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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책들을 만드신 임재철 영화평론가께서 3월 22일 별세하셨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좋은 영화를 보기 힘들었던 시절, 다양한 영화들을 국내에 소개하시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극장에서 상영하시고 책도 많이 내셨습니다.

포르투갈 페드로 코스타 감독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 및 초청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로베르 브레송, 루이 브뉘엘, 오손 웰즈, 잉마르 베리만, 스즈키 세이준, 우디 알렌의 국내 미개봉작,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한 영화와 재즈 O.S.T,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코미디, 유명한 감독들을 많이 배출한 일본의 로망 포르노 제작시스템 등 선생님이 안 계셨다면 모르고 지나갔을 영화와 관련된 재미있는 내용들을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선생 김봉두>에 나오는 차승원 배우의 연기에 대해 높게 평가하셨던 기억도 납니다. 영어책 외에도 일본책과 프랑스어책들도 많이 읽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론서 뿐 아니라 만화, 특히 축구도 엄청 좋아하시는데, 영국에서 귀족 자제를 교육시키는 목적으로 축구를 시켰다는 재미있는 일들도 많이 알게 됐습니다. 지적으로 재미없는 걸 매우 지루해하시는 분이었습니다. 무비판적으로 남의 의견을 따라가는 걸 지적하시면서도 새로운 콘텐츠에는 누구보다 먼저 관심을 가지고 보셨습니다.

필름포럼과 시네마테크를 운영하실 때, 좋은 영화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좋은 해외 영화 한편을 보는 것은 OTT로 쉽게 영화를 보는 세대들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런 시절에 뉴욕의 영화잡지, 프랑스 영화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 등과 영화학자들 등 좋은 글까지 다양하게 많이 소개해주셨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좋은 영화와 글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깊이 감사드립니다.

홍성남씨를 만나셨을까요? 그곳에서 영화 이야기를 실컷 나누고 있을까요? 영화의 매력에 빠져 영화를 알고 배우려는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경험과 지식을 나누었던 두 분의 명복을 빕니다.


약력:
중앙일보 기자
뉴욕대 영화학과 석사(확인 예정)
필름포럼 대표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의
서울 시네마테크 대표
광주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
한나래 출판사, 이모션 북스 대표

부고:
https://samga.co.kr/obituary/indv/2603220347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250625.html

씨네21 대담 기사 (2001):
임재철, 리처드 포튼, 페드로 코스타

“내가 바란 게 있다면 시네필들의 커뮤니티를 위해 좀더 확실한 기초를 다지는 것이다. 나도 내가 하는 일이 일종의 실험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실패가 확실시되면 아르헨티나로나 이민 갈 생각이다. 받아줄지 모르겠지만. (웃음)”

https://cine21.com/news/view/?mag_id=6211


* 추가: (3/24)
* 새록새록 재미있었던 일들이 떠오릅니다. 영화 <His Girl Friday>가 재밌었어요. 우아한 복장을 한 주인공들의 코미디 영화도 선생님의 추천으로 알게됐습니다. 마스터 키튼 감독의 영화와 두기봉 감독의 <매드 디텍티브>는 홍성남씨가 추천한 건지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건지 가물가물합니다. 또,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에 대해 늘 안 됐다고 여기셨는데, 축구실력이 좋은데 사람들은 외모에 대한 이야기만 해서 안타깝다는 이야기도 생각납니다. 프랑스 축구 선수 지네딘 지단에 관한 다큐멘터리에는 지단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직접 카메라를 부착하고 찍었기 때문인데, 당시로서는 참 신선했습니다. 축구선수 지단도 좋아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 이런저런 기억들이 툭툭 떠오릅니다. 홍성남씨 빈소에서도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그래도 자유롭게 영화를 좋아하는 삶을 살았고 무뚝뚝하게 주변 사람들을 잘 챙겼고 사람들도 많이 아꼈다는 걸 새삼 떠올렸어요. 오늘도 이런저런 글들을 보니, 같은 느낌입니다. 선생님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영화를 사랑하고 후배들을 잘 챙기셨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어떤 책을 쓰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여러가지 의견도 주시고, 참고도서도 챙겨주셨는데, 진도가 절반도 못 나갔습니다.

* 이대후문 필름포럼에서 판매하던 도서 중 «백화점의 탄생»과 «돈까스의 탄생»을 산 기억이 납니다. 당시는 2000년대라, 지금처럼 이런 주제의 책들이 드물었는데, 뭔가 재밌을 것 같아서 골랐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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