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les1127님의 서재
  • 살인자의 기억법
  • 김영하
  • 9,000원 (10%500)
  • 2013-07-24
  • : 32,085
소설을 읽어갈수록 살인자라는 잔혹한 소재와는 별개로 주인공 김병수에게 서서히 측은함이 든다.
죄책감 따윈 없었다고 했지만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은 입양딸 '은희'를 박주태로부터 필사적으로 지키려고 했던 망상은 그 죄책감의 발로가 아니었나 싶다. 소설엔 생략된 내용이지만 모든 피해자들의 시신은 대나무숲에 있었으나 세살짜리 은희의 유골은 마당에서 발견된 것도 미심쩍다.  교통사고후 극심한 섬망 중 꾸게 된 꿈 속에서 자신이 평범한 세 아이의 아빠로 살던 어느날 갑자기 체포되며 느끼는 상실감과 안도감같은 것도 그것의 반증이 아닐까 .

'섬망이 지나간 후,  그 꿈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어떤 상실감을 느끼게 된다.  그것은 과연 무엇으로부터의 상실이었을까. 잠깐이나마 경험했던 평범한 삶으로부터 추방된 것? 아내와 아이들을 잃은 것?  실제로 갖지도 않았던 것에 대해서 느끼는 이 상실감은 기묘하다.'(p.113)

이 부분이 특히나 가슴 아팠던건 덤덤하고 무심하게 서술돼있지만, 그의 무의식에는 정상적인 관계맺음이 존재하지 못했던 인생을, 한편으론 벗어나고싶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철저히 오독한 것일지 모르나 열여섯에 살인자가 돼야했던 인간에게 느낀 연민은 소설을 읽는 내내, 내 감정을 지배했다.

속독에 젬병인 내가 두시간동안 다 읽었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흡입력이 대단하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