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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숨다님의 서재
  • 은유가 된 독자
  • 알베르토 망구엘
  • 13,500원 (10%750)
  • 2017-09-15
  • : 603

   책의 표지에는 내가 좋아하는 단어가 3개나 들어 있다. 여행자, 은둔자, 책벌레. 말 그대로 독서 하는 행위가 어떤 의미인지 보여주는 책이다.

<독서의 역사>가 2000년에 양장본으로 번역 되어 나온 이후 망겔의 팬이 되었고 그의 책은 대부분 읽었다. 이 작품은 망겔의 작품이기도 하거니와 제목에서 매료되었다. 책 속으로 들어가는 독자로도 모자라 우리는 은유가 되어 있었다니. 어떻게 안 읽을 수가 있을까?

  알베르토 망겔은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번역가, 편집자이고 ‘독서가’가 직업이라고 할 만큼 책을 많이 읽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소설, 에세이 등 독서를 통하여 얻은 다양한 지식을 기반으로 한 많은 작품을 출간했다. 소설 『낯선 나라에서 온 소식』은 1992년 멕키터 상을 수상했고 『독서의 역사』, 『밤의 도서관』 등의 작품이 있다.

  이 책의 부제는 여행자, 은둔자, 책벌레다. 여행자, 상아탑 속에 은둔하는 독자 그리고 책벌레로서의 독자로 나뉘어 책과 독서가를 이야기한다.

‘산다’는 것은 곧 ‘세상이라는 책을 여행한다’를, 이와 반대로 ‘책을 독파한다’는 것은 곧 ‘세상에서 살며 이곳저곳을 여행한다’를 뜻하게 되었다.(23쪽) 아우구스티누스에게 독서란 ‘텍스트를 독파하는 여행’이다.(31쪽)

또한 세상을 멀리하는 방안으로서 독서를 택하는 경우도 있다. 상아탑의 이중적 이미지, 즉‘학구적이고 호젓한 안식처’와 ‘책임과 행동을 회피하는 은신처’라는 모순된 이미지는 <햄릿>에서 잘 드러난다.(96쪽)

상아탑은 시대에 따라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독서자들의 안식처, ‘겁쟁이들의 도피처’, 행동을 거부하는 이기적인 선택으로도 사용되었다.(124쪽)

  마지막으로 독서와 독서 하는 사람에 대한 은유로 책벌레가 있다. 책 속의 세상에서 느낀 생동감과 진실이 너무나 강렬해 압도당하는 독자들은 있기 마련이다. 특정한 캐릭터와 사랑에 빠진다거나, 캐릭터 A를 본능적으로 증오한다거나, (~) 지금도 런던 우체국에서는 베이커 스트리트 221B에 산다는 셜록 홈즈에게 온 편지들을 분류하고 있다.(134쪽)

  사람들은 책속에 몰입하는 사람들에게 책벌레, 책바보, 책에 먹힌 사람으로 표현하면서 멍청이 취급을 했다. 특히 책만 읽지 말고 실천해라. 행동으로 옮겨라. 라는 말을 한다. 독자는 책바보와 책벌레라는 이중의 굴레에 갇혀 있다고 볼 수 있다. ‘책을 사랑하는 독자’는 책바보가 되고 ‘걸신들인 독자’는 책벌레가 되는, 둘의 공통점은 ‘책에 사로잡힌 독자’에 대한 은유라는 것이다.(147쪽)

  우리는 ‘독서 하는 피조물’이다. 단어를 섭취하고, 단어로 이루어져 있으며, 단어가 존재의 수단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단어를 통해 현실을 파악하고, 자아도 확인한다.(168쪽)

  저자가 책의 마지막에 내리고 있는 이 결론이 마음에 든다. 독서가들은 책벌레라 폄하되고, 허상 속 인물에 매료되어 현실을 왜곡해 버리는 은둔자로 취급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 속에서 나를 설명하거나, 내 존재를 확인하는 유일한 방법은 단어와 문장인 듯하다.

  자신의 책 읽기를 타인에게 설명하고 싶거나 무엇보다 자신에게 설명할 때 참고 하면 좋을 책이다. 이 책 속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좀 더 알고 싶다면 그 책을 찾아 읽는 여행을 시작해도 좋을 것이다. 엠마 보바리, 안나 카레니나, 돈키호테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있다.

202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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