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머물고 있는 곳에서 아주 흥미로운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감나무마다 까치밥이 풍성하게 남아있어, 멀리서 보면 꽃이 피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아침에 새들이 지저귀며 날아다니며 장난치고, 맛있고 먹기 좋은 감을 고르는 장면을 봅니다.
오후 잔디밭에 부리는 대롱같이 길고 뾰족하고 뒤통수에는 깃털이 뾰족하게 난 새가 연신 흙더미에 부리를 넣었다 뺐다하고 있습니다. 아주 열중하고 있는데, 멀리서 흰색에 검정 얼룩 고양이가 5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벤치 아래에 몸을 은닉해가며 새에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갑자기 얼음상태로 그 자리에 멈춰서서 지켜보기로 했습니다만, 고양이가 과연 새에게 얼마나 다가갈 수 있을까 우려하는 순간에 새가 나무로 날아가면서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
그로부터 몇 십분 후, 좀 더 트인 잔디밭에서 연신 땅속에 부리를 넣었다 뺐다하는 새에게, 완전한 슬로우모션으로 고양이가 다가가고 있습니다. 나무늘보보다 조금 빠른 수준입니다. 정말 ‘걷는거란 이런 단계로 이뤄지는 거야’라는 걸 보여주듯 네 개의 다리와 근육이 천천히 움직이며 새에게 다가갑니다. 이번에는 오분 정도 멈춰서서 지켜봤어요. 은닉하지 않고 당당하게 천천히 새에게 다가가는 고양이와 부리는 빠르게 흙 속에 넣었다 빼지만 조금씩 고양이가 다가오는 방향과 멀어지는 새를 보고 있자니, 촬영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일단 배경이 되어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천천히 고양이가 1m 이내로 다가가는 순간, 점프라도 하려나 싶었지만, 갑자기 달리니 속도는 나지 않았고 새는 가뿐하게 날아올라 나무에 앉았습니다. 꼬리를 말아올리고 새를 쳐다보는 고양이를 보니, 왠지 사냥 경험이 없어 보이는 청소년기 고양이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ㅎㅎㅎ
고양이의 슬로우모션과 스스로만 아쉽지 주변 누구도 잡을 수 없을거라 생각했던 사냥 후 장면이 떠오릅니다. ㅎㅎ
* 누군가 고양이에게 밥을 주어, 새를 잡진 못했지만 굶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