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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선의 서재
  • 마주
  • 최은미
  • 15,120원 (10%840)
  • 2023-08-25
  • : 2,600

어떤 작가를 제일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누구에게나 늘 최은미 라고 말했다. 최은미 작가가 가진 힘의 결이 좋았고 그게 나를 자꾸 건드렸다. 섬뜩하게 재미있는것, 묘하게 재미있는것, 신비롭게 재미있는것. 그냥 재미있는건 재미없지 않은가. 그의 이야기들이 나를 조여올때마다 이런 게 소설 아닌가 했다.

 '여기 우리 마주' 가 장편으로 나온다고 소문을 들은 게 작년 봄인데. 소문의 진정성을 반신반의 했지만 그래도 기다렸다. 서점을 매일 들어가 신간을 낱낱이 검색했다. 그런 날이 왔다. 최은미 작가의 신간을 드디어 만났다.' 여기 우리 마주' 가 기본과정이라면 '마주'는 심화과정이다. 

수미와 나리의 심리 대결구도, 서로가 서로를 건드릴 수 밖에 없는 과정이 심화과정에서 더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게다가 배경은 팬데믹이다. 고통스러운 기억은 스스로가 지운다고 나는 이미 펜데믹에 대한 기억을 반쯤 지운것 같다. 그렇게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고? 마스크를 신분증 들고가서 줄서서 싸우며 사던 기억이 있었다고. 확진자가 나오면 건너건너 동네에서 먼저 알고 소문에 소문이 덧 씌워져 확진자를 마녀사냥하던 시절이 있었다고. 그래 있었다. 지워져 가지만 분명히 있었다. 그 시절 우리는 너무 예민했고 무서웠고 실체가 보이지 않는 균과 싸우면서 내 주위 사람을 계속 의심해야만 했다. 내가 피해 주기 싫어서 피해 받기 싫어서 우리는 계속 견제했고 곤두세웠다. 관계는 다 끊어져갔다. 관계란것이 변하기 마련이지만 이렇게 전염병으로 끊어질것이라고 누가 상상을 했을까. 수미와 나리. 아이를 키우고 있는 동네의 또래 엄마들사이의 친화를 나는 안다. 나리가 말했다 나는 남편을 선택했는데 다시 촘촘한 여자들의 세계로 왔다고. 

양육자들의 세계는 법칙들이 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서로 건드리지 말아야 할것들. 서로 들어줘야 할것들. 알은체하면 안되는것들 등등. 작가는 그 세계의 피곤함을 정말 치밀하게 써냈다. 이 작가분..이 피곤하고 조심스러운 엄마들의 친분세계에 푹 빠졌다 나오신분이구나. 맞다면 벌어졌던 일들을 잘 묘사해낸거고 아니라면 경험했던것처럼 잘 그려낸 하늘이 내린 소설가 아니신가. 

 코로나 시기에 공방을 연 나리의 분투가 있다. 처음에는 공방 밖의 세상에 관심이 많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살펴보고 도와준다. 하지만 변해간다. 사람은 누구나 변해간다. 나리는 왜 변한걸까. 나리는 도대체 무엇을 찾는걸까.  수미는 수미의 결핍을 상처를 아이에게 많이 투영하는 사람이다. 분리가 안됬다. 아이만 부모에게서 분리를 해야하는건 아니다. 부모도 아이를 인정하고 떠나보내야 하지만  간혹 보면 아이를 나와 동일시 여겨 세상이 온통 아이인 부모들이 있다. 작가는 수미의 아픔을 아이와 자신의 혼동 으로 그린다. 제대로 분리 못 시켜서 오는 혼동. 나는 간혹 그런 부모를 보아왔기에 작가가 수미에 대해 묘사한 부분들이 공감됬다. 맞다. 그런 부모들이 진짜 있다. 


p.166 수미는 서하를 서하로 여기지 않았다 자신의 확장으로 여겼다.


수미의 아이에 대한 기묘한 관점이나 나리의 불안를 심도있게 설득력있게 표현했다. 나리가 왜 불안할 수 밖에 없는지 왜 어릴적 만조아줌마를 계속 찾을 수 밖에 없는지. 

커가는 아이들의 테세변화와 그걸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엄마들. 고립된 마음을 진짜로 고립시켜주는 코로나라는 거대한 암흑. 사면초가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 이 어두웠던 현실 속에 아이를 키워가며 버틴 두 여성에 대한 이해와 오해로 처음부터 끝까지 숨쉴틈 없이 읽어내려갔다. 

역시 최은미다. 이렇게 조마조마 오래기다린 보람이 있지 않은가. 고통 서사의 최고봉, 최은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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