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의 작가 김정운은 드뎌 자신이 아는 많은 것들은 옅은 맥락으로 풀어 놓기로 작정한 듯 하다.
소재는 ‘바우하우스’, 주제는 ‘창조적이란 무엇인가?’ 내용은 창조, 창의에 관련된 지식들이 나열되어 있다.
이 두서없고 가느다란 맥락으로 이어진 1000페이지 가량의 내용이 한 호흡으로 읽히는 것은 작가의 뛰어난 글솜씨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논문용으로는 절대 쓸 수 없는 주제를 가지고 이런 분량으로 만들어 내는 역량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책은 ‘창조적’이라는 단어의 의미와 빈번하게 쓰이기 시작한 때를 고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46쪽 ‘어떤 대상에 관해 알고 싶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그 대상, 그 언어가 도대체 언제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는가를 살펴보는 일이다. 사용되기 시작한 시점의 문화적·사회적 맥락 즉 구성사적 맥락을 읽어야 그 뜻이 정확해 진다.
창조(creativity)가 본격적으로 사용된 1920년대는 ‘의식의 흐름’이라는 심리학적 개념이 등장한다.
‘창조적’에서 ‘의식의 흐름’으로 자유연상이나 의식의 흐름은 다시 ‘메타언어’로 넘어간다. 전문적인 심리학 개념에서 알마 말러의 스캔들까지 넘나든다.
이 책은 김정운 작가의 ‘의식의 흐름’대로 씌어 진 듯하다. 그리고 그 의식의 흐름대로 창조적 시선이라는 메타언어를 만들어 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머리 속에 여러 가지 생각과 의식들이 뒤죽박죽되어 있지만 그것을 즐기고 싶은 사람이거나 그 의식을 글로 표현해 보고 싶은 사람들은 이 책을 읽어야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