 없는 방향으로 데려갔다. 나도 코로나를 겪으며 후각을 잃었었다. 음식냄새보다 꽃향기를 맡을 수 없다는 것이 더 슬펐다. 원초적인 것보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감각이 죽어버린 것 같아서 그게 더 내 삶의 가치가 떨어진 것 같았다. 후각이란 그렇다. 내 삶의 가치.
냄새를 맡지 못하는 K는 고립된 것 같다. 후각을 잃고 나서야 차를 향으로 맡아온 것을 깨닫는다.
바다의 냄새를 맡지 못하고 사람의 냄새를 맡지 못한다. 있는데 없다. 보이는데 보이지 않는것 같은 작은 하나.
후에 돌아온 그의 후각은 악취를 맡기 시작한다. 실재 나지 않는 냄새를 맡는 이 현상은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코로나가 남긴 상처일까. 서로가 서로를 금긋고 전염의 덩어리라 오인하고 확진자를 마녀사냥하던 상처와 흉터들. 작가는 코로나가 지나간 곳의 남은 흉터와 딱지들을 악취로 표현했다 생각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웃기다. 우리는 이제 모두가 코로나를 겪었고 얼마나 아픈지 가늠했기에 공포의 코로나는 공포의 실체로서의 영향력은 없어졌다. 하지만 우리는 기억하고 그 기억은 죄책감도 동반한다. 우리가 그때 그런 짓도 했었지 하면서. 거기에 대한 죄책감인가. 우리는 뜯어보면 하나하나 타인을 향해 냄새꽤나 풍겼던 존재들이었다. 김지연 작가의 태초의 냄새는 나에게 죄책감의 책이다. 누가누구를 삿대질하고 비난했던 그 죄책감의 시절. 서로의 속좁음을 한없이 들춰내는 그런 소설이다.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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